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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되기 위한 전략: 투자, 그리고 사건의 가능성을 열어놓기

앞선 글의 주제는 최후의 보루였다. 나는 부자가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한 평생 살기 위해서 이것만은 양보할 수 없다. 그게 바로 연금이었다. 하지만 연금은 살아남을 리스크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이고, 큰 돈을 벌기 위한 방법은 아니다. 이제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으니 더 큰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차례이다.


부자의 의미는 순자산이 많은 사람이다. KB 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서 매년 발간하는 부자 보고서에서는 (부동산과 실물자산을 제외한) 금융자산을 10억원 이상 보유한 개인으로 정의한다. 하지만 총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50%가 넘는 걸 고려한다면 순자산이 최소 20억 이상인 개인으로 보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정의에서 알 수 있듯이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순자산을 늘려야한다. 순자산을 늘리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방법은 근로소득에서 소비를 하고 남은 일부를 저축하는 것이다. 하지만 저축으로 큰 돈을 모으는 것은 쉽지 않다.

삼성에 다니는 9년 동안 월급의 100%를 적금으로 넣었어요. 일 열심히 해서 좋은 평가를 받아 보너스로 살았습니다. 야근 하면 나오는 교통비 20만원, 해외 출장 갔을 때 나오는 일당과 숙박비를 아껴 살았죠. (중략)
1억1천만원을 들고 하계동 전세를 얻으러 갔을 때 당시 모 아파트가 1억5천만원이더군요. 이 때 알았어요. 삼성에서 젊은 나이에 과장을 하고 월급도 극단적으로 모았는데 이거 밖에 안 되나 싶더군요. 이건 답이 아니라 생각했어요.

김정호 대표, 네이버 창업주가 밝힌 ‘다이아 수저’ 무는 법 – 지디넷코리아

저축으로 큰 돈을 모으기 쉽지 않은 이유는 분명하다. 저축은 돈이 정확히 쌓은 만큼만 늘어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한 달에 100만원을 저축하면 1년 후에는 1200만원이 모인다. 하지만 이자가 있지 않냐고 항변할 수 있다. 하지만 예적금의 이자는 물가상승률을 방어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자로 받는 돈을 추가적인 수익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곤란하다.

두 번째 방법은 투자이다. 투자는 저축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저축이 근로소득에서 시작된다면 투자는 투자금(종잣돈)에서 시작된다. 투자는 투자금에서 수익율을 곱해고 원금을 빼서 수익률과 수익금이 결정된다. 예를 들어 5000만원의 투자금으로 10%의 수익을 올리면 1년 후에는 5500만원이 된다. 수익률이 고정이라고 가정한다면 투자금액에 따라서 수익이 증가한다. 수익률 10%로 위에서 이야기한 저축의 사례보다 더 큰 수익을 내려면 1억 2천만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종잣돈이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투자 수익은 일반적으로 복리로 늘어나기 때문에 일정한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다면 돈이 늘어나는 속도는 훨씬 더 빨라진다. 10년간 100만원을 저축하면 1억 2000만원이 된다. 5000만원의 투자금으로 10년간 10%의 연수익률을 올리면 수익은 8765만원이 된다. 하지만 다음 10년은 얘기가 달라진다. 저축한 돈은 2억 4000만원이 된다. 투자수익은 3억 2천만원이 된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더라도 높은 수익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를 알아야한다. 투자는 투자금에 상관없이 수익률에 의해서 수익금이 결정된다. 반면에 저축의 수익률을 계산해보면 계속해서 감소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해의 수익률을 생각해보면 2400-1200/1200=100%가 된다. 하지만 19번째 해의 수익률은 24000-22800/22800=5.26%가 된다.

저축과 투자는 양극단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근로소득을 가진 직장인의 순자산을 증식하는 전략은 하이브리드하게 구성되어야한다. 먼저 여유자금을 통한 투자는 반드시 해야한다. 내가 생각하는 투자의 목적은 분명하다. 투자금에 대한 일정한 수익률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근로소득의 일부를 적립식으로 투자금에 편입해야한다. 초기 투자금이 3000만원이라고 해보자. 수익률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3년 동안 월 100만원씩 투자금을 늘려나가면 초기 투자금만큼 자산이 증가한다. 투자 초기에는 투자금으로 얻는 수익보다 근로소득의 일부를 적립하는 금액이 더 클 것이다. 적립금이 고정되어 있다면 어느 시점에는 투자 수익이 적립금을 따라잡을 것이다.

저축은 종잣돈을 만들기 위한 것이고, 투자는 수익률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그 두 가지가 서로 완전히 다른 트랙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트랙에서 진행되어야한다. 이러한 방식을 적립식 투자라고 한다. 퇴직연금에서 돈을 모아가는 방법도 기본적으로 같은 원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순자산을 증가시키는 방법만으로 부자의 길은 요원하기만 하다. 3000만원의 종잣돈으로 매월 100만원을 적립하면서 10%의 수익을 올린다면 20년 후에는 10억이 조금 안 되는 돈이 모인다. 20억을 모으려면 250만원씩 적립해야한다. 월 100만원을 별도로 적립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본다면 현실적으로 20년 안에 부자가 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보인다.

이래서야 복권 사서 당첨되는 게 부자가 되는 지름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순간 돈을 많이 번다고 그 사람이 장기간에 걸쳐 부자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단기간에 돈이 많아도 돈을 버는 속도보다 줄어드는 속도가 빠르다면 그 속도만큼 가난해져갈 것이다.

창업할 때 사실 돈이 많이 들지는 않아요. 하지만 이 때 돈이 없으면 주주로 참여하지 못해요. 네이버가 2002년 상장할 때 누구는 대거 주식을 팔아 람보르기니를 샀지만, (이런 사람은) 그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어요. 소비 습관이 있어서 조금 돈이 생겼을 때 써버리면 확실히 다른 길을 걷게 되는 것 같습니다.

