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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의 평가 가치와 수익 가치, 개인 자산의 총자산수익률(ROA) 구하기

자산관리는 재무상태표를 만드는 데서 시작한다. 자산을 관리하려면 일단 관리할 자산이 얼마인지는 알아야할 것이 아닌가? 후잉을 지지하고 그 외의 가계부 어플리케이션이 불완전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1 하지만 반드시 후잉을 사용해야하는 건 아니다. 자본과 부채의 정의, 자산이 자본과 부채의 합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과 적절히 계정을 나눌 수 있는 능력만 있다면 스프레드시프에서 직접 재무상태표를 만들 수 있다. 또한 개인의 재무상태표는 기업 회계의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 분면 여기에는 많은 논점들이 있지만 적절한 규칙을 세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감가상각과 같은 것들이 기업 회계에서는 필수적이지만, 개인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재무상태표가 완성되면 자산의 전체상이 처음으로 드러난다.

하지만 재무상태표는 시작일 뿐이다. 재무상태표의 계정은 가치 중립적이다. 모든 계정은 숫자로 기록된다는 점에서 동일한 성격을 가진다. 예를 들어 철수 씨의 재무상태표를 생각해보자. 자동차는 자산 계정에 들어갈 수 있다. 감가상각은 하지 않지만 적절하게 3년 후에 매각가능한 가격으로 평가해두었다고 하자. 이 자동차의 가격은 3000만원이다. 철수 씨는 이외에는 3000만원의 예금도 가지고 있고, 시가로 평가한 3000만원의 주식도 가지고 있다. 세 자산은 각각 자동차, 예금, 주식이라는 계정으로 나누어져있다. 재무상태표에서 이 세 자산의 가치는 완전히 동일한 것이다.

이러한 가치를 평가 가치라고 할 수 있다. 개인 회계에서는 이러한 평가 가치를 계산하는 완벽한 공식 같은 것은 없다. 스스로 합리적인 규칙을 정하면 된다. 예를 들어 앞서 자동차의 평가 가치를 3년 후에 매각 가능한 가치로 정했다고 했었다. 이는 자동차를 자신이 구매한 가격으로 파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미래에 지금 매각가능한 중고 가격으로 팔기는 어렵기 때문에 일정 금액을 할인해서 적용한 가격인 셈이다. 그렇다고 기업에서 하는 것처럼 매월 혹은 매년 감가상각을 할 필요는 없다. 예금이나 주식도 마찬가지이다. 예금은 현금에 준하는 자산이라서 비교적 평가하기가 쉽지만, 주식의 경우 역시 평가의 문제가 들어간다. 자산에 따라 평가 기준은 모두 다르다. 하지만 평가가 되기만 하면 재무상태표에 기록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재무 상태표에는 평가 가치만이 기록되지만 자산에는 평가 가치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모든 자산은 수익 가치를 가진다. 이러한 수익 가치를 계산하는 방법 또한 자산에 따라 고유하다. 기업을 평가할 때는 이러한 수익 가치에 대한 평가가 중요하게 여겨진다. 이러한 수익 가치를 평가하는 대표적인 수치로 ROA(총자산 이익률)와 ROE(자기자본이익률)가 있다. 총자산이익률은 당기순이익을 부채와 자본을 합한 자산으로 나눠준 값이다. 이는 자산의 생산성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ROE는 당기순이익을 자본으로 나눠준 값이다. 이는 자본의 생산성을 보여준다.

이는 개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지만 한 가지 중요한 차이를 인지할 필요가 있다. 개인이 1년간 벌어들인 돈의 대부분은 노동 소득에 해당한다. 노동 소득은 한 개인이 가진 자본과 거의 상관성이 없을 것이다. 왜냐면 부모에게 100억을 물려받은 사람의 연봉이 3000만원일 수도 있고, 아주 능력이 있어서 초봉을 1억 가까이 받았지만 모아놓은 돈은 전혀 없는 사람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할 수익은 노동 소득을 제외한 소득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금융 소득이나 자산과 일정한 관계를 가지는 소극적 소득이 이에 해당한다. 즉, 전체소득 - 노동소득 = 당기순이익으로 계산해야한다. 따라서 이 당기순이익을 자산이나 자본으로 나눠주면 곧바로 ROA나 ROE가 계산된다.

