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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기업들의 매출 주도 성장: 아틀라시안, 아마존, 그리고 애플

The Entire Economy Is MoviePass Now. Enjoy It While You Can. 뉴욕 타임즈의 5월 16일자 기사.


요즘 느끼고 있던 테크 기업들의 매출과 이익에 대한 감정이 이 기사 하나에 잘 정리되어있다. 미국에서 작년에 상장한 기업 중 76%는 적자였다고 한다. 그리고 잘 알려진 적지않은 테크 기업들이 적자거나 이제 막 흑자로 돌아선 정도이다. 잘나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테크 기업들 대부분이 이렇다. 잘 나간다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외형적인 성장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일단 지속적으로 사용자를 확보해서 매출을 늘려나간다. 이런 기업들의 외형 성장은 눈부시다. 최소 매년 20% 이상씩 꾸준히 매출이 성장한다. 하지만 이익이 매출만큼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매출에 비례해서 손실이 커져나가는 경우도 있다. 개인적으로 의아하게 느껴졌던 기업 중 하나가 아틀라시안(Atlassian Corporation, NASDAQ:TEAM)이었다. 아틀라시안의 협업 소프트웨어의 대표적인 기업이다. 아틀라시안의 지라는 독보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고, 구독제 모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성장해나가는 좋은 기업일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해왔다. 하지만 막상 재무 정보를 열어보니 상황은 조금 달랐다.

물론 주가와 매출은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 아틀라시안의 2013년 매출은 1억 5천만 달러 정도에서 2017년에 6억 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순이익을 보면 조금 상황이 다르다. 2013년에는 1천만 달러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매출 규모가 증가에 따라서 순이익이 줄어들더니 2017년에는 4천만 달러 손실을 기록했다. 기사에서 언급된 사례는 아니지만 수익보다 외형적인 성장을 쫓아가는 전형적인 테크 기업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외형을 키우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외형을 키우고 이익을 내면 된다. 이런 성장의 좋은 성공 사례로는 아마존이 있다. 기사에서도 성공적으로 흑자 전환한 The king of money-loserse로 아마존을 꼽고 있다.

The king of money-losers, of course, is Amazon, which went years without turning a profit. Instead, it plowed billions of dollars back into its business, building out its e-commerce infrastructure and jump-starting side efforts like Amazon Web Services and Amazon Prime Video. Those years of investments paid off, and Amazon is now the second most valuable company in the world, with $1.6 billion in profit last quarter alone.

현재 아마존은 전 세계 시가총액 2위 회사이다. 하지만 아마존의 성공은 아직 과장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애플이 2018년 3월에 발표한 분기 순이익은 138억 달러로, 아마존 설립 이래의 총이익인 96억 달러보다도 많다고 한다.

참고로 애플은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이다. 단순 비교는 어렵겠지만 10년 전과 비교해면 이렇다. 아마존의 매출은 2017년에 2008년보다 9.2배가 성장했다. 순이익은 들쑥날쑥 했지만 최종적으로 4.7배가 성장했다. 애플의 매출은 같은 기간 7배가 성장했다. 순이익은 꾸준히 증가해왔고 최종적으로 10배가 성장했다. 지금은 애플의 성장세가 더뎌진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매출을 중심으로 키워나가는 기업과의 차이는 여실히 드러난다.

클라우드 혁명의 끝자락에서: 테라폼 모듈로 스쳐보는 인프라스트럭처 추상화의 미래

컴퓨터는 크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구성된다. 범용 컴퓨터는 고정된 물리적 하드웨어에서 변경 가능한 소프트웨어를 실행 가능하도록 하면서 등장했다. 흥미로운 건 원래 소프트웨어도 물리적 실체가 있었다는 점이다. 그 이전에는 더욱 그랬지만, 천공 카드만 보더라도 눈에 보이고, 만질 수 있고, 촉감이 있고, 온도가 있으며 심지어 사람이 내용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물체였다. 하지만 저장장치와 입출력 장치의 발전에 따라서 이러한 물리적인 성질은 사라져버린다. 이제 소프트웨어는 가상적인 실체가 되었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으며, 촉감도 없고, 온도도 없고 오직 컴퓨터 하드웨어 연결된 출력 장치(모니터)를 통해서만 내용을 확인하거나 실행해볼 수 있는 가상의 존재이다.