김정호 대표, 네이버 창업주가 밝힌 ‘다이아 수저’ 무는 법 – 지디넷코리아

이 이야기에는 중요한 교훈이 있다. 사람들은 복권에 당첨된다면 무엇을 할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곤한다. 하지만 김정호 전 대표가 이야기하듯이 큰 돈을 벌어서 크게 써버리면 그 사람은 그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다. 투자가의 관점에서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해보자면, 그런 사람의 부는 거기에서 그칠 수밖에 없다. 나는 그래서 종잣돈의 크기도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투자는 태도의 문제다. 투자가라면 작은 돈도 굴릴 줄 알아야하고, 큰 돈도 똑같이 굴릴 줄 알아야한다. 그래서 적은 돈을 가지고 있든 큰 돈을 가지고 있든 치열하게 공부하고 투자를 해야하고, 그리고 긴 시간을 기다릴 줄 알아야한다. 이런 사람이 부자라면, 가난해지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제 할 일은 복권을 사는 일이다. 복권이 의미하는 바는 큰 돈을 벌 수 있는 사건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복권을 사는 게 좋은 방법인지는 모르겠다. 복권은 주기가 짧고 가능성이 거의 없다. 큰 돈을 벌 수 있는 사건을 도저히 찾을 수 없다면 그 때는 복권이라도 사야한다. 여기서 큰 돈에 어떤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순자산의 10% 이상 혹은 1억원 이상이라고 해보자. 복권 외에도 부동산 투자, 초기 기업 투자, 우리사주, 유상 증자, 스톡옵션, 창업 같은 것들이 있다. 부동산 투자는 개인이 가장 큰 레버리지를 일으켜서 투자하는 방법이다. 초기 기업 투자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고 투자한 돈을 전부 날릴 수도 있다. 하지만 좋은 기업의 초기 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많지 않다. 재직중인 회사의 미래가 밝아보인다면 (기회가 있을 때) 우리사주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법도 있다. 스톡옵션을 받고 스타트업에 합류하는 것도 이런 가능성을 열어두는 방법 중에 하나이다. 창업도 좋은 방법이지만, 자신이 정말 사업가 기질이 있는 지는 진지하게 고민해봐야한다.

각각의 방법들은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 마디로 정리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미래의 특정 시점에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가능성은 여전히 높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복권에 당첨 되려면 우선은 복권을 살 필요가 있다. 그래도 언제 올 지 모르는 기회를 위해서 계속해서 공부해야하고, 몇 천만원이라도 따로 모아놓는 것이 좋다. 그리고 기회가 온다면 놓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절대 무리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고 돈을 쌓고 투자를 하더라도 부자가 되기는 쉽지 않다. 목표 수익률을 지나치게 높인다면, 그만큼 위험도 커지기 마련이다. 투자는 투자대로 해나가면서, 이와는 별도로 가능성들을 물색해야한다.

예를 들어보자. 3000만원의 종잣돈으로 월 100만원씩 적립하면서 연 10%의 수익율을 8년간 올린다면 2억 정도가 된다. 운이 좋게 이 시점에 전 직장에서 유상 증자에 참여했던 주식이 상장을 해서 3억을 벌었다고 해보자. 그럼 순자산은 5억원이 된다. 여기에 추가로 적립하지 않더라도 10% 수익률로 14년을 투자하면 20억원이 된다. 유상 증자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면 20억을 모으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물론 이건 하나의 경로에 대한 상상일 뿐이다.

두 가지가 모두 중요하다. 사건도 중요하고, 이러한 사건을 통해서 번 돈이 다시 투자금으로 들어가는 순환이 필요하다. 부자가 되려면 투자만으로도 부족하고, 사건만으로도 부족하다.


투자와 사건은 나에게 있어서 부자가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략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의 키포인트는 시간이다. 투자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투자금이 모이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고, 투자로 돈을 모으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씨앗을 뿌리고 사건으로 회수되기를 기다리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투자는 영원히 오지 않을 미래를 기다리는 것처럼 지루하게 해야만 한다. 여전히 이러한 전략이 확실하게 부자가 되는 경로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후의 보루를 지키고 있다면 부자가 되지 못 해도 사는 데 지장은 없을 것이다.

고령화 사회에서 살아남기: 직장인 최후의 보루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이 글은 지난 4월에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공유하기 위해서 준비했던 내용을 추려서 정리해본 내용이다. 원래는 비공개로 작성한 것인데 작성하다 보니 현재 내 의사결정의 기본 원리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래서 그 중 하나를 글로 다시 작성해보았다. 밀레니얼 세대, 살아남을 위험, 그리고 투자와 내용적으로 이어진다.


나는 부자가 아니다. 서울의 평균 아파트 값이 7억이 넘는다고 하니 자산 관점에서 본다면 중산층이라고 불리기도 어려울지도 모른다. 직장인으로서 근로소득에 거의 대부분의 생활을 의존하고 있다. 내가 바라는 건 아내와 일생동안 풍요롭게 살아가는 일이다. 금전적으로 풍요로운 삶은 이루기 쉽지 않은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살아가기는 해야한다. 그런데 그 기간은 결코 짧지 않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짧고 굵은 삶이라는 건 소설 책에나 나오는 낭만적인 일이고, 현실은 살아남을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된 세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미래는 반드시 도래한다. 미래가 반드시 도래한다면 현실에 대한 이해와 미래에 대한 상상력만이 좀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충분히 합리적인 미래에 대한 상상력만이, 그 미래에 다다르는 경로를 보여줄 것이다.


누군가 80세까지 산다고 가정한다면 인생은 크게 두 기간으로 나뉘어진다. 첫 번째는 근로소득으로 생활할 수 있는 기간이다. 사회적으로 이 기간을 60에서 65세 사이까지라고 본다. 전 생애에 걸쳐서 근로소득을 가지고 생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상당히 순진한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노년에도 체력이 유지되리라는 것도 알 수 없다며, 안정적인 일자리가 있을 거라는 보장도 없다.

60세 이후를 노년기라고 정의한다면, 이 기간에는 근로소득 이외의 소득에 주로 의존하면서 생활해야만 한다. 한국이 고령화시대에 접어들면서 노인 빈곤률이 급격하게 상승했던 가장 큰 이유는 사회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근로소득에 의존하지 않는 노년기에 대한 준비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년에는 체력도 유지되지 않으며, 일자리도 부족하다. 주변에서도 쉽게 목격할 수 있는 폐지 줍는 노인이라는 현상은 근로소득도 없고, 그 외의 소득도 없기 때문에 생긴 필연적인 결과이다.

