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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월급명세서가 알려주지 않는 이야기

그럼 그런 나라 노인들은 뭘 그렇게 잘해서 다들 부자들이고 우리나라 노인들은 뭘 잘못했길래 그렇게 소득이 없냐하면 그건 나라에서 주는 연금이 있냐 없냐 그 차이입니다.
손에 잡히는 경제 2020년 5월 19일(화)


제대로 마무리를 못 지은 것 같아서, 월급명세서가 알려주지 않는 이야기: 자산 관점에서의 근로소득 조금 보충.

다음에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고 싶은 주제인데, 자산은 입체적이다. 부자 순위를 매긴다고 가장 현금을 많이 가진 사람들을 순서대로 늘어놓지는 않는다. 현금은 부의 일부분만을 보여줄뿐이다. 월급 명세서의 이면을 이해하는 게 중요한 이유는 부의 다른 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예로 월급이 같은 4대 보험도 없고, 퇴직금도 없는 프리랜서 A 씨와 직장인 B 씨를 생각해보자. 실수령액이 356만원으로 같다고 할 때, 자산 관점에서 A 씨는 정말 현금 356만원을 받는 것으로 끝이지만, B 씨는 한 달에 실질적으로 439만원을 번다. 23% 차이가 난다. 당장에 손에 쥐어지는 현금은 차이가 없지만, 1. 퇴직시점, 2. 국민연금 수급 시점이 되면 이 차이는 “실질적인 차이”로 되돌아온다.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이러한 차이를 매우려면 직장인보다는 더 많인 돈을 받아야만 하고, 따로 국민연금을 적립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자영업자 C 씨의 손에 쥐어지는 356만원은 계산법이 또 다를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거의 보이지도 않고, 비교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국민연금을 최대한 납입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서 현금 유입을 최대화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그 현금으로 국민연금 이상의 가치를 재생산해낼 수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 차이는 장기적으로는 반드시 드러난다.


현금과 퇴직연금의 차이에 대해서 조금 더 생각해보자. 현금, 국민연금, 퇴직연금은 모두 자산이라고 할 수 있지만 같은 돈은 아니다. 이 돈 주머니들은 각각의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퇴직연금을 받는 IRP 계좌의 경우 글에서 다양한 세금 혜택이 주어진다는 특징이 있다. 그런데 이 계좌를 연금으로 받기 전에 해지한다면, 지금까지 받은 혜택에 대한 패널티를 물어야한다. 더 나아가 이 결정은 비가역적이다. 한 번 IRP를 깨고 나면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건 불가능하다. 이게 바로 퇴직연금이라는 돈 주머니의 특징이다.

즉, IRP는 애시당초에 소비에 유리한 계좌가 아닌 것이다. 소비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돈 주머니를 변경하는 데 따른 마찰비용(Friction cost)을 고려해야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러한 결정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어떤 선택이 더 옳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소비를 위해 마찰비용을 감수하는 게 거의 확실하게 마찰비용만큼 손실을 보는 일이다. 소비를 위해 별도로 현금을 저축한다면, 이 마찰비용만큼 고스란히 내 계좌에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합리적인 선택일 뿐이다.


프리랜서 C 씨는 매월 400만원을 받지만 4대 보험이나 퇴직연금은 없다. 앞서 이야기한 직장인 B 씨는 매월 356만원을 번다. B 씨와 C 씨를 비교할 때 B 씨가 사실은 더 많이 번다는 주장은 일견 황당해보일지도 모른다. 소위 말하는 정신승리처럼 보인다. 그런데 어떤 것이 정신승리인지, 실질적 차이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의외로 정신의 영역이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의 주가가 떨어져서 추가 매수를 할 때 싸졌다는 게 이유라면 물타기고, 논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다면 안전마진이다. 겉으로 보이는 행동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자산에 있어서는 이 정신의 영역이 바로 타임 호라이즌이다. 타임 호라이즌이란 투자의 기간을 얼마나 길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의미한다. 투자 기간이 1년 정도라고 생각해보자. 이 기간 동안에 B 씨가 비유동자산(퇴직연금과 국민연금 등)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따라서 어차피 현금이 더 많이 들어오고 소비에 여유가 있는 C 씨가 실질적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타임 호라이즌을 30년으로 바꾸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C 씨는 30년간 총 144,000만원의 자산을 벌지만, B 씨는 152,280만원을 번다. 더욱이 퇴직연금이나 국민연금으로 되돌아오는 금액은 납입한 금액 이상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나아가 임금상승률이 같다고 가정하면 이 차이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여기서의 차이는 단지 투자를 고려하는 기간이 1년이냐 30년이냐의 차이밖에 없다. 같은 현금이 손에 쥐어지는 프리랜서 A 씨의 경우 128,160만원으로 차이가 더 벌어진다.

