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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와 검색 유입 전략

작년부터 44bits.io라는 팀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몇 년을 벼르고만 있다가 이렇게 해서는 도저히 시작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작년 중순에 급하게 프로젝트를 축소하고 바로 공개했다. 이 때의 고민은 이 블로그의 미래에 대한 상상력과 지금 해야할 일에 남아있다. 블로그를 공개한 이후 지인 몇 명이 참여하면서 지금은 팀 블로그로 작성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44bits와 검색 유입을 통한 성장 전략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한다. 먼저 올 해 1월까지의 성과를 먼저 살펴보자. 올 해 11월에 공개한 44bits.io의 2018년, 그리고 2019년 새해인사에서 그간의 성과를 간략히 공개하고 있다.

작년 12월 검색 유입은 약 1500명 정도이다. 이는 하루 50명 정도인 셈이다. 44bits는 처음부터 검색 유입으로 성장해야한다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이 다음 글에서는 ‘기술 블로그’라는 주제로 글을 하나 썼다. 좋은 기술 블로그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8가지 제언, 이 글은 사실 44bits에서 의식적으로 추구하는 바에 대해서 기록한 글이다. 이 문서의 제목을 ‘기술 블로그의 검색 유입을 어떻게 늘릴 것인가’로 바꾼다고 해도 큰 무리는 없다.

그리고 4월에는 블로그를 주제로한 Write the Docs 모임에서 기술 블로그 생존 전략 – 구글 시대의 글쓰기 – Speaker Deck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했다. 이 발표의 내용은 앞서 공개한 글을 조금 더 가다듬은 내용이었다. 추가적으로 3월까지의 성과를 포함시켰는데, 그래프에서 수치는 보이지 않지만 3월 기준 검색 유입은 약 6000명이었다.

월 기준 12월에 1500명이던 것이 6000명까지 늘었다. 월복리로 계산해보면 약 58% 씩 성장한 수치이다. 9월에 500명 이던 것이 12월에는 1500명, 3월에는 6000명까지 늘어났다. 중간 중간 정체기가 보이는데, 이 기간에는 글을 거의 작성하지 못 했다. 시차가 있기는 하지만 글을 지속적으로 작성하는 동안에는 검색 유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다음은 올해 8월까지의 그래프다.

최근에 공개한 글이 없어서 8월에 약간의 역성장이 보이지만, 3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8월 기준 약 12000명 정도이고, 9월에는 7월 유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작년 8월과 비교하면 33배 성장한 수치이고, 작년 12월과 비교하면 8배 성장한 수치이다. 초기 방문자가 극단적으로 적었기 때문에 가능한 수치이며, 아직 44bits가 방문자가 많은 사이트는 아니다. 그럼에도 여기에는 중요한 교훈이 있다.

  • 전문성을 가진 분야의 블로그에서 가장 중요한 유입 경로는 검색이다.
  • 검색 유입을 확보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좋은 글을 작성하는 것이다.
  • 컨텐츠가 쌓이면서 검색 유입은 줄어들기보다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블로그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고 싶다면 이러한 사실을 의식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와 더불어 (구글) 검색엔진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몇 가지 실전 팁을 더해보자.

  • 편법으로 검색엔진을 이기려고 하지 말 것. 주제와 키워드가 명확하고 충분한 길이를 가진 좋은 글을 쓴다. 검색 엔진은 좋은 글을 이해할 정도로 똑똑하다.
  • 적절한 제목을 짓는 것은 100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위트있는 제목이 아닌 주제를 적절히 표현하는 키워드가 포함된 제목을 지어야한다.
  • 복합 키워드가 아닌 적절한 경쟁이 과도하지 않은 단일 키워드를 찾는다.
  • 그렇게 찾은 키워드에 대해서 압도적으로 좋을 글을 쓴다. 이렇게하면 검색 결과 상위에 노출될 가능성이 거의 100%까지 올라간다. 그리고 이는 오랜시간 유지된다.
  • 같은 키워드에 대한 여러 글을 쓰지 말고, 하나의 완성도 높은 글을 작성한다. 검색엔진은 첫 페이지에 하나의 사이트에 속한 다수의 검색 결과를 노출시키지 않는다.
  • SEO에 집착하지 않는다. 컨텐츠에서 메타데이터와 제목 태그를 붙이는 이상의 노력을 쏟을 필요는 없다.

세부적인 지침에 대해서도 조금 신경쓸 필요가 있지만 결론은 심플하다. 웹이라는 맥락에서 좋은 글을 작성하는 것, 흥미롭게도 그것을 가장 잘 알아보고 평가해주는 것도 검색엔진이라는 점이다.

뜻밖의 발견과 데본씽크(Devonthink), 그리고 예감

개인적인 뜻밖의 발견은 기술에 의해서도 배양할 수 있다. 10년 이상 전부터 나는 흥미롭다고 느낀 글들을 디지털 기록보관소에 모아왔다. 21세기 버전의 비망록이라 할 수 있다. 그중 일부는 구체적 프로젝트들과 관련된 내용이고, 다른 글들은 무언가와 연결되기를 기다리는 예감들이다. 일부는 내가 책이나 기사에서 옮겨 적은 것들이고, 일부는 웹에서 직접 복사한 것들이다(지난 몇 년간 구글북스(Google Books)와 킨들(Kindle) 덕분에 책에서 흥미로운 부분을 복사하고 저장하는 것이 훨씬 간단해졌다).