하드웨어의 물리적인 지위는 공고해보인다. 특히 입력장치(키보드, 마우스 등)와 출력장치(모니터) 세트로 구성된 인간과 계산 유닛의 인터페이스로서 컴퓨터의 물리적인 실체가 위협 받은 일은 아직까지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모든 계산 장치(컴퓨터)가 인간과 직접 상호작용하는 인터페이스와 직접 연결되어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서버 컴퓨터는 사용자가 이 컴퓨터에 접근하기 위한 물리적인 인터페이스를 가지지 않는다. 이러한 인터페이스는 초기 셋업이나 컴퓨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비상시에만 사용되며, 평시에는 네트워크를 사용해 외부의 인터페이스를 사용해서 접근한다. 인터페이스로 사용하는 컴퓨터에서는 직접 계산을 하지 않고, 서버 컴퓨터의 자원을 사용해 계산을 할 수 있다.

명령을 내리는 클라이언트 컴퓨터와 계산만을 수행하는 서버 컴퓨터의 구성은 지금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 되었다. (인터페이스 역할을 하는) 컴퓨터에서 가능한 많은 일들이 실제로 클라이언트 컴퓨터에서 일어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연산은 네트워크 상에 있는 사람 컴퓨터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단순히 웹브라우저로 어떤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조차도 사실은 다른 사람 소유의 컴퓨팅 자원을 사용하는 일이다. 네트워크의 본질은 다른 컴퓨팅 자원을 활용하는 일이다.

그렇다고 원격에 존재하는 물리적인 실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서버 컴퓨터는 누군가 조립해서 만든 특정한 CPU와 메모리, 저장용량을 가진 한 단위의 컴퓨터이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너머의 물리적 실체. 인터넷 데이터 센터(IDC)에 가면 이러한 독립적인 단위의 서버 컴퓨터들이 무수히 많이 설치되어있다. 서버 컴퓨터를 관리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물리적인 실체와 물리적으로 셀 수 있는 단위를 가진 컴퓨터란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클라우드가 등장하면서 컴퓨터의 단위가 도전받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서 특정한 사양을 가진 컴퓨터 10대가 필요하다고 해보자. 기존에는 IDC 상에 물리적 실체를 가진 서버 컴퓨터 열 대를 설치해서 네트워크 설정을 해야했다. 하지만 클라우드에서는 사양과 필요한 대수를 지정하면 곧바로 서버 컴퓨터들을 사용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클라우드 서비스가 서버 설치 업무를 대행해주는 일을 하는 서비스가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로는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에 이미 무수히 많은 서버 컴퓨터가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서버 컴퓨터들은 여전히 셀 수 있는 물리적 실체를 가지고 있지만, 이제 더 이상 이 물리적인 단위를 기준으로 사용자에게 제공되지는 않는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이러한 인프라스트럭처(서버 컴퓨터들의 집합) 위에서 가상화된 컴퓨팅 자원(=새로운 단위의 서버 컴퓨터)을 제공한다. 따라서 데이터 센터에서 허용하는 한 어떠한 사양(크기)의 컴퓨터라도 요청받는 즉시 생성해서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가상화라는 기술을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처음 사용한 것은 당연히 아니다. 하지만 클라우드가 혁명적이었던 이유는 서버 컴퓨터가 필요한 사람들이 더 이상 서버 컴퓨터의 물리적 실체를 고려할 필요가 없도록 만들어주었다는 점이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에게 여전히 서버 컴퓨터는 물리적 실체를 가지고 있지만, 적어도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서버 컴퓨터의 물리적인 제약에 대해서 고려를 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제 컴퓨팅 자원은 사양이 고정되어있지 않으며, 아무리 많이 사용하더라도 공간을 차지하지도 않는다. 클라우드가 등장하면서 이제 컴퓨터를 세는 단위는 물리적 하드웨어가 아니며, 클라우드 위에서 진정으로 가상화된 실체가 되었다.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는 물리적인 실체를 가지고 있지만 클라우드 서비스의 컴퓨팅 자원을 비롯한 모든 하드웨어 장비는 가상화되어있다. (제대로 된) 클라우드 서비스들은 기존의 물리적인 하드웨어가 하는 역할을 하는 가상화된 장치를 생성하고 수정하고 삭제하는 일련의 작업을 코드로 실행할 수 있도록 API를 제공한다. 소프트웨어가 동적인 성격을 가진 것처럼, 소프트웨어를 실행하는 하드웨어 자체가 동적으로 구성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물리적인 실체는 이제 가상화된 자원을 조작하는 인터페이스 뒤로 숨어버린다. 하드웨어가 소프트웨어로 추상화되었다.