타임 호라이즌이 1년인 사람에게 B 씨가 C 씨보다 더 돈을 많이 번다는 명제는 정신승리지만, 타임 호라이즌이 30년이라면 이 명제는 둘의 실질적인 차이를 드러내는 문장이다. 멀리 바라보면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물론 이건 하나의 시나리오일 뿐이지 절대적인 결과는 아니다. C 씨가 더 나은 현금 유동성을 바탕으로 투자를 잘해서 더 큰 돈을 벌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임 호라이즌을 길게 잡으면, 상한을 높이는 것보다, 하한을 높이는 게 더 유리하다는 걸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월급명세서가 알려주지 않는 이야기: 자산 관점에서의 근로소득

연봉이 1억이라도 실수령액이 600만원 언저리라는 얘기는 여기저기서 듣게 되는 것 같다. A씨의 연봉이 1억이라고 해보자. 사람인의 연봉 계산기에서 A 씨의 실수령액을 계산해보면 다음과 같다.

6,580,153원. 2018년 기준 직장인 1858만명의 평균 급여는 3647만원이며, 연봉 1억이 넘는 직장인은 80만명으로 전체 직장인의 4.3%라고 한다.1 연봉 1억이면 직장인 중에서는 분명 상위권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그 경계선 상에 있는 사람의 통장에 매달 찍히는 금액이 658만원이다. 많다면 많지만, 막상 엄청 많아보이지도 않는다.

1억을 단순히 12달로 나누면 833만원이 된다. 833만원과 658만원 사이에는 175만원이 있다. 이 175만원이 바로 표에 나타나있는 공제액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국민연금 218,700원, 건강보험 274,580원, 장기요양 28,140원, 고용보험 65,860원, 소득세 1,059,910원, 지방소득세 105,990원이 이에 해당한다. 소득세와 지방소득세만 100만원이 넘어가는데, 말이 100만원이지 연봉 3000만원 정도 받는 사람의 실수령이 224만원 정도라는 걸 생각하면 어마무시한 금액이다. 퍼센트로 계산하면 대략 14% 정도이니 이걸 보면 직장인 월급은 유리지갑이라는 말이 현실로 와닿는다.

하지만 실수령이라는 게 적절한 숫자인지에 대해서 조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공제에 포함되는 항목들을 살펴보면 국민연금, 건강보험, 장기요양, 고용보험, 소득세(+ 지방소득세)가 있다. 이 중에 건강보험, 장기요양, 고용보험은 비용성 항목이다. 그럼 이제 남는 건 국민연금과 소득세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국민연금은 단기적으로는 비용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연금이다. 예를 들어 B 씨는 어떤 이유로 국민연금을 내지 않는다. 이 경우 B 씨의 실수령액은 A 씨가 내는 국민연금만큼 많을 것이다. 1년을 놓고 본다면 A 씨가 국민연금을 내서 얻는 실익은 전혀없다. 그래서 단기적으로 보면 국민연금은 비용인 것이다. 하지만 생애주기 전체를 놓고 본다면, A 씨는 65세 이후에 국민연금으로 납입한 금액을 납입한 금액 이상으로 돌려받을 것이고, B 씨는 받을 돈이 없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보면 연금이다. 그런데 장기적으로 보면 A 씨와 B 씨 사이에는 국민연금 이상의 차이가 벌어진다. 왜냐하면 국민연금의 절반은 회사에서 내야하기 때문이다. 즉 A 씨의 공제액은 218,700원이지만, 실제로 A 씨가 국민연금에 납입하는 금액은 437,400원이다.2 A 씨가 따로 아무것도 하지않아도 미래 소득을 위해 437,400원이 저축되고 있는 셈이다. 단지 유동성이 없을 뿐이다.

내가 실수령이 적절한 숫자인지 의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기업의 자산은 크게 유동자산과 비유동자산으로 분류한다. 유동자산은 1년 이내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의미하며, 비유동자산은 1년 이내에 현금화할 수 없는 자산을 의미한다. 자신은 매우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는 유동자산이 아니라해서 그 자산이 자산이 아닌 것은 아니다. 실수령액은 현금주의에 기반하기 때문에 국민연금을 현금의 감소(공제액)로 처리해버리는데, 발생주의 관점에서 보면 국민연금은 사라지는 돈이 아니라 비유동자산 계정에 쌓이는 돈이다. 심지어 납입하는 금액의 2배가 쌓인다.

다음으로 소득세를 보자. 앞서 소득세가 대략 월급의 14% 정도라고 이야기했는데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 월급에서 공제하는 금액은 정확하지 않다. 대충 적당히 떼어간 다음에 연말정산을 통해서 정확한 금액을 계산한다. A 씨가 내야하는 세금은 소득세율표로 계산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소득세율은 다음표와 같다.