나는 그 글들을 모두 데본씽크(DEVONthink)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데이터베이스에 모아둔다. 거기에는 책, 에세이, 블로그 포스트, 메모 등 내가 쓴 글들도 있다. 그렇게 내가 쓴 글과 다른 사람들의 글을 결합함으로써 단순한 파일 저장 시스템 이상이 되었다. 그것은 나의 불완전한 기억력을 디지털 기구를 이용해 저장하게 해주며, 내가 예전에 떠올렸던 아이디어와 나에게 영향을 준 아이디어를 모두 모아놓은 보관소다. 현재 그 데이터베이스에는 5천 항목, 3백만 단어 이상의 글이 들어 있다. 내가 개별적으로 수집한 대략 6권에 해당하는 인용문들과 예감들이 하나의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어 있는 것이다.

그 모든 정보를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단지 내가 메모한 내용을 더 빨리 찾을 수 있다는 편리함만은 아니다. 물론 이 방법 덕분에 오래전에 내가 썼던 글을 찾는 일이 훨씬 쉬워졌다. 그러나 질적인 변화가 더 많다. 오래된 서류를 찾다가 전혀 뜻밖의 문서를 찾게 되는 것이다. 그 시스템이 진정 효과적인 것은 이렇게 뜻밖의 발견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데본씽크의 특징은 서로 다른 글들 사이에서 미묘한 연관성을 발견하는 똑똑한 알고리즘이다. 이러한 도구는 고전적인 검색엔진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전적 검색엔진에서 ‘dog’을 검색하면 ‘dog’이라는 단어는 들어 있지 않고 ‘canine(개)’라는 단어만 들어 있는 글은 찾지 못한다. 데본씽크는 ‘어떤 단어들이 함께 등장하는 경우가 많은가’를 추적함으로써 개별적 단어 사이의 연관성을 찾아낸다. 이 덕분에 아이디어 사이에 연결을 만들 수 있다.

수년 전에 런던에서 콜레라에 대한 책을 쓰고 있을 때였다. 나는 데본씽크에게 빅토리아 시대의 하수시스템에 대해 물었다. 데본씽크는 ‘노폐물(waste)’이라는 단어가 ‘하수(sewage)’라는 단어와 흔히 함께 사용된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에 척추동물의 몸에서 뼈가 진화한 방식을 설명하는 인용문도 찾아냈다. 즉 세포의 신진대사에 의해 만들어진 칼슘 노폐물을 다른 용도에 맞게 만들면서 뼈가 진화했다는 이야기였다. 처음에 그 인용문은 잘못된 검색 결과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글은 복잡한 시스템들이 ─도시든, 신체든─ 자신이 만들어내는 쓰레기를 생산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보여주었다. 결국 그 아이디어는 콜레라에 대한 책에서 한 장의 중심 주제가 되었다.

엄밀히 말해 그 최초의 아이디어는 누구의 것인가? 내 아이디어였나 아니면 소프트웨어의 아이디어였나? 말장난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진지하게 묻는 것이다. 분명 컴퓨터는 아이디어가 형성되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고, 런던의 하수구와 세포의 신진대사를 연결하는 개념적 고리를 제공한 것은 나였다. 그러나 그 소프트웨어의 도움 없이 내가 그런 연결을 할 수 있었을까. 그 아이디어는, 하나는 탄소에 기초하고 다른 하나는 규소에 기초한 2개의 아주 다른 정보가 싸우며 서로에게 이익을 준 진정한 공동작업이었다. 처음에 칼슘과 뼈의 구조에 대한 글을 보았을 때 나는 그 글이 런던의 하수시스템과 연결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 개념이 나의 관심을 끌었기 때문에 그 글을 데이터베이스에 넣었다. 그렇게 느린 예감으로서 소프트웨어의 원시수프 속에서 몇 년을 머무르며 연결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데본씽크를 즉흥적인 도구로도 사용한다. 무언가에 대한 글을 한 단락 쓴다고 가정해보자. 예를 들어, 얼굴 표정을 해석하는 인간 두뇌에 대해 글을 쓴다. 그 글을 데본씽크에 넣은 후 비슷한 글을 찾아달라고 요청한다. 그러면 즉시 화면에 인용문 목록이 나타난다. 그중에는 얼굴 표정을 촉발하는 신경구조를 분석한 글도 있고, 미소의 진화적 역사를 탐구한 글도 있으며, 인간의 친척인 침팬지의 풍부한 표정에 대한 글도 있다. 그 글들 가운데 한두 개는 반드시 내 머릿속에서 새로운 연상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머지않아 더 큰 아이디어가 형태를 갖게 된다.