운이 좋다면 자신의 빈곤은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더라도, 노인의 빈곤이라는 문제를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사회적으로 노년기의 소득을 대체하기 위해서 시작된 가장 중요한 제도가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1988년에 시작되었다. 2018년을 기준으로 보면 이제 고작 30년이 된 제도이다. 고작 30년이라고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국민연금에는 소득대체율이라는 개념이 있다. 소득대체율이란 국민연금으로 수급하는 금액이 (현재 시점으로 평가한) 생애평균소득의 얼마만큼을 대체할 수 있는 지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국민연금이 시작될 때 소득대체율은 70%였다. 1998년 60%로 낮추어 졌고, 2007년 2028년까지 40% 낮추기로 결정되었다. 최근에는 다시 이 소득 대체율을 50%로 올릴 것인지를 두고 정치권에서 이야기가 나오곤 한다.

소득대체율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만큼 연금을 수급하기 위해서는 40년을 채워야한다는 가정이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제도는 30년밖에 되지 않았다. 따라서 국민연금은 실질적으로 현재의 노인 세대를 지원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 국민연금을 최초 수령자는 1993년 3월에 나왔는데 그 금액이 월 5만 8820원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2017년 기준 노령연금 수급자는 370만명이 되는데, 현재 시점에서 국민연금 평균 가입 기간은 17년이고 실질 소득 대체율은 24.2%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 연금 수급액은 이 수준에 턱 없이 못 미치는데요. 국민연금 가입자의 평균소득(2016년말 기준 218만원) 수준의 소득을 올리는 직장 가입자가 올해부터 가입하면 20년 가입 시 65세부터 월 45만원, 30년 가입 시 월 67만원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한국일보 – 비껴보기 명목은 45% 실제론 24%, 허울뿐인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2017년 11월 6일

생애소득의 40%를 받는다면 결코 적은 돈은 아니겠지만,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민연금에 대한 인식은 별로 좋지 않다. 노인 세대 뿐만이 아니다. 직장인 월급에서 꼬박꼬박 떼어가는 돈이지만, 돌려받을 때는 푼돈이나 받는다고들 이야기한다. 심지어는 기금 고갈로 받지 못 할지도 모른다고 불신이 팽배해있다. 다들 기금 고갈을 이야기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국민연금이 줄어들기보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받는 사람이나 금액은 아직 적기 때문이다.1 특히 1960년 시작된 공무원˙군인 연금이나 1975년에 시작된 사학 연금과 비교해본다면 더욱 처참하다.

하지만 제대로 아는 것은 중요하다. 노인 빈곤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국민연금에 대한 인식은 심각한 결함이 있다. 국민연금이 푼돈밖에 안 된다는 인식과 달리 올 해 국민연금 30년만에 처음으로 200만원 수급자가 나왔다. 처음으로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지만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다. 이 분은 국민연금 제도가 시작되는 시점부터 25년간 국민연금을 납입했고 본래 수급액은 월 137만원이다. 이 분의 경우 소득대체율을 40%(25/40(가입기간 가중치)*0.7(소득대체율)) 정도로 가정한다면 (현재 시점에서 평가한) 생애평균소득이 350만원 정도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출생 시점에 따라서 60세에서 65세 사이부터 돈을 받기 시작한다. 원래는 60세에 돈을 받기 시작하지만, 연기연금제도로 5년간 수급을 연기했다. 국민연금은 수급을 연기할 경우 1년에 7% 정도씩 수급액이 늘어난다. 5년이 최대이며, 5년이면 40% 정도를 더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약간의 부양가족연금액을 더해서 200만원을 조금 넘는 금액을 받는다. 2018년 현재 월 100만원 이상 수급자도 17만명 정도가 있다고 한다. 370만명 중 17만명이면 약 5% 정도가 이 정도 금액을 받고 있다.

40년을 가입해야 소득대체율 40%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현재 가치를 기준으로 200만원 이상 수급자가 빠르게 늘 것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2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100만 이상의 금액은 생활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줄 정도의 금액이다. 주진형 씨가 이야기하듯이 주변에서 일정 이상의 돈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면 국민연금에 대한 인식도 빠르게 변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100만원이 되지 않더라도 근로소득이 현저하게 줄어드는 시점에서는 훨씬 더 적은 돈이 아쉬운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노년기에 죽을 때까지 받는다는 걸 고려한다면 국민연금으로 받는 돈은 반드시 필요한 돈이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이다. 국민연금의 수급은 자신의 소득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수급액을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단지 몇 가지 가정을 통해 대략적으로 계산해볼 수 있을 뿐이다. 단순히 소득 대체율을 40%로 가정해서 계산해본다면 40년간 국민연금을 납입한 생애평균소득이 300만원 정도인 사람은 (현재 가치를 기준으로) 연금 수급시점에 12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살아서 받기만 한다면, 이는 납입한 금액에 비해서도 훨씬 유리한 금액이다. 국민연금의 수익비가 높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국민연금을 아까워하는 사람들은 월급에서 원천징수(?) 되는 금액에 불만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국민연금에 납입되는 금액의 절반은 회사가 부담한다는 것을 기억해야한다. 예를 들어 소득이 300만원인 사람의 연금보험료는 27만원인데, 실제로는 13만 5천원만 월급에서 빠진다. 나머지 13만 5천원은 월급과는 무관하게 회사가 납입하기 때문에 13만 5천원을 연금보험에 추가로 들어준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봐도 손해는 아니다.

적어도 40년을 채우면 어지간해서는 (현재 가치를 기준으로) 100만원 정도는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40년을 채운다는 것은 굉장히 강한 가정이다. 국민연금 납입이 종료되는 시점은 60세인데, 40년을 채우려면 20세부터 꼬박 40년을 일해야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이런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지는 않다. 20대 초반에 국민연금에 가입이 되기만 한다면, 실질적으로 경제생활을 시작한 사이의 기간의 연금보험료를 추가 납입할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실직 중에도 납입을 중지하지 않는 것이다. 세 번째 방법은 60세 이후부터 연금 수급 시점까지 임의가입을 통해 가입기간을 늘리는 방법이다. 네 번째 방법은 앞서 200만원을 받는 사례처럼 수급 시점을 연기하는 것이다.3

최대한 가입 기간을 늘리는 방법도 있지만 최대한 가입 기간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추가 납입은 커녕 납입 예외가 가능하면 최대한 예외로 빠지는것이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실력도 운도 아니고, 단지 인식의 차이이다. 국민연금이 현재 전 사업장에 대해서 의무화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비정규직의 국민연금 가입률이 36%밖에 안 되는 걸 보면 사업주도 근로자도 인식의 변화는 요원해보인다.4

나는 아내와 합쳐서 200에서 250만원 정도를 수급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정도면 현재 우리 부부의 소득의 상당 부분을 대체하면서도 생활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심지어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딱히 없다. 단지 내가 낼 수 있는 돈을 최대한 내고, 일할 수 있는 동안 일하는 것 뿐이다.