컴퓨터 네트워크 구성을 위한 물리적인 장비들을 구성하고 설계한 것을 아키텍처라고 한다. 설계란 제약 위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상력을 펼치는 공간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아키텍처를 구성하는 요소는 모두 물리적인 실체를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설계로부터 구현된 아키텍처가 얼마나 경직되어있는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물리적으로 구현되어야하는 아키텍처는 자연스럽게 물리적인 제약들에 대해서 고려해야만 한다. 가장 간단한 경우를 생각해보자. 서버 컴퓨터를 한 두 대 설치할 때 공간은 문제가 아니지만, 이런 서버를 1000대씩 설치하기 시작한다면 공간에 대한 비용이나, 건물이 서버 무게를 견딜만큼 튼튼한지가 현실적인 문제가 된다. 처음 구상하던 아키텍처를 서버실의 형태나 크기를 확인하고 다시 처음부터 설계해야할 수도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구성요소들이 있으며 처음 아키텍처를 구현할 때 드는 비용도 높지만, 이를 다시 수정하는 비용은 처음에 설치하는 비용보다 더 클 수도 있다. 이런 면에서는 컴퓨팅은 물리적 공간을 설계하는 건축의 영역에 걸쳐있다.

클라우드를 감히 혁명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러한 아키텍처의 물리적인 속성을 증발시켜버렸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위의 모든 자원은 가상화되어있으며 아키텍처를 상상하기만 한다면 그대로 만들어질 수 있다. 물론 기존 하드웨어 리소스를 가상화된 리소스가 완벽히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클라우드 위에서는 아키텍처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클라우드 리소스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며, 게임의 논리 자체가 달라졌으므로 완전히 새로운 설계 원칙들을 익혀야만 한다. 기능이 아니라, 리소스의 실체 때문에 설계 전략도 달라진다.

클라우드 위에도 여전히 설계와 구현 사이의 갭은 존재한다. 설계를 클라우드 자원들로 구현하는 작업은 의외로 쉽지 않다. 이런 작업을 처음하는 사람이라면 상당한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한다. 클라우드가 다음으로 발전할 방향은 사실 여기서부터 이미 확정되어있던 걸지도 모른다.

설계와 구현의 갭을 메우기 위해 자연스럽게 코드로서의 인프라스트럭처(Infrastructure as Code, IaC) 패러다임이 등장한다. 여기서 코드는 절차적인 명령이라기보다는 아키텍처 설계를 위한 문법이라고 이해되어야한다. 이러한 대표적인 도구로는 아마존 웹 서비스의 클라우드 포메이션(CloudFormation)이나 하시코프의 테라폼(Terraform)이 있다. 테라폼은 HCL이라는 전용 언어를 사용하며, 이를 사용해 컴퓨팅 자원을 정의하는 코드는 다음과 같다.

resource "aws_instance" "web" {
  instance_type = "t2.micro"
}

이 코드가 곧 컴퓨팅 자원 한 단위를 정의하는 명령어이다. 실제로 이 코드가 곧 컴퓨팅 자원이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클라우드의 강력함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코드 어디에도 물리적인 실체에 대한 고려는 없다.