위의 방법을 전통적으로 파일을 탐색하는 방법과 비교해보자. 컴퓨터는 순종적이지만 멍청한 집사와도 같다. “침팬지에 대한 서류를 찾아줘!” 그것은 그냥 검색이다. 반면 데본씽크 방식은 탐구다. 잘못된 시작도 있고 간혹 주제와 관계없는 것을 찾아내기도 하지만 행복한 우연과 예상치 못한 발견이 있다. 사실, 결과의 불분명함이 그 소프트웨어의 강점 중 하나다. 그 시스템을 통한 뜻밖의 발견은 2가지 다른 힘에서 나온다. 첫째, 의미적 알고리즘의 연결하는 힘이다. 이는 똑똑하지만 예측할 수 없기에 잡음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검색 결과를 더욱 놀랍게 만든다. 그 사실은 어떤 면에서는 개별적 연결들이 나에게 쓸모 있을 가능성을 훨씬 더 높인다.

데본씽크에서 검색하고 결과를 처음 보면 언뜻 보기에 무질서하게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읽어보면 눈길이 가는 대목이 분명 있다. ‘무질서하다’는 것과 ‘연결이 안 된다’는 것은 꿈속의 탐험을 묘사할 때 쓰는 표현이기도 하지만 적절한 비유다. 데본씽크는 꿈을 꾸는 상태에서 뭔가를 만들어내는 소프트웨어다.’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오는가, Chapter 4 뜻밖의 발견 중, 스티븐 존슨

얼마 전에 문득 “체계적인 학습”을 하고 싶어서 관심있는 분야의 자격증 시험을 봐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데, “그게 정말로 내가 바라는 것인가?”라는 질문이 들자마자 시들해졌다. 구조화되어 있는 정보를 체계적으로 학습하는 것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만, 사람들이 정보를 다루는 방식이 “아주 많이 다르다”는 걸 생각해보면, 체계적인 학습이라는 것은 어떤 집단의 전문성을 같은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는 있지만 다른 가능성들을 질식시켜버리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건 그것대로 필요한 일이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내가 정보를 정리하는 아주 좋아했던 방식은 위키위키였다. 10년 전쯤에 위키에 푹 빠져있었다. 위키위키는 모든 정보를 느슨하고 그리고 긴밀하게 연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도구이다. 그리고 Graphviz와 같은 도구를 사용하면 이러한 연결들을 다시 추적하고 정보 간의 새로운 관계를 드러내게 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게 만든다. 나는 내가 사용하던 위키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서 프로그래밍을 처음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자동으로 생성하는 페이지들을 포함해 몇 천 페이지의 정보를 위키에 집적해두었다. 하지만 웹 기반 위키위키는 접근성이 떨어지고, 사용하던 애플리케이션의 한계로 금방 흥미가 시들해졌다. 지금은 베어를 위키로 사용하고 있다. 베어는 위키위키로 만들어진 애플리케이션은 아니지만, 바로가기 기능과 베어의 내부 링크 기능을 활용하면 훌륭한 개인 위키위키 시스템이 된다. 그래서 내 베어 앱은 노트가 아니라 주제어를 기반으로 작성된다. 생각날 때마다 주제어들을 검색하고 내용을 채워나간다. 여기도 이미 몇 천 페이지가 쌓여있다(대부분의 페이지는 비어있다). 베어는 이제 내 기억의 외부 캐시 메모리에 해당한다.

나는 베어를 축적의 목적으로 사용해가지만, 반대로 베어를 정보를 조각하는 용도로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외부에서 받아들이는 수많은 정보가 있는데 자신이 충분히 이해한 내용을 다시 압축된 형식으로 베어 노트에 저장해 놓는 것이다. 내가 베어를 사용하는 방법도 일반적이지 않을 수는 있긴하지만, 나는 이 이야기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었다. 이런 방식은 스티븐 존슨이 같은 책의 3장에서 이야기해주는 비망록의 방식을 떠올리게 한다.

완전히 다른 방식이지만 베어는 두 가지 방식을 포용하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도구이다. 스티븐 존슨의 이야기하는 세렌디피티로서의 역할은 중간 쯤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노션이 유행하고 있지만 노션은 세렌디피티보다는 구조화를 충동질하는 도구이다. 정보를 조직화하는 데는 매력적이지만 글을 쓰기에는 너무 불편하고, 검색 기능은 💩이다. 노션은 정보에 대한 주도권을 확실하게 잡고 있지 않다면 사용하기 어려운 도구이다. 이와는 반대로 스티븐 존슨이 이야기하듯이 데본씽크는 세렌디피티의 끝판왕이지만 잘 다루기는 너무 어려워서 나는 포기한 상태다.

인용에서도 드러나지만 데본씽크는 세렌디피티라는 관점에서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데본씽크를 처음 본다면 스크리브너와 비슷하게 세련미는 떨어지고, 아마추어적인 모습을 군데군데서 발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도구를 도대체 어떻게 써야하는지 감도 오지 않는다. 하지만 곧 데본씽크는 세상의 모든 정보나 내가 가진 모든 정보를 집어넣으면 뭔가가 자동적으로 만들어져 나올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한다. 어떤 면에서 이는 위키위키 이상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분은 곧 좌절하고 마는데 확장성 면에서 제약이 아주 크다. 이는 마치 위키위키의 데이터를 원시적인 파일 시스템 기반의 CVS에서 어떻게 데이터베이스나 클라우드 환경으로 옮길 것인가 하는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 데본씽크는 자체적인 웹 서버 기능이나 싱크 기능을 제공하지만 이에 만족하며 사용하는 사용자는 많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나도 몇 번 시도하다가 지금은 두 손 두 발 다 든 상태이다.