연금 복권 520의 1등 당첨금은 20년간 월 500만원(실수령액은 390 정도)이다. 20년간 매월 이 정도 금액을 받는다는 건 큰 금액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충분한 은퇴 준비가 되어있다면, 노년기에 이 정도 금액을 연금으로 받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는다. 이미 500만원 중 250만원은 국민연금에서 충당했다.

이제 나머지 250을 채워야한다. 보통 연금을 3단계로 나누어서 이야기한다. 첫 번째가 국민연금이고, 두 번째가 퇴직연금이고, 마지막이 개인연금이나 이에 준하는 금융 상품들이다. 어쩌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국민연금을 싫어하는 이유는 연금을 연금으로 수령해야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만큼이나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을 연금으로 수령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정말로 연금을 연금으로 수령한다고 가정한다면 차례대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앞으로 갈수록 사회보장제도의 성격이 강하고 수익비가 좋다. 뒤로 갈수록 사유재산의 성격이 강하고 수익비는 전적으로 투자 수익률에 의존적이다.

어차피 국민연금은 (소득이 없는 임의가입자가 아니라면) 임의로 납입액을 늘릴 수도 없다. 그렇다면 직장인이 다음으로 눈을 돌려야할 것은 퇴직연금이다. 퇴직연금은 상당히 복잡하게 구성되어있고 처음 관심을 가지면 DC, DB, IRP 같은 생소한 단어들부터 거리를 두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퇴직연금에 대한 이해는 퇴직금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퇴직연금은 퇴직금을 제도적으로 개선한 것이다. 따라서 기본은 퇴직금과 마찬가지로 회사가 근로자가 퇴직할 시점에 일시금으로 지급할 금액을 별도로 적립한다는 데 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월급과 완전히 별도로 적립되는 돈이기 때문에 월급의 1/12 정도를 매월 추가로 받는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회사는 이 돈을 별도로 회계 처리한다. 그래서 나도 가계부에 이 돈을 매월 퇴직연금 계정을 만들어 기록해둔다. 세전 월급이 300만원이면 매월 최소한 25만원을 추가로 받고 있는 셈이다.

DB형은 이 돈을 퇴직시까지 회사가 관리하는 방식이다. DC형은 회사가 이 돈을 주기적으로 정상해주고 근로자가 관리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DC형 퇴직계좌에 납입된 돈을 임의로 출금할 수는 없지만 이 안에서 금융 상품에 가입해서 운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IRP는 DB형이나 DC형으로 쌓인 퇴직연금을 받을 수 있는 특별한 계좌이다. 회사와의 관계가 종료된 이후에는 자신이 원하는 금융 기관에 IRP를 가입하고 이 계좌로 퇴직연금을 받게 된다. 이 때 이 계좌를 해지하면 퇴직금을 받는 것과 실질적으로 같다. 해지하지 않고 DC형과 마찬가지로 금융 상품에 가입해서 운용할 수 있다. 퇴직연금은 실질적으로 스스로 운영해야 하는 가입이 강제된 투자 계좌라고 볼 수 있다.

퇴직연금은 이름은 연금이지만 국민연금과 달리 퇴직 후에는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사유재산과 다르지 않다. 단, 퇴직연금을 연금으로 받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제도적으로 세금 혜택이 주어진다. 또한 이 혜택을 더 받기 위해서 임의로 IRP에 퇴직연금을 추가 납입하는 것이 가능하다. IRP에는 최대 1800만원까지 추가 납입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중에 700만원까지는 (소득 금액에 따라서 차등은 있지만) 15% 정도를 세액 공제해준다.

퇴직연금 준비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1년에 700만원을 납입하면 연말정산 때 10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한 달에 약 60만원 정도를 납입하면, 이 돈은 퇴직연금에 적립되고 추가로 매년 100만원의 혜택을 보는 셈이다.5 그런데 700만원을 그냥 적립해두는 것은 아니다. 퇴직연금의 본질은 투자 상품이다. 투자라고 하면 일단 부정적으로 보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이제 경제 활동을 한다면 직접 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투자에 대한 이해와 공부는 필수불가결하다. 투자는 우리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DC형 퇴직연금이나 IRP에 추가 납입을 한 경우 이 적립금을 금융 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퇴직연금의 경우 적립금의 안정적인 운용을 위해서 몇 가지 제약이 있다. 우선 개별 종목에 대한 직접 투자는 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계좌를 만든 금융사에서 가입할 수 있는 예금, 채권, 펀드, ETF 중에 비율을 정하고 적립금이 들어올 때마다 자동적으로 투자가 이루어진다. 또한 전체 적립금의 30%는 이 중에서도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예금이나 채권형 펀드에만 가입할 수 있다. 이러한 제약 위에서 투자를 통해서 연금 자산을 불려나가야 한다.

이제 실제로 계산을 해보자. 월급이 300만원이라고 가정한다면 먼저 회사가 적립금으로 25만원을 적립한다. 여기에 세액 공제 혜택을 최대로 보기 위해 매월 60만원을 IRP에 납입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럴 경우 세액 공제 혜택을 나눠보면 매월 8만원 정도로 추가로 받는 셈이다. 이 돈을 다시 내년에 IRP에 넣는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내가 실제로 납입하는 금액은 60만원이지만 매월 적립되는 금액은 2년차부터 93만원이 된다.