훨씬 더 좋은 성능을 가진 컴퓨터 10 단위를 정의하는 코드도 크게 다르지 않다. instance_typecount 속성을 지정하면 그만이다.

resource "aws_instance" "web" {
  instance_type = "m4.4xlarge"
  count = 10
}

IaC는 아키텍처 설계와 구현의 갭을 메워준다. 테라폼의 HCL 코드는 그 자체가 클라우드 아키텍처의 설계도이며 동시에 구현이다. 테라폼에는 planapply 명령어가 있는데, plan은 HCL로 설계한 아키텍처가 실제로 구현 가능한 아키텍처인지를 임시로 검증해주며, apply는 설계도 대로 클라우드 위에 아키텍처를 구현한다. 설계도가 곧 실체가 되었다. 이 실체는 기존의 물리적인 하드웨어들로 구성된 아키텍처와 같은 역할을 하는 실체이다.

이러한 변화는 놀라운 것이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테라폼에는 모듈 기능이 있다. 모듈은 아키텍처 재사용을 위한 추상화된 형태로 아키텍처를 작성하는 방식을 지원한다. 모듈은 재사용될 수 있으며 몇 가지 매개변수에 따라 다양한 양태로 실체화된다. 물리적인 아키텍처든 클라우드 아키텍처든 기존에 아키텍처를 조금이라도 설계해보고 구현해본 적이 있다면 이러한 접근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앞서 살펴보았지만 하드웨어가 물리적인 실체였던 시절에 아키텍처란 매우 경직되어있는 것이었다. 아키텍처는 다양한 제약들을 바탕으로 최적화된 형태로 만들어져야 했으며, 아키텍처 설계를 위해 공유할만한 패턴들이 존재하더라도 아키텍처 자체를 재사용한다는 발상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것이었다. 클라우드에 온다고 이런 사정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인 아키텍처 설계를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항상 자신의 상황에 맞춰 최적화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전히 아키텍처는 재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최적화된 형태로 매번 재설계하는 것이었다. 나는 모듈 기능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었지만, 하시코프(Hashicorp)는 이런 생각에 게의치 않고 하시콘프(Hashiconf) 2017에서 테라폼 모듈 레지스트리(Terraform Module Registry)를 발표한다.

테라폼 모듈의 본질은 아키텍처를 추상화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불신은 아키텍처가 추상화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다. 테라폼 모듈 레지스트리를 보면서 아키텍처 추상화가 비록 어려운 것이더라도 결국 이 방향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아키텍처가 추상화 되면 복잡한 설계는 모듈 뒤로 숨어버린다. 모듈을 사용하면 복잡한 아키텍처 구현에 대한 충분한이해 없이도 아키텍처의 가치를 충분히 향유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보자. 클라우드에서 병렬적으로 딥 러닝 학습을 수행하고 싶은 데이터 과학자가 있다. 하지만 클라우드 위에서 이러한 학습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클라우드를 비롯해 아키텍처에 대해서도 상당한 지식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이러한 학습 환경을 지원하는 잘 구현된 아키텍처 모듈이 있다면 이 데이터 과학자는 이 아키텍처를 사용하고 자신은 학습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만 집중할 수 있다.

이런 일이 정말로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현재 내 답은 당연히 아니오이다. 아키텍처에 대한 이해없이 아키텍처를 향유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모듈은 여전히 가상화된 자원 자체를 완벽하게 숨겨주지는 않는다. 사용자는 아키텍처 모듈을 사용하더라도 클라우드 콘솔과 API를 직접 사용해서 많은 문제에 대응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 극단적인 경우 아키텍처 모듈을 설계한 사람만큼의 지식이 필요할 수도 있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원칙적으로 모듈을 같은 클라우드 계정 안에서 매개변수만 바꿔서 여러번 정의할 수 있어야한다. 그러나 클라우드는 모듈을 구현하기 위해 충분히 격리된 공간을 제공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아키텍처를 모듈로 추상화하는 작업이나 사용하는 방식은 상당히 교묘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름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서 리소스의 자원이 어느 정도 범위에서 공유되는지 이해하고 있어야한다. AWS의 경우 S3의 이름은 모든 사용자 수준에서 공유되며, IAM은 계정 수준에서 공유된다. ELB는 리소스 이름이 곧 id로 사용되며(즉, 이름이 같으면 충돌이 난다), EC2와 같은 어떤 자원은 리소스 이름을 태그로 지정되기 때문에 전혀 충돌이 일어날 일이 없기도 하다. 모듈을 정의하려면 추상적으로 아키텍처를 설계해야하며 이러한 예상가능한 충돌에 대해서 충분히 대비해야한다. 바로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아키텍처 모듈(추상화)에 대한 의심은 합리적으로 보인다.