하지만 조금 생각을 바꿔보면 데본씽크는 모든 것을 부어 녹일 수 있는 용광로가 아니라, 적절한 정보들을 쌓아두고 활용할 수 있는 아주 두꺼운 스크랩북 같은 도구이다. 데본씽크는 “예감”이 드는 그런 도구이다. 확실하진 않은데, 이건 뭔가 굉장한 것 같다. 어쩌면 내 삶을 바꿔놓을 지도 모를 만큼 말이다. 나는 위대한 소프트웨어는 언제나 근본적인 아이디어의 탁월함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예를 들어보자면 위키위키, 베어, 율리시스, 스크리브너, 후잉 이런 도구들은 유사한 도구들로 대체할 수 없는 독보적인 아이디어들을 품고있다. 여기에 예감이 있다. 위키위키를 처음 봤을 때 너무 황당했지만, 여기에는 뭔가 있다는 예감을 가지고 이 시스템에 매료되기까지 3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최근에 팟캐스트에서 후잉 이야기를 다뤘는데, 다들 이야기하는 게 후잉을 이해하고 제대로 활용하기까지 몇 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그렇게 몇 번을 재시도하면서까지 이 도구를 도전하고 매료되는 동력에는 분명 어떤 예감이 있을 것이다.

데본씽크도 그런 도구지만, 아직은 예감만 가지고 있는 단계이다. 주변에서 잘 쓰고 있는 경우도 아직은 거의 못 본 것 같다. 위키위키, 베어, 스크리브너, 데본씽크 같은 도구들은 단순히 도구가 그 자체로 가치를 가지는 도구가 아니다. 도구, 사용자의 맥락, 그리고 사용자가 적절하게 결합되었을 때 (사용자에게) 가장 큰 가치를 만들어낸다. 이런 도구들의 가장 열렬한 지지자들은 애플리케이션 개발자의 의도를 벗어나서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스티븐 존슨은 데본씽크를 예감을 넘어 활용의 단계에 있는 것 같은데, 다시 한 번 도전해봐야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9월 12일 Devonthink 3가 출시되었다. 요즘 관심을 가지지 못 해서 모르고 있었는데 상당히 긴 시간 동안 베타 테스트를 거친 것으로 보인다. Devonthink 2와 근본적으로 달라진 점은 없는데 기본 기능들을 개선하고 메인 윈도우 기반으로 인터페이스를 통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산 형성기의 투자 수익률과 순자산 증가

주식 투자를 처음 시작하면 수익률에 집착하기가 쉽다. 하지만 개인의 관점에서 자산 형성기에 투자 수익률이 순자산 증가에 끼치는 영향이 결정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 주제는 아주 간단하게 생각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산이 1000억 정도라고 가정해보자. 이 중의 절반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고, 투자 수익률이 5%라고 가정하면 25억 정도가 된다. 20% 수익이 나면 100억이 되고, 20% 손실이 나면 100억 손실이 된다. 이 자산가의 근로소득이 1억이라고 가정하고 근로 소득대비 소비 성향이 50% 정도라고 가정한다면 남는 돈은 5000만원이다. 문제는 이 5000만원이 투자 손익에 끼치는 영향이 미비하다는 점이다.

투자 수익률이 ±20% 정도라고 가정한다면 전체 자산의 0-10% 정도가 움직인다. 반면 근로소득이 끼치는 영향력은 0.05% 정도에 불과하다. 어느 회사의 CEO 정도를 하고 있고 10억 정도를 받는다고 가정해보자. 이 정도는 되야 전체 자산의 1% 정도의 영향력이 있다. (남은 500억을 2% 정도 예금으로 가지고 있어도 10억 정도가 된다.) 물론 이 돈을 무시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이 자산가의 차기 순자산은 투자 수익률에 의해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다.

이와 같이 투자 자산이 크고, 투자 자산의 수익률에 준하는 근로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투자 수익률의 영향력을 절대적이다. 하지만 그건 1000억 정도 자산가의 이야기고…

좀 더 이야기를 단순화해보자. 이번에는 연봉 7000만원에 순자산 1억원인 대기업 데리 씨다. 데리 씨는 순 자산의 80%를 투자한다. 투자금은 8000만원이 된다. 20% 정도의 투자 수익률을 가정한다면 수익금은 ±1600만원이 된다. 이 정도면 만족스러운가? 이번에는 저축 가능한 금액을 계산해보자. 연봉 7000만원의 데리 씨의 소비 성향이 70%라고 가정했을 때 저축 가능한 금액은 2100만원이다. 이는 8000만원을 투자해서 얻을 수 있는 최대 수익보다도 1.3배 큰 금액이다. 수익률을 5%로 가정한다면, 5배 이상 큰 금액이다. 최악의 투자 손실을 가정했을 때 데리 씨의 차년도 투자금은 130만원 줄어들 뿐이다.