이 표를 A씨의 소득세가 35%라고 생각했다면, 소득세에 대해서 조금 더 찾아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 나온 소득세율은 한계세율이라서, 구간별로 따로 계산해서 더해줘야한다. A 씨의 경우 1200(만원)*0.06 + 3400*0.15 + 4200*0.24 + 1200*0.35=2100 즉 2,010만원이 된다. 이걸 평균세액 혹은 산출세액이라고 한다. 그런데 연봉이 1억이라고 1억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게 아니라 1억원에서 소득공제를 빼고 그 금액에 대해서 세금을 계산한다. 예를 들어 근로자라는 이유만으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1500만원 정도가 소득에서 공제되기 때문에 1억원을 기준으로 세금을 내는 경우는 없다. 구간별 실효세율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못 찾았는데 2013년 기준 1억-1억 천만원 구간의 실효세율은 10% 전후로 정도로 예상된다.3 10%로 계산해보면 83만원이 된다. A씨가 납입한 소득세는 116만원이었으니 33만 5천원의 차액이 발생한다. 이 계산대로라면 연말 정산을 통해서 400만원 정도의 금액을 돌려받게 된다.

연말정산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자료를 참고.

급여명세서에는 보여주지 않는 중요한 항목이 하나 있다. 바로 퇴직연금이다.4 월급명세서에 보이지 않아서 퇴직연금을 갑자기 생기는 목독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 데 절대로 그렇지 않다. 법적으로 퇴직금은 기업에게는 부채로 적립된다. 그 말은 시점의 차이만 있을 뿐 내가 나중에 돌려받아야할 돈이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갑자기 생기는 목돈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누적되고 있는 돈이라고 생각해야한다. 나는 이러한 이유로 최종 금액의 유불리와는 무관하게 재직중에 정산이 이루어지는 DB형보다 DC형 연금을 더 낫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퇴직연금을 급여명세서에서 보여주지 않는 이유는 미리 금액이 확정이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월급의 1/12를 계산해서 최소 금액을 산정할 수 있다. A 씨의 경우 833만원을 12달로 나누면 대략 70만원 정도가 된다.

이제 A 씨의 실수령액이 아니라, 자산 관점에서 A씨의 월급을 다시 계산해보자. 현금으로 들어오는 돈은 그대로 6,580,153원(ㄱ)이다. 국민연금은 직접 납입한 돈과 회사가 납입한 돈을 합쳐서 437,400원(ㄴ)이다. 다음으로 실효세율로 계산한 소득세를 833,333원이라고 하면 332,567원(ㄷ)의 차액(돌려받을 돈)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퇴직금은 최소 694,444원(ㄷ)이다. 이를 모두 더하면 ㄱ+ㄴ+ㄷ+ㄹ=8,044,564원이 된다. 1억을 12달로 나눈 833만원보다 조금 적다. 계산해보면 자산 관점에서는 실수령액 대비 22.22%가 많고, 계약 연봉보다 3.5%  적게 받는 셈이다.


연봉이 5,000만원인 C 씨의 경우도 같은 방식으로 생각해보자. 연봉이 5,000만원 정도면 사실상 실효세율이 높지 않다. 여기서는 3% 정도를 가정한다.

  • 실수령액 = 3,560,106원
  • 국민연금 = 365,980원
  • 소득세(실효세율 3%) 차액=116,520원
  • 퇴직연금 = 296,675원

이를 모두 더해주면 4,339,281원이 된다. 이는 실수령 대비 21.88% 많고, 계약 연봉 대비는 4% 적은 금액이다. 실수령액을 전부 소진해도 일을 하고 있으면 사실 100만원 정도의 자산이 쌓이고 있는 셈이다. (실수령액 기준) 저축성향이 33%라고 한다면 이 사람은 매월 3460106*0.33+365980+116520+296675, 약 191만원을 저축하는 셈이다.


실수령액은 기업 관점에서 보면 현금흐름에 해당한다. 현금흐름은 철저히 현금에 기반한다. 하지만 현대적 회계에 있어서 현금흐름이 보조적 지표라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회계는 비단 부작용이 있더라도 철저히 발생주의에 기반한다. 그리고 그게 더 정확하다. 개인적으로 제무재표로 보면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가 메인이고, 현금흐름표는 보조하는 역할을 하지 그 반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왜 실수령액이 아니라 자산 관점에서 월급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한 걸까?

첫 번째로 잘못된 정보로 인한 잘못된 의사결정을 막을 수 있다. 회계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기업 내부에 있는 사람에게는 의사결정에 근거를 제공하기 위함이고, 기업 외부의 (예비) 투자자에게는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일이다. 이는 개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자산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만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다시 C 씨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C 씨는 첫 직장에서 연봉 5,000만원에 3년간 일하고 퇴직연금으로 1,500만원을 받았다. 이름도 처음 듣는 IRP에 퇴직연금을 받아서 바로 깬 다음에 1개월 간 유럽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5개월 정도를 쉬고, 다시 취업한다.