마법은 없다. 현실적으로 아직은 쉽지 않고, 많은 시행 착오들이 필요해보인다. 현실적인 한계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키텍처 추상화는 충분히 이상적인 발전 방향이다. 결국에 테라폼의 모듈도 진화해나갈 것이고, 클라우드 역시 이러한 추상화를 충분히 지원하는 방향으로 진화해나갈 것이다. 컴퓨터의 진화라는 관점에서 이러한 변화는 하루 아침에 시작된 것이 아니다. 이 아래에는 분명히 물리적인 제약으로부터의 해방과 더 높은 추상화라는 일관적인 저류가 흐르고 있다.

저PER 매수 전략은 투자인가, 투기인가

주가이익비율이 낮은 주식을 기계적으로 매수하는 전략이 다른 전략이나 시장보다 낫다는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찾을 수 있다. 한국 주식 시장에 대해서는 주식 시장을 이긴 전략들(박상우 저), 메트릭 스튜디오(문병로 저) 등에서 다루고 있으며, 효율성 시장 가설을 옹호하는 버튼 멜킬도 시장변화를 이기는 투자에서도 아주 짤막하게 저PER 전략을 소개한다.

저PER 투자의 성과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 하지만 직관적으로 지나치게 저평가된 주가가 정상적인 주가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주가이익비율이 상승하고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이해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저PER 투자 성과에 대한 백테스트는 기계적인 종목 선정으로 이루어져야한다는 점이다. 투자자가 이 전략을 사용하려면 정확히 이 절차에 따라야만 한다. “주식시장을 이긴 전략”들의 저자 박상우 씨는 이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 A종목, B종목, C종목,… 이렇게 20종목을 종목당 30만 원씩 동일비중으로 매수하세요
: 매수근거는 뭔가요?

: 저PER 11위부터 30위까지 종목입니다.

: 매수 종목들은 어떤 회사인가요?

: 글쎄요–; 뭘 하는 회사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엥!! 한 종목을 사더라도 뭘 하는 회사인지, 왜 사야 하는지 이유는 알고 사야 하지 않나요?

: 시장 가치에 비해서 저평가된 종목들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독자들에게 왜 매수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줘야 하는데, 이런 답변만으로는 곤란합니다. 좀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 음… 효율적시장가설이라는 것이 있는데…산조이 바수가 PER를 이용해서…저평가된 종목의 수익률이 높게 나타나는 이례현상이 있고…비체계적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해 수십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이러쿵 저러쿵…

: 그러니까, 왜 A, B, C,,,종목을 사야 되냐고요?
: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사세요!!

Rule Based Trading – 주식시장을 이긴 전략들(6) – 상대가치 투자전략 

이 때 다른 지표나 기업의 가치를 고려하면 안 된다. 다른 지표나 가치를 반영한 선택은 순수한 저PER 투자의 백테스트 결과를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다.

내 의문은 이렇다. 그렇다면 저PER 전략은 투자일까? 아니면 투기일까?1

이전 글에서는 나름대로 투자와 투기에 경계선을 그어보았다. 나는 주가이익비율에 기반해서 투자와 투기를 나눠보았다. 주가 상승이 이익의 성장의 결과이기를 기대한다면 이는 투자이다. 반면에 주가이익비율의 상승의 결과이기를 기대한다면 투기이다. 일반적으로 투자는 길고, 투기는 짧다. 워런 버핏처럼 영원을 이야기하는 극단적인 투자가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투자자는 투자자와 투기자의 중간 쯤 어딘가에 있다.