회사의 퇴직연금이 DC 형에 가입되어 있고 25세부터 60세까지 35년간 매월 총 100만원 정도를 납입해서 투자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앞서 계산해보았듯이 실제로 납입하는 금액은 60에서 70정도가 된다. 연봉 인상까지 생각한다면 꾸준히 이 정도만 납입해도 실제로 적립되는 돈은 훨씬 클 수 있다. 퇴직연금 계좌의 운용은 개별 주식 투자와는 다르기 때문에 ETF에 투자한다고 가정하고, 기대수익률을 시장의 수익률로 가정해보자. 투자는 기계적으로 이루어지며 장기간의 걸친 수익률은 6.6%로 가정한다.6

미래에셋대우의 자산관리 앱에서 계산을 해보면 연 6.6% 수익률로 100만원씩 35년간 투자할 경우 13억 7,360만원이 모인다. (연금 수령기간 수익률은 국고채 3년물 가정, 소비자 물가상승률 최근 5년 평균 기준으로) 이를 20년간 연금으로 받으면 현재가치 세전 기준 매월 321만원을 받을 수 있고, 30년간 연금으로 받으면 242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 계산에 투자의 마법이 있다. 투자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35년간 직접 납입한 돈은 3억원((35*12)월*70만원 = 29,400만원)이 되지 않는다. 국민연금에서 250을 받고 퇴직연금에서 250을 받는다고 가정한다면 65세부터는 현재가치로 세전 매월 500만원을 받게 된다. 얼떨결에 퇴직 후에 연금으로 연금 복권 1등 당첨금액을 받는 미래의 경로를 발견해버렸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가능한 다양한 경로 중에 하나를 가정한 것이다. 나는 경제와 주식 시장의 장기적인 성장을 믿는다. 하지만 6.6%의 수익률이 터무니 없이 느껴진다면 훨씬 안정적으로 자산을 구성하고 연 3% 정도의 수익률을 가정해보자. 60세 시점에 7억 3,547만원이 되고 130만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으로 200만원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330만원 정도를 받게 된다. 330만원이면 2017년 기준 중위소득인 241만원보다도 1.4배 큰 돈이다.

퇴직연금에도 함정은 있다. 퇴직연금을 투자 자산으로 이해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출발점이다. 현재 퇴직연금으로 쌓여있는 돈은 140조에 달하는데, 이 중에 90%가 원리금 보장 상품에 투자되어있다. 답답할 노릇이다. DB형은 근로자가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지만, DC형이나 IRP의 경우 훨씬 더 적극적으로 관리되어야한다. 물가 상승률을 2.5%로 정도로 가정한다면 2% 수익률도 안 나온다는 건 돈을 까먹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장기 투자가들이 지적하듯이 30년 동안 원금 보장 받는 건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일이다. 또 다른 문제는 해지가 용이하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은 해지가 불가능하다. 퇴직연금은 퇴직 후에는 얼마든지 해지하고 인출하는 게 가능하다. 이 목돈을 IRP에서 30년 이상 묵혀두는 데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연금 복권 1등의 가치란 누군가의 30년인 셈이다.


이 정도 투자도 부담스럽다면 금액을 줄이면 된다. 거꾸로 이 정도론 부족해 보인다면, 이제 다음 단계로 가면 된다. 그런데 이 다음 단계가 개인 연금이나 연금 보험은 아니다. 배우자가 있다면 배우자의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챙겨야 한다. 그리고 나서도 부족하다면 개인 연금이나 연금 보험에 눈을 돌리면 된다. 개인 연금저축펀드는 그나마 퇴직연금 계좌의 대안으로 사용될 수 있다. 하지만 연금저축보험이나 변액연금보험의 경우 사업비를 고려하면 매력적인 상품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순서를 지키는 것이 가장 좋다. 내 경우는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정도면 충분해보인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근로소득으로 살아가는 기간에 큰 돈을 버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이상적인 미래의 경로이다. 아직 확실하게 부자가 되는 경로를 발견하지 못 했고, 그렇지 않을 미래의 경로는 훨씬 더 다양하다. 하지만 은퇴 시점까지 꾸준히 일한다면 근로소득으로 은퇴 이전의 생활이 가능하고, 은퇴 이후에도 연금으로 생활이 가능하다. 이는 한 생애를 충분히 살아내기 위한 상상력이자 실천가능한 미래이다. 이 글의 제목이 최후의 보루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1. 국민연금의 역할은 생각해볼만한 주제이다. 주진형 씨는 이 문제에 대해서 노인 세대의 빈곤이 사회적으로 해결되지 못 하는 것이 결국 다음 세대의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을 했다
  2. 국민연금은 수급액에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주기 때문에 같인 시점을 기준으로 비교하는 게 중요하다. 물가가 3%씩 성장한다고 가정할 때 40년이 지나면 물가는 3배이상 오른다. 40년 후의 300만원은 현재 시점의 100만원 가치밖에 없다. 
  3. 내 기준에서 5년을 연기하면 수급 시점은 70세가 된다. 이는 비교적 늦은 시점이기 때문에 은퇴 시점에서 충분히 자산이 있는지 다른 소득이 있는지를 고려해서 선택할 필요가 있다. 
  4. 사업주는 당연히 4대 보험에 가입해야하는 의무가 있고, 근로자도 이를 요구해야한다. 
  5. 단, 퇴직연금을 중도 해지한다면 연말정산으로 돌려받은 금액이나 그보다 큰 금액을 뱉어내야할 수도 있다. 
  6. 6.6%는 1802년부터 2012년에 걸친 미국 주식 시장의 평균 수익률이다. 장기 투자에 관심이 생겼다면 제레미 시겔의 ‘주식에 장기 투자하라’를 읽어보길 바란다. 

파일 시스템에 기반한 개인 정보 시스템의 한계

이 글은 2016년 8월 1일에 다른 블로그에 공개했던 글을 옮겨온 것이다.


광역적인 맥락에서 정보 시스템은 구글로 대표되며, 구글이 다루지 않는 전문 분야들은 각 분야 별로 별도의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광역적 정보 시스템의 개인의 정보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구글은 정말로 광역적인 맥락만을 수용하기 때문에, 각 개인의 고유한 정보와 맥락들까지 모두 포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2000년 중후반에는 광역적인 정보 시스템이나 유사 서비스들에서 이른바 개인화라고 불리는, 개인의 맥락을 덧씌우는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개인화는 개인의 정보나 맥락을 온전하게 포함하지 못 하며 근본적인 두 시스템(광역 정보 시스템과 개인 정보 시스템)의 차이와 개인 정보 문제 때문에 완결을 이루지 못 한 채로 시들어져 갔다. 개인화는 개인 정보 시스템을 완결하지 못 했고, 재미있게도 개인 정보 시스템은 구글이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정보 시스템으로서 실질적인 발전을 이룩하는 동안에, 거의 아무런 발전도 하지 못 했다.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인 정보 시스템의 기반으로 파일 시스템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어떤 디자이너를 상상해보자. 이 디자이너는 포토샵(Photoshop)과 일러스트레이터(Illustrator)를 주로 사용한다. 하나의 작업을 할 때마다 작업 내용을 담고 있는 자체 포맷(예를 들어, psd)와 최종 퍼블리싱 포맷(예를 들어, png)으로 다수의 파일을 생산해낸다. 이러한 작업물들은 처음부터 파일 시스템에 저장된다는 전제에서 생산된다. 이 디자이너는 파일 관리에 고충을 겪어와서 자신만의 디렉터리 관리 방법을 정해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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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현실에서 이 정도로만 파일이 관리되면, 충분할 지 모른다. 이러한 접근 방법은 하나의 디렉터리에서 모든 맥락을 소실한 채 이름만으로 파일만을 관리하는 것보다 훨씬 더 구조적이다. 하지만 디렉터리 깊이가 깊어짐에 따라서 파일들을 일일히 탐색하는데 고충이 생길 수도 있다. 이 디자이너에게 파일 시스템은 자신의 작업물 전체를 저장하고 관리하고 기억하고 탐색하는 개인 정보시스템이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효율적이지 않다.