1,500만원을 여행을 가는 건 큰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이 돈이 갑자기 생긴 돈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적립된 저축이라고 생각한다면, 소비에 앞서 이 돈을 어떻게 운용할지에 대해서 미리 계획을 세워보는 것이 좋다. 법적으로 현재 퇴직연금은 IRP로 받게 되어있는데, IRP를 계속 운용해서 퇴직연금으로 수령할 경우 여러가지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세금 혜택을 받기 위해 IRP에 추가 납입하는 경우도 많은데, 굳이 퇴직소득세를 내가며 IRP를 해지하고 그 돈으로 여행을 가는 것은 좋은 선택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급하게 돈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퇴직연급을 해지하기보다는 따로 돈을 모아서 여행을 가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기회 비용을 생각해보자. 기존 연봉을 기준으로 실수령액으로 휴직 기간 동안의 기회비용을 생각해보면 저축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실수령액 기준) 저축성향을 33%로 계산한다면 685만원을 저축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지는 셈이다. 실제로는 첫 1개월 간 여행비로 1,5000만원, 나머지 5개월간 생활비로 1,000만원을 쓰면, 총 2,500만원이 마이너스가 된다. 여기에 저축할 수 있었던 금액을 더하면 3,185만원이 된다. 여기에 국민연금과 퇴직연금도 쌓이지 않으므로 397만원을 더하면 총 기회비용은 3,582만원이 된다. 단, 6개월만에 3,582만원 차이가 벌어진다. 여행비를 빼더라도 같은 조건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과 저축을 못한 685만원이 아니라, 2천만원 가까운  차이가 벌어진다. 이렇게 계산해보면, 장기간 휴직을 할 수가 없어진다… 😰

두 번째로 근로소득자로서 의외로(?) 많은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위함이다. 바로 이전 글 저축, 투자, 그리고 사건: 개인의 자산은 어떤 궤적으로 불어날까에서 시나리오를 만들 때 저축 금액을 연 2천만원으로 잡았다. 2천만원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그런데 내가 글에서 제시한 2천만원은 모든 순자산 증가를 포함하는 금액이다. 이 글의 A 씨와 C 씨의 경우 국민연금과 퇴직연금만 계산해도 각각 1,359만원, 795만원이 된다. C씨의 경우 월급(실수령액)의 33% 정도를 저축하면 1,409만원(ㄱ), 소득세 환급 139만원(ㄴ), 퇴직연금 356만원(ㄷ)을 더하면 1,904만원이 된다. 국민연금은 유동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제외시켰지만, 이것만으로도 매년 거의 2천만원의 순자산이 증가한다. 이 금액의 차이는 자산 관점에서는 실질적인 차이이다. 순자산 2천만원 증가는 결코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몇 백만원으로 주식 투자하면서 투자 수익률에 목맬 필요가 없다. 투자나 투자수익률은 그 다음 문제이다.5


  1. 국세청이 밝힌 지난해 억대 연봉자 수는, 경향신문, 2019. 12. 27. 
  2. 국민연금 납입액은 소득월액의 9%로 정해지며 최대 소득월액은 486만원이다. 따라서 1억원을 버는 A 씨는 매월 최대 금액을 납입하는 셈이다.
  3. 연봉이 1억원에 가까워지면 소득공제와 세액공제가 정말 중요해지는데, 받을 수 혜택은 오히려 줄어들기 때문에 세금이 급속하게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4. 사람인 연봉 계산기에는 퇴직금 포함 기능이 들어있다. 
  5. 투자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자산이 늘어났을 때 자산의 증가속도(ROE)를 높게 유지하는 역할이다. 수익률이 고정된 저축의 ROE는 장기적으로 반드시 떨어진다. 하지만 투자 자산이 일정 수준이 되기 전에는 저축이 투자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저축, 투자, 그리고 사건: 개인의 자산은 어떤 궤적으로 불어날까

투자에 있어서 종잣돈이나 투자 수익률은 매우 중요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투자를 시작하기 위해 1억원의 종잣돈을 모았다고 해보자. 1억원을 똭 모으고 나면 이제는 주식 투자만 하면 되는 건가? 종잣돈을 모았으니, 투자 수익률만 잘 내면 부자가 될 수 있을까?


A씨는 0기 시점에 원금은 1억이고 복리 수익률 7%, 투자 기간을 30년이라고 해보자. 약간의 싸이클을 가미한 자산 추이 그래프는 다음과 같다. (단위는 백만원, 만원 아님.)

30기의 자산은 약 9억 2천만원이 된다. 오직 1억원으로만 투자한 성과이며 추가적인 투자금의 투입은 없었다. 이 정도면 나빠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단순히 저축만 하는 경우와 비교하면 어떨까? 투자를 전혀 하지 않고 저축만 매년 하는 B씨를 생각해보자. 이자는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매년 2,000만원씩 자산이 늘어나기만 한다. A씨(투자 7%)와 B씨(저축)의 경우를 그래프로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30년간 대부분의 구간에서 B씨가 앞서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A씨가 B씨를 확실하게 넘어서는 시점은 약 28기이다. 더욱이 이자를 고려하면 실제로는 위의 그래프보다 더 유리해진다. 저축 금액에 대해서 2%의 이자 수익을 가정해보자.