재미있게도 이 논리에 따르면, 저PER 전략은 투기의 극단에 서있다. 이유는 이렇다. 이 전략은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단기적으로 주가이익비율이 상승해서 주가가 올라갈 것이라고 기대되는 종목만을 매수한다. 어떤 전략이 이보다 더 투기적일 수 있을까?2

저PER 전략을 가치 투자와 비슷해보이지만 다르다. 본래 주기수익비율은 가치투자의 대표적인 지표로 알려져있다. 가치투자의 핵심은 종목 선정이다. (질적, 양적 모든 면에서) 우량한 기업을 찾아야하고, 이 기업의 주가가 충분히 저평가 되어있을 때 매수하는 전략이다. 즉, PER이 낮기 때문에 주식을 매수하는 것이 아니라, PER이 낮을 때 매수하는 것이다. 같은 지표를 사용하지만 완전히 다른 전략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멋진 기업을 적당한 기업에 사는 게, 적당한 기업을 멋진 가격에 사는 것보다 훨씬 더 낫다.
It’s far better to buy a wonderful company at a fair price than a fair company at a wonderful price.

워런 버핏(1989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서한)

공교롭게도 워런 버핏의 이 이야기는 마치 저PER 투자와 가치 투자를 비교하는 것 같은 착시를 일으킨다.


  1. 여기서 투자와 투기는 가치판단을 포함하지 않는다. 투자는 좋고 투기는 나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2. 아마도 많은 규칙 기반 계량 투자 방법들이 이 정도로 투기적일 것이다. 

투자와 투기, 투자자와 트레이더

주식 시장에서 투자와 투기는 명확하게 구분이 되지 않는 용어이다. 하지만 투자라는 용어의 본질을 생각해본다면 이 차이는 생각보다 선명하다. 어떤 기업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서 동남아에 공장을 세운다고 가정해보자. 이 기업이 새 공장을 짓고 가동하기까지는 최소한 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이 단기적으로 얻는 이익은 없지만, 5년 후부터 10년에 걸쳐서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된다면 이는 투자라고 할 수 있다. 즉, 투자는 장기적인 성장을 전제로만 성립한다. 주식 시장에서도 이 논리는 그대로 적용된다.

어떤 기업의 주가가 저평가되었는지, 고평가되었는지 확인하는 지표로 주가이익비율(PER, P/E ratio)1이 자주 사용된다. 주가이익비율 주가를 주가당이익으로 나눠서 계산할 수 있다. 어떤 주식의 정적 주가이익비율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마스터 마켓은 성질이 고약하기 때문에 모든 주식은 끊임없이 저평가 되기도 하고, 고평가 되기도 한다.

이 주가이익비율이 고정되어있다고 해보자. 예를 들어 주가이익비율이 15인 주식을 매수할 때, 이 주식의 주가이익비율은 영원히 15로 고정되어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미스터 마켓은 그런 일을 용납하지 않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하는 사람에게 이 가정은 매우 중요하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주가이익비율은 주가이익비율 = 주가 / 주식당이익으로 계산된다. 식을 조금 고쳐써보면 주가 = 주가이익비율 * 주식당이익이 된다.

이 식에서 주가가 상승하려면 어떤 변화가 있어야할까? 정확히는 유통주식수가 끼치는 영향을 고려해야겠지만2, 여기서는 유통주식수도 상수로 두자. 그렇다면 유통주식수와 주가이익비율은 고정이니, 주가가 상승하려면 이익이 늘어나는 수밖에 없다. 투자자라면 장기적으로 이익이 늘어나는 기업에 투자해야한다. 이는 너무 명백한 논리다. 심지어 워런 버핏은 영원을 이야기한다.3

열정적인 거래 활동이 미국 기업계와 금융계를 휩쓸고 있지만, 우리는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계속 보유하는 전략을 고수할 것입니다.
— 워런 버핏의 주주서한 176-177p, 워런 버핏 지음, 이건 옮김.