안타깝게도 컴퓨터 위에서 모든 작업은 파일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파일이라는 것은 서로 다른 애플리케이션들이 작업을 공유할 수 있는 기반이기도 하다. 하지만 파일 시스템의 근본적인 원시성에 대해서 이야기해볼 필요가 있다. 파일 시스템은 근본적으로 정보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시스템이 아니라, 컨텐츠를 특정한 단위(파일)로 저장하기 위해서 설계된 시스템이다. 파일엔 메타데이터를 유연하게 담기 위한 충분한 공간이 준비되어있지 않으며, 만약 그러한 파일 시스시템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인덱스하고 검색하기 위한 기능들이 내장되어있지 않다.

이러한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각 운영체제들은 파일 시스템에 덧씌워 별도로 파일을 인덱스하고 검색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각 시스템에서 제공하는 이러한 기능들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면 이미 그 사람은 개인 정보 시스템에 있어서 충분히 파워유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은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 접근이다. 첫번째로 이러한 레이어는 운영체제 간에 공유되지 않는다. 두번째로 운영체제는 기본적으로 모든 종류의 파일 형식들을 지원하지 않는다. 즉, 파일 내부에 포함된 내용이나 메타 데이터들을 모두 적절히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여전히 파일 시스템 기반의 경로에 지나치게 의존적이다.

파일 시스템을 개인 정보 시스템으로 이해한다면, 이 시스템은 개인이 가진 정보를 유용하게 한다는 맥락을 포함하지 않는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파일 시스템은 철저히 데이터를 구조적으로 저장한다는 맥락에서 설계되었다. 하지만 정보 시스템의 본질적인 가치는 정보의 저장에 있지 않다. 앞선 디자이너의 예에서 다음 파일을 찾고 싶다고 가정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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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디자이너는 분명히 구조적으로 폴더 시스템을 잘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디렉터리 구조는 얕은 경로에서 작업 시기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만 해당하는 주제를 찾을 수 있도록 구성이 되어있다. 단순 이름 검색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찾고 있는 파일인지를 확인하는 방법은 경로를 확인하거나 실제로 열어보는 일이다.

다시 광역적인 정보 시스템을 생각해보자. 구글과 같은 거대한 검색엔진은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을만큼 많은 정보를 매일 인덱스하고 검색 가능하게 해준다. 이 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실제 데이터가 어디에 있는 지가 아니다. 구글 덕분에 우리는 정보를 검색할 때 정보의 위치(즉, 파일시스템의 경로)를 완전히 무시한 채, 키워드만으로 어떤 정보에 이르는 새로운 경로를 가질 수 있게 된다. 구글이 가진 근본적인 가치는 무수히 많은 문서 중에서 가장 가치 있는 문서로 정렬을 해준다는 점이다. 우리는 때때로 나중에 필요한 것들을 로컬 파일 시스템에 저장해놓곤 한다. 하지만 어떤 정보가 필요할 때 그것을 파일 시스템에서 찾는 것보다, 구글에서 다시 검색하는 게 더 빠른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즉, 구글의 본질적인 가치는 이 세상의 모든 정보를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 글(정보 과잉과 개인을 위한 정보 관리 도구)에서 이야기했듯이, 기록된 것을 유용하게 하는 능력의 진화에 있다.

버니바 부시가 지적했듯이 정보 과잉이 디지털 시대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에 불과하다. 정보 과잉은 이미 19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되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광역적 정보 시스템의 본질적 가치는 정보의 양이 많아지는 속도보다 기록된 것을 유용하게 하는 능력을 빠르게 증가시키는 일이다.

안타깝게도 파일 시스템에 기반한 개인 정보 시스템이란 한 수십년 동안 정체중인 것으로 보인다. 추측컨데, 개인 정보 시스템에 있어서 정보 과잉이란 깊게 논의되지 않았던 게 아닐까 싶다. 개인 정보 시스템은 광역적인 정보 시스템과는 본질적인 차이가 하나 있다. 광역적 정보 시스템은 매우 탐욕적이라서 수집하고자 하는 모든 대상을 가능한 한 모두 수집하려고 한다. 이러한 탐욕성은 구글 북스와 같은 시스템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하지만 개인 정보 시스템은 지극히 개인적으로 정보(파일)을 늘려나간다. 그것은 개인의 창작물일 수도 있으며, 타인이 생산한 정보들일 수도 있다. 파일 시스템에 파일이 추가되는 것은 철저히 개인의 행동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즉, 파일 시스템은 시스템이 가진 정보를 유용하게 하는 능력보다도, 소유자가 파일 시스템 전체를 충분히 파악하고 있는 동안에만 유용하다. 그리고 바로 그러한 사실에 의존적으로 존재해왔던 셈이다.

나는 파일 시스템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던 사례 중에 하나가 NAS(network attached storage)였다는 생각이 든다. NAS는 기존 파일 시스템에 기반해 파일을 통째로 넣을 수 있는 보조장치에 불과하고 결코 개인 정보 시스템은 아니다. 저장장치를 확장해주는 동시에, 지나치게 많은 파일들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점과 레이턴시의 증가로 컴퓨터를 개인 정보 시스템으로 활용하고자 할 때 더 지옥 같은 경험을 만들어준다.