이 경우 30기의 자산은 약 10억원이 되며, A 씨는 단 한 번도 B 씨의 자산을 앞서지 못 한다. 투자에 자신이 없다면 충분한 금액을 단순히 저축하기만 해도 큰 돈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건 단순한 시뮬레이션이기 때문에 변수들을 조정해서 서로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 종잣돈이 수십 억 쯤 되지 않으며, 2. 투자 기간이 충분히 긴 경우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이 투자가 아니라 저축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멍거: 저축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을 도와줄 방법이 없습니다.
버핏: 어린 시절부터 저축 습관을 키워야합니다. 그러면 인생이 엄청나게 달라집니다.
2015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 Q&A 중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저축과 투자를 병행하는 것이다. 매년 2,000만원씩 저축하면서, 7%의 수익률을 내는 C씨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단순 시뮬레이션으로 보면 30기의 자산이 30억원에 달한다. 투자만 하거나(A씨) 저축만 하는 경우(B씨) 보다 약 3배 정도 큰 금액이 모인다. 또한 그래프만 보더라도 단 한 번도 A씨나 B씨에 뒤쳐지는 경우가 없다. 또한 B 씨의 경우는 순 자산이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가 6번 발생하는데, C 씨의 경우는 3번밖에 발생하지 않는다. C씨는 투자 수익률이 낮은 해에도 2,000만원의 저축이 있기 때문에 순자산은 거의 항상 증가하기만 한다. 후반부의 손실도 투자 금액이 커졌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이전 글 ‘자산 형성기에는 투자보다 저축이 중요하다‘와 ‘자산 형성기의 투자 수익률과 순자산 증가‘에서도 주장했던 바이지만, 개인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투자 수익률이 아니다. 순자산 증가율이 투자 수익률보다 압도적으로 중요하다. 저축(혹은 새로운 투자금 투입)은 투자 손실에 대한 순자산 감소를 방어해주고, 투자 수익이 날 때는 순자산 증가를 극대화한다. 그래서 저축은 투자와 함께 갈 때 그 가치가 더욱 빛이난다.


어떤 사람들은 돈을 버는 저축이나 투자보다 사건을 통해서 돈을 버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사건이라고 하는 것은 아주 짧은 기간 동안에 큰 돈을 버는 경우를 말한다. 사업이 단기간에 대박이 날 수도 있고, 로또 분양에 당첨되거나, 도박을 해서 한 방이 터지거나, 복권에 당첨이 되거나, 스톡옵션이나 비상장 주식의 평가 가치가 크게 상승하는 경우가 그렇다.

D씨는 오직 사건을 통해서만 돈을 벌고자 한다. 이를 위해 매년 1,000만원 정도의 돈을 투입한다. 적당한 상상력을 통해서 사건을 임의로 만들어보자. D씨가 6기에 2억을 벌었다고 가정하면, 직전년도에 넣은 돈 1,000만원을 기준으로 하면 20배의 수익이고, 1기부터 5기까지 넣은 돈을 기준으로 하면 투자금 대비 4배의 수익이다. 14기에는 3억원을 버는 사건이 발생했다(전기 기준 30배, 투자금 대비 4.3배). 그리고 22기에 5억원을 버는 사건이 발생했다(전기 기준 50배, 투자금 대비 6.3배). 이를 그래프로 그려보자.

돈은 꾸준히 줄어들지만 적절한 시기에 사건이 발생하기만 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 이 시나리오에서 D 씨의 최종 자산은 8억원이지만, 사건의 크기와 확률에 따라서 D씨의 자산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사건이 한 번도 발생하지 않는다면 최종 자산은 마이너스가 될 것이다.

사건을 추구할 때도 저축은 여전히 강력한 방어 수단이 되어줄 수 있다. E 씨는 D 씨와 완전히 같은 방식의 투자를 하지만 매년 2,000만원을 투자한다. 따라서 D 씨는 매년 사건을 위한 투자로 1,000만원이 줄어들지만, E 씨는 사건을 위한 투자를 하고도 1,000만원이 늘어난다.

E 씨의 30기 자산은 14억원이 된다. D 씨와는 정확히 저축 금액 6억원 만큼 차이가 난다. 사건을 통해서 얻은 수익이 없다면 E 씨는 -2억, D 씨는 4억의 자산이 남는다. 결국 모든 경우에 하한선은 저축이 결정한다.

이번엔 저축과 투자 그리고 사건을 모두 병행하는 F 씨를 생각해보자. 저축과 투자를 병행하는 C 씨와 비교하는 경우 실질적인 저축액은 더 적지만 사건을 통해서 자산이 빠르게 늘어나고 이를 다시 다시 투자해 자산의 증가속도가 더욱 빨라진다.

따라서 사건이 처음 발생한다고 가정한 6기 이후에는 모든 구간에서 F 씨가 C 씨를 앞선다. 반면에 사건과 저축을 조합한 E 씨의 경우 대부분의 시기에 C 씨에게도 뒤쳐진다. 결과적으로 F 씨의 30기 자산은 50억이 된다.