투자자는 주가이익비율이 높은 고평가된 주식을 매수하는 경우 단기적으로 손실을 볼 확률이 높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주가이익비율이 하락하더라도, 기업의 이익이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면 주가 또한 계속해서 상승할 것이다. 예를 들어 주가이익비율이 반토막이 나도 이익이 4배 상승했다면 결과적으로 주가는 2배 상승한다. 또한 벤자민 그레이엄 같은 대가가 이야기했듯이 안전마진을 고려한다면 이 전략은 더욱 빛을 발한다. 주가이익비율이 낮은 지점에서 주식을 구매하면 장기적으로 주가이익비율도 상승하고 이익도 상승해서 주가는 이익이 상승한 배율보다 더 많이 상승할 수 있다. 기업의 성장을 근거로 주식을 매수하고, 단기적인 손실에 주식을 매도해버린다면 자신이 투자자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 한 것이다. 투자자로서는 단순히 주식이 오르니까 산다는 것만큼 이상한 방법이다.

이번에는 거꾸로 주가당이익이 고정되어있다고 가정해보자. 실제로 기업의 실적은 분기별로 발표 된다. 사람들은 분기 실적과 분기 실적 사이에 기업의 이익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알 수 없고 단지 추정을 할 수 있을 뿐이다. 분기 동안 현실적으로 주가당이익이 고정되어 있는 상태에서도 주가는 끊임없이 변한다. 이익은 그대로인데 주가는 2배 이상 오르기도 하고 반토막이 나기도 한다. 즉, 이 상태에서 주가가 오른다는 의미는 주가이익비율만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투기는 바로 이 변화에 돈을 거는 행위이다. 투자 대상을 찾기 위해서 투기자에게도 기업의 펀더멘탈은 중요한 요소지만 ‘오른다’(매수) 혹은 ‘내린다’(매도) 둘 중 하나에 베팅한다는 점에서는 좀 더 도박에 가깝다.4 명백히 장기적인 성장이 불가능한 기업일지라도, 단기적으로 호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 트레이더는 주식 매수를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투기자라면 명백히 이런 주식을 장기로 보유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단기적인 호재에 근거해 명백하게 사양산업에 속한 기업의 주식을 매수했다면, 만약 예상과 달리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최대한 빨리 주식을 매도해야한다. 단기적인 투기는 실패했고, 장기적인 투자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식을 팔지 못하고 장기 보유한다면 자신이 투기자라는 걸 이해하지 못 한 것이다.

투자와 투기의 경계는 교묘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투자자인지 투기자인지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1. 주가수익비율이라고도 한다. 수익은 매출과 같은 의미로도 쓰여서 혼란스럽기 때문에, 여기서는 명확히 주가이익비율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2. 유통주식수가 늘어나면 주식당이익은 줄어든다. 
  3. 워런 버핏이 주식을 팔지 말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언론에 의해 와전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적어도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보유하는 전략을 고수하겠다고 한 것은 사실이다. 
  4. 이 글에서 투기나 도박은 가치 판단적인 단어를 가치 판단적인 용어로 사용한 것은 아니다.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남자, 경제와 주식시장의 관계

한 남자가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한다. 보통 개들이 그렇듯 주인보다 앞서 달려가다가 주인을 돌아본다. 그리고 다시 앞으로 달려가다가 주인을 돌아본다. 그리고 다시 앞으로 달려가다가 주인보다 많이 달려온 것을 보곤 다시 주인에게로 돌아간다. 그렇게 둘은 산책을 하면서 같은 목표에 도달하게 된다. 주인이 1킬로미터를 걷는 사이 개는 앞서가다 돌아오기를 반복하면서 약 4킬로미터를 걷게 된다. 여기서 주인은 경제이고 개는 증권시장이다. 이와 같은 예가 들어맞는다는 것은 1930년부터 33년까지 대공황 후 미국 경제가 어떻게 발전했는가를 보면 알게 된다. 경제는 지속적으로 발전하지만 한 걸음 혹은 두 걸음 멈추기도 하고 뒷걸음질치기도 한다. 물론 그 사이 증권시장은 100번도 더 앞으로 뒤로 전진 혹은 후진하게 되는 것이다.

요컨데,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면 경제와 증권시장은 같은 방향으로 진행되어 나간다. 그러나 때때로 그 사이 사이에 이 둘은 서로가 상반되는 방향으로 나가기도 한다.

—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96p, 앙드레 코스톨라니 지음, 김재경 옮김, 미래의 창

책 읽다가 자주 듣는 비유를 직접 만나니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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