이번에는 같은 조건의 데리 씨가 아주 짠돌이에 부모님에 얹혀살고 자동차도 없고 돈을 거의 쓰지 않는다고 가정해보자. 소비 성향을 30%로 계산해보면 데리 씨의 저축 가능 금액은 4900만원까지 늘어난다. 20%의 경우 약 3배, 5% 경우 12배에 해당한다. 최악의 투자 손실이 발생했다고 가정하더라도 데리 씨의 차기 투자금은 1830만원이 늘어날 수 있다.

투자 수익률과 저축이 차기 순자산에 끼치는 영향 비교

투자 수익률과 저축이 차기 순자산에 끼치는 영향 비교

표로 다양한 경우를 살펴보자.

이 이야기의 교훈은 “투자를 해서는 안 된다“가 아니다. 순자산이 적을 때는 투자 금액을 아무리 늘리더라도 저축이 차기의 순자산 증가에 더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저축과 투자 수익은 차기의 투자금액 증가분이 된다.

자산 형성기(순자산이 적은 기간)에는 소비성향이 투자수익률보다 훨씬 더 순자산 증가 영향을 끼친다. 투자수익률이 -20% 정도 되더라도 근로소득이 유지되고 소비성향을 줄이면 차기의 투자금액은 늘어날 수 있다. 여기에 절약의 아이러니가 있다. 돈을 잘벌고 여유가 있다면 전체 수익 대비 소비성향은 자연스럽게 낮아진다. 하지만 순자산이 적을 수록 소비성향이 차기 순자산에 끼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투자는 반드시 해야한다. 근로소득의 저축은 복리로 늘어나지 않는다. 반면에 투자 수익은 복리로 늘어난다. 자산이 아무리 커져도 투자 수익은 복리로 계산된다. 따라서 자산이 쌓여갈 수록 저축 대비 투자 수익률의 차기 순자산에 대한 영향력은 늘어난다. 나중에는 오직 투자만이 자산의 증가 속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하지만 개인의 입장에서는 투자 수익률보다는 순자산 증가라는 관점에서 투자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20% 정도 손실이 났다고 주식 시장을 저주할 필요도 없고, 20% 정도 수익이 생겼다고 인생이 역전되지도 않으니까.

주가에 투자하거나, 기업에 투자하거나

주식 투자에서 사람들이 쉽게 빠지는 함정 중 하나는 지인에게서 추천을 받을 종목을 매수하거나 오르고 있는 종목을 사거나 하는 행동 같은 것들이다. 심지어 투자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지인에게 추천받은 종목을 ‘확실하다’고 생각하거나, 과하게 상승중인 종목을 ‘더 오를 것’이라고 믿는 광경을 보면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나한테 누군가 그런 이야기를 한다면 그 기업을 쳐다보지도 않고 ‘나는 단호하게 투자는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뭐라고 다른 사람들의 판단을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역시 그럴 수는 없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투자서는 이른바 ‘마법사’ 시리즈인데, 이 책은 진정 다원주의의 끝판왕이라고 할 만한다. 주식 시장에 옳은 세계관은 없다. 주식 시장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는 이유는 서로 다른 세계관과 근거로 거래를 하는 사람들이 모여있기 때문이다. 주식 시장은 그런 곳이다. 그래서 ‘투자는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고’ 잰 채하는 나 같은 사람은 돈을 못 벌고 추천 받아서 사거나 급 상승중인 종목들만 골라 사는 사람들이 큰 돈을 벌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나는 왜 그런 방식의 투자에 반대하는 걸까. 여기에 대한 내 대답은 제목에 있는 그대로이다. 지인 추천이라거나 급상승중인 종목이라거나 그 외의 어떤 방식이건 간에 그런 투자는 ‘주가’에 베팅하고 있는 것이다. 자, 모든 주식의 주가란 것은 오르거나 떨어지거나 반반 확률 게임일 뿐이다. 도박을 시작하자. 그런데 옆에 있는 사람이 이것은 좋은 패라고 훈수를 툭 던진다. 아, 어쩌면 그렇게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주식 시장을 그렇게밖에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정보 우위를 통해서 단기간에 한 탕 확실하게 해먹을 수 있는 도박장 말이다.

의문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정말로 그렇게 주식을 하는 사람들은 정보 우위에 있는가? 지인 추천? 지인이 알려준 확실한 정보? 아니 심지어 그런 정보가 확실하면 확실할 수록 불법적인 거래이지 않은가? 주가 상승은? 오를 만큼 오른 다음에 주식을 사려고 한다면 이미 그 정보가 주가에 다 반영된 것은 아닌가? 더 큰 의문들도 있다. 주식 시장은 그런 정보 우위를 가지고 항상 확실하게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인가? 아주 찰나 동안 그렇다고 해보자.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주가가 올라도 돈을 잃는다. 왜냐면 변동성이 높은 주식은 오르다가도 순식간에 곤두박질 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익절매나 손절매의 기준은 있는가? 그런데 기준만 정해놓으면 뭐하는가? 도박사로서 지인 추천이나 받아서 주식하겠다는 하는 사람들이 그러한 찰나의 타이밍 싸움을 해낼 수 있는 타짜인가? 물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아닐 가능성이 훨씬 더 높을 것이다.