예를 들어 사진을 관리하고자 한다면 NAS보다는 구글 포토스(Google Photos)어도비 라이트룸(Adobe Lightroom) 같은 모델이 훨씬 던 미래적이고, 개인 정보 시스템에 가까울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사진 수만-수십만 장을 한 파일 시스템에 저장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저장 장치는 파일의 경로에 의존하지 않도록 분산화될 수 있어야하고, 이것들을 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와 그것을 유용하게 하는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어도비 라이트룸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메타데이터를 통해서 사진들을 분류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구글 포토스는 (다른 제약을 가지고 있지만) 좀 더 급진적이다. 사진을 분석하고 새로운 메타데이터를 생성해내서, 수동으로 태그나 메타데이터를 관리하지 않더라도 사진을 탐색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을 가능하게 해준다.

파일 시스템 위에서 개인들은 정보 과잉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자신들이 가진 정보를 충분히 유용하게 만드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이는 개인의 한계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적인 한계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더라도 데스크탑에서 개인 정보 시스템을 구축하는 가장 근본적인 접근은 파일 시스템을 벗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운영체제의 접근이 성공적이진 못 했지만, 여전히 파일 시스템에 의존적이라고 할 지라도, 그 위에 하나 이상의 레이어가 덧씌워져야 함은 분명하다. 이러한 방향에서 서비스나 애플리케이션들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앞서 보았듯이 어도비 라이트룸 같은 경우는 기존의 저작물 생산 도구들과는 확연이 다른 방향에서 개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구글 포토스 역시 최근에 알파고가 보여준 것과 비슷한 맥락에서 정보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좀 더 범용적인 도구로는 에버노트(Evernote)데본싱크(Devonthink)와 같은 도구들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소프트웨어들은 파일 시스템을 극복하고 어떻게 개인이 구축한 좀 더 많은 정보들을 유용하게 만들 수 있는 지를 보여준다.

개인 정보 시스템은 이제 첫 걸음을 시작했을 뿐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소프트웨어에 대한 필요는 갈수록 늘어갈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 살아남을 위험, 그리고 투자

한국에서 1980년대 이후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에게 20대는 결코 쉽지 않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여유있는 대학 생활을 보내고 코스피 200에 속한 대기업에 취직해서 아주 무난한 인생의 코스를 밟아 미래를 그려가는 사람은 한 줌에 지나지 않는다. 고시원은 대학생들의 일반적인 주거 수단이 되었고, 20대 후반에 어렵게 들어간 일자리에서 받는 월급으로는 생활하기에도 넉넉치 않다. 지방에는 좋은 일자리가 없지만, 서울의 집값은 너무 높아서 현실성이 없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이러한 현실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다. 사치를 부리는 것은 아니지만 한 달 생활비로 쓰고 나면 남는 돈은 없다. 지금 되돌아서 생각해보면 20대에는 미래가 없었다. 현재를 감당하기도 버겁기 때문이다. 3포 세대라는 말이 나온 것도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이렇게 살아서는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불가능하다. 여기에 몇 가지가 더해져서 N포 세대라는 말이 나왔다.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한 데는 인식 변화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기존의 삶의 양식이 불가능해졌다는 것을 암시한다.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에 스스로 돈을 모아서 서울에 작은 집 하나 마련해서 아이 하나 낳고 신혼 생활을 꾸리는 건 하고 싶더라도 불가능하다. 적어도 2018년에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그런 삶이 불가능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어야한다.1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서울의 연간 가처분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0.3배를 기록했다.
서울지역 가계가 소득을 하나도 쓰지 않고 10년 넘게 모아야 집을 장만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비율은 미국 로스앤젤레스(9.3배)나 영국 런던(8.5배)보다 높았고, 캐나다 벤쿠버(11.8배)나 호주 시드니(12.2배)보다는 낮았다.

한국일보 : 경제 : 서울서 집 사려면 월급 10년 모아야

자녀의 결혼은 적절한 증여의 핑계가 되곤 하지만, 그것도 부모가 집 한 채는 있고 모아놓은 돈이 넉넉할 때나 가능한 이야기이다. 자녀 결혼에 집팔고 빚진다는 얘기를 보면 불행은 단순히 청년 층만의 몫도 아니다. 기존의 삶의 양식대로 살 수 있는지 없는지는 대학 졸업하고 취업할 때 쯤이면 거의 결정이 난다. 그것은 그 사람의 능력이나 의지에 의해서 결정되는 게 아니다. 그나마 뒤집을 수 있는 방법은 배우자를 잘 만나는 방법 정도밖에 없다.

그런 삶을 바란 적도 없고, 그렇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게 딱히 부럽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회가 선택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면 개인이 감당해야할 문제이지만은 않다. 밀레니얼 세대가 포기당한 건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내집마련도 아니고, 바로 미래다.

하지만 미래는 반드시 도래한다. 단지 내가 원하는 시점이나 의도한 대로 오지 않을 뿐이다. 나는 이 사실을 결혼하고 30대가 되서야 깨달았다. 아내는 가끔씩 나중에 늙어서 폐지 줍고 살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얘기를 하곤 한다. 그런 미래는 일상에서도 자주 목격된다. 안타깝지만 한국에서 청년층만큼이나 불행한 세대가 노년층이다. 한국의 노인 빈곤률은 OECD 국가들 중에서도 압도적인 1위지만 사회적인 합의나 해결책은 찾지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래가 반드시 도래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자마자 그 미래가 결코 밝지 않다는 것도 함께 바라보아야만 한다.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미래의 경로는 한정적이다.

하지만 나는 미래는 반드시 도래한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출발점이었다고 생각한다. 미래가 오지 않는다면 우리는 크게 걱정할 일이 없다. 190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0세를 기준으로 한 기대 수명은 50년보다 낮았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평균 수명이 낮을 때는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한국인의 0세 기대 수명은 82년으로 OECD 국가들 중에도 상당히 높은 수준에 속한다. 환갑은 장수를 축하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제는 60이면 노인 축에도 끼지 못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제 위험은 일찍 죽는 것뿐만이 아니다. 살아남아서 도래하는 미래를 계속해서 맞아해야만 하는 것도 새로운 위험이 되었다.

세상은 비교적 평화롭고 이러한 상황이 쉽게 달라질 것 같진 않다. 지금 30대라면 앞으로 50년은 더 살아야만한다. 지금 20대라면 앞으로 60년은 더 살아야한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통계적인 것이고 어쩌면 그 이상을 더 살아야할 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노인 세대가 이렇게까지 비참해진 원인은 사실 사회적으로 살아남을 위험에 대해서 충분히 준비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1980년에 들어서야 호혜성 정책으로 시작되었다. 주진형 씨가 지적하듯이 국민연금은 빠르게 쌓여가고 있지만, 현재 노인 세대의 빈곤을 해소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떠한 사회적 합의도 하지 못 하고 있다. 퇴직연금은 2005년에 시작되어 2022년에나 전 사업장이 의무가입 대상으로 확장된다.