즉, 사건은 독립적으로 추구해야할 것이 아니라, 저축, 투자와 병행되었을 때 순자산 증가분이 극대화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부자가 되기 위한 전략: 투자, 그리고 사건의 가능성을 열어놓기‘에서 이야기한 바 있다.


가끔 투자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보면 저축을 과소평가하거나 사건을 과대평가 하는 경우를 만나곤 한다. 혹은 투자를 단기간에 자산을 몇 배 불릴 수 있는 사건으로 이해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이러한 차이가 투자 기간과 투자 목적의 차이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투자 기간이 지나치게 짧은 경우 단기간에 큰 수익률을 올리는 게 중요해진다. 따라서 종잣돈과 투자수익률이 투자 결과를 결정하는 모든 것이 되어버린다. 즉, 단기 투자자의 투자 성과의 함수는 f(종잣돈, 투자수익률)이 된다. 짧은 기간의 투자 수익이란 종잣돈 * 투자수익률으로 단순화되기 때문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니까 투자 기간이 짧다면 말이다. 심지어 이런 경우는 대부분 투자 목적이 순자산의 극대화인 경우보다 소비의 극대화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큰 수익을 내더라도 순자산이 늘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반면에 충분히 긴 시간(최소 10년에서 길게보면 평생)에 걸쳐 순자산의 극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에게는 저축, 투자수익률 그리고 사건이 모두 중요하다. 장기투자자가 투자 과정에서 충분한 저축을 하고 있다면 종잣돈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게 되어있다. 따라서 장기투자자의 성과함수는 f(투자기간, 저축성향, 투자수익률, 사건의 발생확률; 종잣돈)이 된다. 여기서 투자수익률은 단기 투자자가 기대하는 숫자보다 훨씬 더 합리적일 수 있다. 이 글에서 기준이 되는 7% 수익률도 낮은 수익률은 아니지만, 단기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수익률보다는 훨씬 더 합리적인 수익률이다.

저축, 투자, 사건 이 3가지가 장기간에 걸쳐 적절히 조합되었을 때 단기에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부를 축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제일 중요한 건 시간이고, 시간을 이해하면 합리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다. 혹은 충분히 합리적인 미래 예측을 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모든 경우를 한 번에 살펴보자(아래는 로그 스케일).

“돈을 잃는 것보다 기회를 잃는 게 낫다”

얼마 전 투자 중인 회사에서 유상증자를 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별다른 근거없이 조바심이 나는 상태였다. 좋아하는 회사였고 기회가 있다면 더 투자를 하고 싶다고 생각해왔는데, 문제는 앞으로 몇 달간 크게 돈이 나갈 일들이 겹쳐있어서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마침 지인 분들과 모여서 유상증자에 참여할 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눴는데 결과적으로 투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아주 정교한 밸류에이션 도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차분하게 바라보니 해당 기업의 소비자 유입 경로나 경제적 해자가 불투명해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미 투자를 했기 때문에 기업이 잘 되면 잘 되는대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데, 굳이 이 이상의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고 결론내렸다. 투자를 하고 싶었던 또 다른 이유도 있었는데, 생각해보면 그것도 합리적인 이유는 아니었다.


기회라는 것은 오묘하다. 좋은 기회라는 것은 자주 오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기회를 잡으라”는 충고는 유효하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기회는 한시적이고 베타적이라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기회는 대부분의 경우 한시적이기 때문에 지금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바로 이 특성이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중요한 건 한시성이 아니라 이 기회가 정말로 좋은 기회인가 하는 점이다. 가끔씩은 한시성 자체가 기회를 돋보이게 만든다. 예를 들어 홈쇼핑은 정확히 그러한 기회의 비합리성에 호소하는 매체이다. 따라서 한시성만으로 판단하면 비합리적인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요한 건 얼마나 한시적이거나 드문지가 아니라 미래에 이 결정으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결과의 확률 분포가 나에게 유리한지이다. 나아가 기회는 베타적이라 어떤 선택을 하는 순간 다른 기회들은 포기해야한다. 잠시 후에 명백하게 더 좋은 기회가 오더라도 그 기회를 잡을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케빈 달리는 돈을 잃는 것보다 기회를 놓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잭 슈웨거: 펀드 설립 후 심각한 베어마켓을 두 번이나 겪으시면서 매수 포지션 중심의 익스포저로 어떻게 손실을 제한하실 수 있었던 거죠?
케빈 달리: 저는 다양한 경기지표를 주목합니다. 그중에는 한 주 동안의 철도물동량처럼 남들은 잘 모르는 자료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표가 경기위축을 나타낼 때는 익스포저를 줄입니다. 그래도 걱정이 되면 포지션의 거의 대부분을 현금화합니다. 덕분에 2002년과 2008년의 베어마켓을 견뎌내기가 쉬웠습니다. 하지만 2010년에는 조심스러운 접근방법이 오히려 수익 감소로 이어졌습니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고 판단해서 상당한 주식을 매도했는데 연방준비위원회가 Q2(2차 양적완화)를 실시했고, 주가는 급등했습니다. 2010년 13.3%의 순수익을 올렸지만, 경제에 대한 우려 때문에 포지션을 청산하지 않았더라면 더 높은 수익을 올렸을 겁니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습니다. 돈을 잃는 것보다는 기회를 놓치는 편이 낫기 때문입니다.