좋다. 백 번 양보해서 그렇게 해서 돈을 벌었다고 해보자. 나는 투자자와 도박가의 진정한 차이가 여기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인류는 이익을 확정 짓기도 전에 주식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소비를 더 많이 할 만큼 멍청하다(The Wealth Effect).1 하물며 정보 우위를 통한 단타를 치는 사람들이 배당이나 재투자 같은 것을 고민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결과는 둘 중 하나다. 소비를 늘리거나, 다시 도박장에 올 것이다. 아니 한 번 벌었는데 왜 두 번은 못 하겠는가? 결국 마틴 게일 베팅을 해서 패가망신에 조금 더 가까워지겠지.

카지노와 주식거래소의 유사성은 놀랍다. 증권 중개인은 딜러에 해당한다. 수수료는 하우스 어드밴티지에 상응하며 증권거래소는 카지노로 볼 수 있다. 주식 거래와 티커 테이프들은 도박 도구들이다. 월스트리트에는 온갖 미신과 근거 없는 구호들, 떠도는 격언들이 난무하는데 도박판 역시 마찬가지다 “주사위 물이 좋다는군”.
— 딜러를 이겨라 264p, 에드워드 소프

도박사에게 ROE는 중요한 개념이 아니다. 도박사의 ROE는 레버리지를 끌어와 잭팟을 터트려 수백, 수천 같이 무한대처럼 보이는 수치가 만들어질 수도 있지만 이는 유지 가능한 수치가 아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주식 시장에 기대하는 게 그런 수익률일지도 모른다.

사람들과 주식투자에 대해 이야기 하다보면, 자신이 만족할만한 연간 수익률이 터무니 없이 높은 (보통 세 자리 수) 경우를 기대하면서도, 그런 수익률이 엄청나게 해내기 어렵다는 자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 기대 수익률을 말하는 사람을 보면, 한 삼년 수학공부하면 필즈 메달 정도는 딸 수 있겠지? 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기분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장기 연평균 수익률이 지수보다 20% 정도 높으면 최고 대가의 반열에 들 수 있고, 대가들조차 까먹는 해도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대가들의 변동성과 기대수익률, 내 백과사전

ROE가 왜 중요하고 20%가 왜 높은 수익률인지를 이해하려면 투자의 맨 바닥부터 공부해야한다. 그래서 투자를 하고 싶다면 바닥부터 시작해야한다. 투자 분야에 좋은 입문서들은 차고 넘친다. 그래서 내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런 것이다. 주식 시장은 주가를 사고 파는 도박장이 아니라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곳이다. 가장 불행한 일은 주가를 사고 돈을 잃고 영원히 이 시장에서 떠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틀리더라도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사지 마세요.2


  1. 인간의 본성은 돈을 벌기에 적합하지 않다. 
  2. 물론 마법사 시리즈에 인터뷰이로 나올 정도의 분들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자산의 평가 가치와 수익 가치, 개인 자산의 총자산수익률(ROA) 구하기

자산관리는 재무상태표를 만드는 데서 시작한다. 자산을 관리하려면 일단 관리할 자산이 얼마인지는 알아야할 것이 아닌가? 후잉을 지지하고 그 외의 가계부 어플리케이션이 불완전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1 하지만 반드시 후잉을 사용해야하는 건 아니다. 자본과 부채의 정의, 자산이 자본과 부채의 합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과 적절히 계정을 나눌 수 있는 능력만 있다면 스프레드시프에서 직접 재무상태표를 만들 수 있다. 또한 개인의 재무상태표는 기업 회계의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 분면 여기에는 많은 논점들이 있지만 적절한 규칙을 세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감가상각과 같은 것들이 기업 회계에서는 필수적이지만, 개인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재무상태표가 완성되면 자산의 전체상이 처음으로 드러난다.

하지만 재무상태표는 시작일 뿐이다. 재무상태표의 계정은 가치 중립적이다. 모든 계정은 숫자로 기록된다는 점에서 동일한 성격을 가진다. 예를 들어 철수 씨의 재무상태표를 생각해보자. 자동차는 자산 계정에 들어갈 수 있다. 감가상각은 하지 않지만 적절하게 3년 후에 매각가능한 가격으로 평가해두었다고 하자. 이 자동차의 가격은 3000만원이다. 철수 씨는 이외에는 3000만원의 예금도 가지고 있고, 시가로 평가한 3000만원의 주식도 가지고 있다. 세 자산은 각각 자동차, 예금, 주식이라는 계정으로 나누어져있다. 재무상태표에서 이 세 자산의 가치는 완전히 동일한 것이다.