이러한 정책의 가장 큰 수혜를 볼 수 있는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바로 지금의 청년층이다. 얄궂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현재의 삶이 가장 힘든 세대가 살아남을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있는 세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그러한 사실을 깨닫지 못 한 사람들은 국민연금이니 퇴직연금이니 월급 통장에 직접 찍히지 않는 돈이 아쉽게 느껴질 것이다. 사람들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들어봤을지도 모르지만 40년을 채워야 받을 수 있는 돈이라는 건 모른다. 하지만 30년 후에도, 50년 후에도 살아남아 있는다고 가정한다면 연금 제도를 대하는 태도는 달라져야만 한다.

이 이야기가 연금 제도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현재는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진행된다. 미래는 미지의 영역이자 상상력이 필요한 시간이다. 과거에 기반한 합리적인 상상력이 필요하고, 좀 더 멀리까지 바라볼 수 있어야만 한다. 그래서 미래가 도래한다는 사실을 인지해야하고,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 절실하다고 느낀다. 내가 지금까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1년 후의 미래를 상상해본다면 내가 부자2가 되어있을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한다. 현재로부터 1년 후에 내가 부자가 될 수 있는 그런 경로는 아직 내 상상력으로는 발견하지 못 했다.3

이건 내 결론이다. 여전히 삶이 녹녹치는 않지만 나는 경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미래가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는 30년 후에 아내와 충분히 여유있게 노후를 보낼 수 있는 미래이다. 앞서 연금을 얘기했던 건 이러한 미래에 다다르는 경로에 있어서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부자는 되지 못 하더라도 어렵지 않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단지 직장 생활을 해가면서 연금 자산을 축적해나갈 30년이란 긴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두 번째는 부자가 되는 미래이다. 1년 후는 아니다. 다양한 투자를 시작했고 충분한 성과는 빨라도 10년 이상 걸릴 것이다. 나는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종목 선택도, 내제 가치도, 시드 머니도, 자산 배분도, 위험 관리도 아니라고 믿는다. 그건 두 번째로 중요한 것들일 뿐이고 제일 중요한 것은 충분한 시간이다. 투자에는 변수가 너무 많다. 나는 내가 부자인 확정된 미래의 경로를 아직 찾지 못 했지만, 적어도 그러한 미래에 다다를 수 있는 경로들의 가능성들을 모색하고 있다.


  1. 나는 결혼 후에도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부모님한테 설득하는데 1년이 넘게 걸렸다. 
  2. 부자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모르겠지만, KB 2017 한국 부자 보고서에서는 기준인 금융자산 10억을 기준으로 제시한다. 
  3. 복권에 당첨되거나 코인 가즈아가 아닌 경로가 있다면 저에게도 공유해주길 알려주길 바랍니다 ;) 

기록은 되어야하며, 그리고 활용되어야한다

기록은 자산이다. 기록이 그 자체로서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기록은 되어야하며, 그리고 활용되어야한다. 예를 들어 온라인 상에는 어마하게 많은 정보가 있고, 이것 자체만으로도 인류의 집단 지성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기록은 각자의 몫이다. 그리고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개인들이 이러한 공개된 기록에 접근하고 가치있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검색엔진의 몫이다. 그래서 기록은 되어야하며, 활용되어야한다.

일반적으로 구글과 같은 범용적인 검색엔진은 사용자의 맥락까지 염두에 두진 않는다. 하지만 모든 기록이 범용적인 것은 아니다. 기록은 방대하며, 검색엔진은 범용적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기법 중 하나는 개인화된 기록이다. 이는 개개인이 자신을 위해서나 국소적인 맥락에서 일부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서 만들어내는 것이다. 인간의 기억은 한계를 가지고 우리가 보고 들은 것, 그리고 검색하고 탐구한 것을 전부 기억하지는 못 한다. 개인화된 기록은 이를 보완하는 장치이며, 컴퓨터에 기반한 개인화된 기록 장치는 일반적으로 무한에 가까운 저장용량을 제공한다. 위키위키, 블로그, 노트 애플리케이션, 서지 애플리케이션, 웹 스크랩 도구와 같은 것들은 모두 기록을 돕고, 이를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기능들을 제공하는 도구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개인의 내제적인 능력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나는 기록을 대하는 태도가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경쟁력에 있어서 더 큰 의미있는 차이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믿는 쪽이다.

그리고 이는 법인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오래된 기업이 신생 기업에 비해서 가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점은 기록이라고 믿는다. 직원으로서 개인의 신체에 축적되는 경험은 개인에게 귀속된다. 이 때 이 경험을 법인과 개인이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은 기록밖에 없다. 만약에 이 경험에 대한 어떠한 기록도 남기지 않는다면, 개인은 회사에 다니면서 얻은 수많은 신체에 각인된 능력(혹은 기록)들을 가지고 회사를 떠날 수 있지만, 기업은 그 사람이 떠난 이후에 아무런 가치도 얻지 못 할 것이다. 이런 일은 현실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전임자가 떠나고 나면, 후임자는 마치 백지에서 일을 시작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니면 전임자가 떠날 때야 비로소 인수인계를 하라고 이야기하지만 이 역시 빈틈이 많고 문서화 되기보다는 구전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업 내에 기록을 위한 충분한 시스템이 갖추어져있다면, 인수인계라는 것은 업무에 대한 것이 아니라, 권한에 대한 것만으로도 충분해질 것이다.

법인은 어떤 면에서 개인보다도 이러한 가치를 인지하는데 무능할 수 있다. 왜냐면 법인으로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맥락에서 가치를 축적하는 것보다 당장 돈을 보는 것이 급급하기 때문이고, 법인은 스스로 기록의 가치를 인지하지 못 하고, 항상 법인을 운영하는 주체들에 의해서 기록의 가치를 인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인이라고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개인보다 나은 점도 있다. 그 가치를 이해하기만 한다면, 시스템으로 잘 갖추기만 한다면 기록은 자동적으로 이루어지고 또한 오랜 시간 남아 법인의 가치를 높여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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