헤지펀드 시장의 마법사들: 케빈 달리 인터뷰, Jack D. Schwager 저

질투심과 후회는 판단을 그르치게 만든다. 사후적인 결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선택하는 시점에서) 미래에 기대할 수 있는 결과의 확률 분포이다. 평가는 이 판단에 대해서 해야한다.


워런 버핏은 투자를 삼진 아웃 없는 타석이라고 이야기한다.

지난해 미국 케이블방송 HBO가 방영한 다큐멘터리 ‘워런 버핏이 된다는 것’(Becoming Warren Buffett)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버핏이 전설적인 타자 테드 윌리엄스가 쓴 ‘타격의 과학’(The Science of Hitting)을 인용하는 구절이다. 테드 윌리엄스는 메이저리그 최후의 4할 타자다. 1941년 테드 윌리엄스가 타율 0.406을 기록한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4할 타자는 다시 등장하지 않고 있다.

버핏은 테드 윌리엄스가 스트라이크 존을 77개로 나눈 후, 오직 한 가운데(sweet spot)로 들어오는 공만 노렸다고 말한다. 테드 윌리엄스는 한 가운데로 들어오는 공을 치면 4할의 타율이 가능하지만, 바깥쪽 낮은 코너로 들어오는 공을 치면 타율이 0.235로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그는 한 가운데로 들어오는 공만 끈기있게 기다렸다. 결과는 전설이다. 테드 윌리엄스는 19년 동안 2292게임에서 통산타율 0.344를 기록했고 1966년 93.4%의 득표율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버핏은 투자는 야구보다 훨씬 유리하다고 말한다. 삼진아웃이 없기 때문이다. 스트라이크가 들어올 때까지 얼마든지 기다렸다가 마침내 기회가 왔을 때 방망이를 있는 힘껏 휘두르면 된다.

만약 사람들이 야유하듯이 “휘둘러, 이 멍청아!”(Swing, You Bum!)라고 외치면 버핏은 무시하라고 조언한다.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자신이 치고 싶은 공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라는 말이다.

한 가운데 스트라이크가 들어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면, 설령 그런 기회가 평생에 단 20번 밖에 없다 하더라도 지금보다 훨씬 월등한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고 버핏과 멍거는 말한다.

“한 가운데 스트라이크만 노려라.”

버핏이 ‘4할 타자’ 포스터를 사무실에 걸어둔 이유 – 머니투데이 뉴스

그리고 역시 좋은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하다.

선수 시절 나는 항상 이런 점에 대해 불평했었다. “스니드나 호건 같은 골프 선수들을 좀 봐. 그들은 저기서 내내 공을 때리는 연습을 하잖아. 나는 운이 좋아야 하루에 타격 연습을 15분 정도 할 수 있을 뿐이야. 만약 매일 한 시간 씩 타격 연습을 한다면 나는 4할5푼도 칠수 있어.” 물론 그건 좀 과장된 얘기지만 그런 열의는 필요한 것 아니겠는가.
타격의 과학 50-51p, 테드 윌리엄스

조바심이 난다는 건 위험한 신호다. 계속 공부하고,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자산 형성기에는 투자보다 저축이 중요하다

정확히 같은 논지의 이야기를 이미 자산 형성기의 투자 수익률과 순자산 증가에서 했었는데, 최근에 정말 좋은 사례를 봐서 한 번 더 정리해보고 싶어졌다.

맨주먹하츠 님이 가치투자연구소에 올린 순자산5억을 지나는 직장인 투자보고서인데, 돈을 모으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글이다. 귀찮은 분은 표 하나만 봐도 충분할 것 같다.

작년 한 해 동안 3,900만원을 저축하셨다.1 글에도 써있지만, 일시적 수입이 발생해서 실제 저축액은 1억에 달하는 걸로 보인다. 연봉을 7,000만원 정도로 가정한다면, 급여에서 저축한 금액만 보더라도 50% 이상이 된다. 부동산과 주식 총 자산은 7억 5천 정도니까 이미 투자 수익률이 중요한 단계에 접어들어간 걸로 보인다. 그럼에도 “투자성과보다는 여전히 근로소득이 쌓여가는 속도가 훨씬 상대적으로 많이 차지하고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하신 걸 보면 저축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맨주먹하츠 님은 개인 블로그에서도 저축과 절약에 대해서 글을 쓰고 있으니 읽어볼만하다.