이러한 가치를 평가 가치라고 할 수 있다. 개인 회계에서는 이러한 평가 가치를 계산하는 완벽한 공식 같은 것은 없다. 스스로 합리적인 규칙을 정하면 된다. 예를 들어 앞서 자동차의 평가 가치를 3년 후에 매각 가능한 가치로 정했다고 했었다. 이는 자동차를 자신이 구매한 가격으로 파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미래에 지금 매각가능한 중고 가격으로 팔기는 어렵기 때문에 일정 금액을 할인해서 적용한 가격인 셈이다. 그렇다고 기업에서 하는 것처럼 매월 혹은 매년 감가상각을 할 필요는 없다. 예금이나 주식도 마찬가지이다. 예금은 현금에 준하는 자산이라서 비교적 평가하기가 쉽지만, 주식의 경우 역시 평가의 문제가 들어간다. 자산에 따라 평가 기준은 모두 다르다. 하지만 평가가 되기만 하면 재무상태표에 기록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재무 상태표에는 평가 가치만이 기록되지만 자산에는 평가 가치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모든 자산은 수익 가치를 가진다. 이러한 수익 가치를 계산하는 방법 또한 자산에 따라 고유하다. 기업을 평가할 때는 이러한 수익 가치에 대한 평가가 중요하게 여겨진다. 이러한 수익 가치를 평가하는 대표적인 수치로 ROA(총자산 이익률)와 ROE(자기자본이익률)가 있다. 총자산이익률은 당기순이익을 부채와 자본을 합한 자산으로 나눠준 값이다. 이는 자산의 생산성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ROE는 당기순이익을 자본으로 나눠준 값이다. 이는 자본의 생산성을 보여준다.

이는 개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지만 한 가지 중요한 차이를 인지할 필요가 있다. 개인이 1년간 벌어들인 돈의 대부분은 노동 소득에 해당한다. 노동 소득은 한 개인이 가진 자본과 거의 상관성이 없을 것이다. 왜냐면 부모에게 100억을 물려받은 사람의 연봉이 3000만원일 수도 있고, 아주 능력이 있어서 초봉을 1억 가까이 받았지만 모아놓은 돈은 전혀 없는 사람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할 수익은 노동 소득을 제외한 소득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금융 소득이나 자산과 일정한 관계를 가지는 소극적 소득이 이에 해당한다. 즉, 전체소득 - 노동소득 = 당기순이익으로 계산해야한다. 따라서 이 당기순이익을 자산이나 자본으로 나눠주면 곧바로 ROA나 ROE가 계산된다.

철수 씨의 예로 돌아가보자. 철수 씨는 자동차, 예금, 주식을 각각 3000만원씩 가지고 있다. 부채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으므로 ROA만 계산해보자. 당기순이익이 10만원이라고 해보자. 철수 씨의 ROA는 100,000 / 90,000,000 = 0.11%이다. 아주 낮다. 기업의 ROA나 ROE를 계산하는 이유는 전체 자산이나 자본에 비해서 얼마나 생산적인지를 파악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개인의 경우 모든 자산 계정의 고유한 수익률을 파악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가중평균으로 ROA나 ROE를 계산하는 것이 가능하다. 10만원이 어떻게 계산된 값인지를 자산 별로 나눠서 생각해보자. 먼저 예금의 이자율을 2%로 가정하자. 예금의 수익은 60만원이 된다. 주식의 (배당을 포함한) 수익률을 5%로 가정하자. 주식의 수익은 150만원이 된다. 그리고 자동차의 유지비가 1년간 200만원2이 들었다고 해보자. 이 세 자산의 수익에 대한 가중평균이 바로 (1.02*0.333..)+(1.05*0.333..)+(0.933*0.333..)=0.11%이다.3

앞서 이야기했듯이 각 계정은 고유한 수익 가치를 가진다. 수익 가치는 기대 수익률과 변동성으로 표현될 수 있지만 정확하게 평가 가치로 환산되지는 않는다. 이러한 수익 가치는 평가 가치와는 별도로 파악해야만 한다. 또한 어떤 자산은 수익을 내지만 어떤 자산은 유지비가 든다. 철수 씨의 예에서 예금은 명백하게 수익을 낸다.4 자동차는 유지비가 든다. 주식은 배당이 발생할 경우 수익을 내지만 매매차익은 이익이 날수도 있고 손실이 날 수도 있다.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고려해야한다. 자동차는 유지비가 들지만 반드시 나쁜 자산인 것은 아니다. 자산의 가치는 수익성과 효용으로 결정되는데 자동차는 효용이 높은 자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익 가치 면에서 분명히 좋은 자산은 아니다. 이와 같이 세 자산의 평가 가치는 같지만 수익 가치는 완전히 다르다.

이렇듯 전체 자산을 고려할 때 ROA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은 막을 수 없다. 왜냐면 수익에 기여하지 않는 자산이 ROA를 깎아먹기 때문이다. 필요에 따라서 전체 자산에 대한 수익률을 계산하기보다, (생산성이 있는) 금융 자산에 대해서만 수익률을 계산할 수도 있다. 이를 ROFA(Return On Financial Assets)라고 정의하자. 이를 계산해보면 (1.02*0.5)+(1.05*0.5)=3.5%가 된다. 앞서 계산한 ROA보다 무려 35배가 높다. 하지만 이에 기여하는 자산은 6,0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이러한 방식을 사용한다면 수익율은 높아지지만 소득에 기여하는 자산이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다.