이전 글에서 이야기했던 시나리오로 보자면 총자산(투자금액)을 기준으로 수익률이 20%에서 -20% 사이에서 결정된다면 최고 수익은 1억 5천만원, 최악의 손실은 -1억 5천만원이다. 이 정도 자산 규모에서도 저축액이 4,000만원이면 -5% 정도 손실이 나더라도 차기의 총 자산은 줄지 않는다. 최악의 손실이 날 경우에도 저축을 감안하면 손실은 -20%에서 -15%까지 줄어든다. 투자 수익률이 중요한 시기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저축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저축은 자산의 증가에도 기여하지만, 동시에 수익금의 차이에도 영향을 준다.

저축이라는 말이 예금으로 오해받을 수 있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맨주먹하츠 님의 자산 내역을 봐서도 알 수 있지만 자산은 예적금이 아닌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다. 말하자면 저축을 하고, 투자를 하는 게 아니라 두 가지를 동시에 하고 있는 셈이다. 예적금만 하기보다는 적절한 자산 배분을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저축의 진정한 힘은 어지간한 손실이 나더라도 순자산이 증가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멍거: 저축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을 도와줄 방법이 없습니다.
버핏: 어린 시절부터 저축 습관을 키워야합니다. 그러면 인생이 엄청나게 달라집니다.
2015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 Q&A 중

저축을 해야한다는 충고는 많다. 하지만 저축을 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막연히 돈을 모으라는 충고가 별로 와닿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버튼 멜킬은 더 매정하게 저축을 하라고 이야기한다.

은퇴 연령에 접근하는 베이비붐 세대들이 사시사철 찬물밖에 나오지 않는 아파트에서 빈약한 배급품으로 연명하지 않으려면 현실적으로 두가지 선택밖에 없다. 진지한 자세로 저축을 시작하는 길이 그 하나요, 다른 하나는 평균 수명의 확률을 깨고 일찍 죽는 길이다. “오늘 4시에 죽을 거라면 더 필요한 돈도 없다”고 흥얼거렸떤 희극배우 헤니 영맨의 말처럼 말이다.
시장 변화를 이기는 투자 441p, 버튼 멜킬

버튼 멜킬이 인용한 헤니 영맨의 말에 주목해보자. “오늘 4시에 죽을 거라면 더 필요한 돈도 없다”. 맞는 말이다. 통장에 1,000만원 정도 당장 쓸 수 있는 돈이 있다면 다 쓰고 죽을 일이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이렇다. 저축의 필요성을 느끼는 정도는 정확히 인지하는 미래의 길이에 비례한다. 월급 생활자라면 월급을 한 달 동안 어떻게 쓸 것인지 고민한다. 25살에 30대 초에 결혼을 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5-10년 짜리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아마 결혼 자금을 위해서 버는 돈의 일정 부분을 적금에 넣을 것이다. 버튼 멜킬의 예는 더 극단적이다. 버튼 멜킬은 은퇴를 이야기한다. 멜킬이 이야기하는 저축이나 투자는 단기간 내에 소비를 늘리기 위한 방법이 아니다. 단순히 은퇴 이후의 생활을 위한 건 아니고, 장기적으로 생애주기 전체를 설계하는 도구로서 저축과 투자를 제안하고 있다고 이해해야한다. 삶을 조금 더 멀리 내다보고, 생애 전체에 걸쳐서 안정적인 계획을 세워본다면 완전히 다른 그림이 펼쳐질 것이다. 살아가는 데는 돈이 필요하고, 장기적으로 보면 정말 많은 돈이 필요하다.

그런데 남성이 여성보다 time horizon이 짧은 경향이 있음. 현재 미국에서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보다 높은 것, 여성의 은퇴 연금 부입률이 남성보다 높은 것이 이런 성향의 평균적 격차에서 발생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심이 있음. 18살 청년의 관점에서 30대 초반은 세상의 끝일 수 있음. “서른 잔치는 끝” 아니겠음. 군복무 기간 동안의 성별 소득 격차

인용한 글의 직접적인 주제와는 상관없지만, 미래를 계획한는 기간(Time Horizon)을 길게 잡아야한다. 서른 되도 인생이 끝나지 않는다. 그 때 비로소 버튼 멜킬의 충고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연습 1: 필요한 자원을 모아라.
투자 포트폴리오를 살찌우고 안락한 은퇴를 보장받는 열쇠는 자산을 잘 배분해서 특별한 개별 종목이나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불행하게도 이것은 전혀 터무니없는 생각이다. 가혹하지만 진실은 자산을 키우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얼마나 저축하느냐이고 저축을 하려면 자제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규칙적으로 저축하지 않는다면 펀드에 투자해서 5퍼센트를 벌든 10퍼센트를 벌든 15퍼센트를 벌든 전혀 중요하지 않다. 재무적 안정을 이루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소 하나만을 꼽는다면 규칙적인 저축 프로그램을 시작해야한다는 것이다.
시장 변화를 이기는 투자 351p, 버튼 멜킬


  1. 내 저축액은 저 금액의 반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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