자, 이제 자산 관리의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평가 가치의 파악은 자산 관리의 시작에 불과하다. 그 다음으로 이루어져야하는 작업은 정량적이든 정성적인 방법이든 모든 자산의 수익 가치에 대한 이해와 판단이다. 이 작업이 이루어져야만 어떤 자산을 더 보유할 것이고, 어떤 자산을 덜 보유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ROFA와 ROA 두 가지 관점에서 이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ROFA 관점에서 살펴본다면 1. 금융자산을 늘려야하고, 2. (목표수익률에 기반해서) 금융 자산들의 관계를 고려해 생산성이 높고 변동성이 낮은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앞선 글 노동 자산의 가치 계산하기, 투자를 배워야하는 이유에서 이야기한대로 금융자산의 총액은 곧 A(종잣돈)가 된다. 그리고 금융자산의 수익률이 곧 노동자산의 가치를 계산하는 수익률(r)이 된다.5 또한 지속적으로 사전적인 평가와 사후적인 평가를 하고 자산을 리밸런싱해야한다. 단기적으로 ROFA는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ROFA는 양의 값이 되어야만 한다. 물론 이게 쉬운 일은 아니다. ROFA를 관리하는 분야를 바로 투자라고 부른다. (뒤에서 얘기하겠지만 투자만 잘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ROA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결국에 돈이 돈을 벌기 위해서는 ROA가 높아야만 한다. ROFA가 높더라도 ROA가 마이너스라면 자산을 유지하기 위해 쓰는 돈이 더 많다는 이야기가 된다. ROA의 공식을 생산성이 있는 자산과 없는 자산으로 나눠서 생각해보자. ROA = 생산성이 있는 자산의 비율 * 수익률 + 생산성이 없는 자산의 비율 * 수익률. 생산성이 없는 자산은 수익률이 0이거나 손실을 낸다. 현금을 0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을 생각하면 현금조차도 손실을 낸다고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ROA는 항상 ROFA보다 낮고6, 모든 자산이 (생산성이 있는) 금융 자산인 경우에만 ROFA와 같아진다. 자산 관리의 목표는 ROA를 최대한 ROFA와 같아지도록 끌어올리는 일이다. 공식을 놓고 보면 할 수 있는 일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가장 좋은 건 생산성이 없는 자산의 비율을 줄이고 생산성이 있는 자산의 비율을 늘리는 일이다. 그 다음으로 생산성이 없는 자산의 손실(유지비)을 줄여야한다. ROFA를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앞의 두 가지는 스스로의 결단에 의해서 이루어질 수 있지만, ROFA를 원하는 만큼 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ROFA가 높다는 것은 투자는 잘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ROA가 양수가 되도록 일정 이상의 비율을 금액을 투자하는 것이다.

여기서 고려하지 않은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이자 비용이다. 부채에 의해 증가한 자산에 대해서는 이자비용을 고려해서 수익률을 계산해야한다. 생산성이 있는 자산의 경우 이자율보다 높은 수익율은 내야만 가치가 있다. 생산성이 없는 자산을 부채로 늘린다면 ROA를 2중으로 낮추는 역할을 하게 된다. 왜냐하면 이자 비용을 내고, 유지비까지 내야하기 때문이다. 부채로 유지비가 드는 내구재를 늘리는 것은 ROA 관점에서는 최악의 결정이다. 로버트 키요사키는 가난해지고 싶다면 부채를 사라고 이야기한다.

이제 자산과 부채의 정의를 그림으로 파악했으니 내 설명이 훨씬 쉽게 이해될 것이다. 자산은 우리의 지갑에 돈을 넣어주는 것이다. 부채는 우리의 지갑에서 돈을 빼 가는 것이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은 이게 전부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자산을 사라. 가난한 사람이나 중산층에 머물고 싶다면 부채를 사라.
—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2장 왜 금융 지식을 배워야 하는가, 로버트 키요사키

중산층의 현금 흐름

중산층의 현금 흐름

이렇듯 자산 관리는 평가 가치의 파악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모든 자산에 대한 수익 가치의 가중 평균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이어져야한다.


  1. 특히 단식부기 가계부는 재무상태표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 이런 가계부를 10년 써도 내 자산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2. 나는 자동차가 없어서 실제 유지비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다음 글을 참고해서 좀 더 낮게 정했다. 여기에 부채에 의한 자산이라선 이자 비용이 추가로 들 것이다. 삼성화재 – 자동차 구매 시 확인 필수! 차량 유지비 얼마나 들까? 
  3. ROA를 계산할 때 기초의 자산으로 계산했다. 이 값은 기초나 기말, 혹은 기초와 기말의 평균을 사용하기도 한다. 
  4. 비록 실질이자율이 마이너스일지라도… 명목가치로는 수익이 난다. 
  5. 여기서 노동자산을 계산하는 r을 ROFA를 사용한다면 종잣돈은 금융자산이 되고, ROA를 사용한다면 전체 자산이 되어야한다. 
  6. 여기에는 장기적으로 ROFA가 양의 값이라는 가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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