철수 씨의 예로 돌아가보자. 철수 씨는 자동차, 예금, 주식을 각각 3000만원씩 가지고 있다. 부채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으므로 ROA만 계산해보자. 당기순이익이 10만원이라고 해보자. 철수 씨의 ROA는 100,000 / 90,000,000 = 0.11%이다. 아주 낮다. 기업의 ROA나 ROE를 계산하는 이유는 전체 자산이나 자본에 비해서 얼마나 생산적인지를 파악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개인의 경우 모든 자산 계정의 고유한 수익률을 파악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가중평균으로 ROA나 ROE를 계산하는 것이 가능하다. 10만원이 어떻게 계산된 값인지를 자산 별로 나눠서 생각해보자. 먼저 예금의 이자율을 2%로 가정하자. 예금의 수익은 60만원이 된다. 주식의 (배당을 포함한) 수익률을 5%로 가정하자. 주식의 수익은 150만원이 된다. 그리고 자동차의 유지비가 1년간 200만원2이 들었다고 해보자. 이 세 자산의 수익에 대한 가중평균이 바로 (1.02*0.333..)+(1.05*0.333..)+(0.933*0.333..)=0.11%이다.3

앞서 이야기했듯이 각 계정은 고유한 수익 가치를 가진다. 수익 가치는 기대 수익률과 변동성으로 표현될 수 있지만 정확하게 평가 가치로 환산되지는 않는다. 이러한 수익 가치는 평가 가치와는 별도로 파악해야만 한다. 또한 어떤 자산은 수익을 내지만 어떤 자산은 유지비가 든다. 철수 씨의 예에서 예금은 명백하게 수익을 낸다.4 자동차는 유지비가 든다. 주식은 배당이 발생할 경우 수익을 내지만 매매차익은 이익이 날수도 있고 손실이 날 수도 있다.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고려해야한다. 자동차는 유지비가 들지만 반드시 나쁜 자산인 것은 아니다. 자산의 가치는 수익성과 효용으로 결정되는데 자동차는 효용이 높은 자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익 가치 면에서 분명히 좋은 자산은 아니다. 이와 같이 세 자산의 평가 가치는 같지만 수익 가치는 완전히 다르다.

이렇듯 전체 자산을 고려할 때 ROA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은 막을 수 없다. 왜냐면 수익에 기여하지 않는 자산이 ROA를 깎아먹기 때문이다. 필요에 따라서 전체 자산에 대한 수익률을 계산하기보다, (생산성이 있는) 금융 자산에 대해서만 수익률을 계산할 수도 있다. 이를 ROFA(Return On Financial Assets)라고 정의하자. 이를 계산해보면 (1.02*0.5)+(1.05*0.5)=3.5%가 된다. 앞서 계산한 ROA보다 무려 35배가 높다. 하지만 이에 기여하는 자산은 6,0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이러한 방식을 사용한다면 수익율은 높아지지만 소득에 기여하는 자산이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다.

자, 이제 자산 관리의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평가 가치의 파악은 자산 관리의 시작에 불과하다. 그 다음으로 이루어져야하는 작업은 정량적이든 정성적인 방법이든 모든 자산의 수익 가치에 대한 이해와 판단이다. 이 작업이 이루어져야만 어떤 자산을 더 보유할 것이고, 어떤 자산을 덜 보유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ROFA와 ROA 두 가지 관점에서 이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ROFA 관점에서 살펴본다면 1. 금융자산을 늘려야하고, 2. (목표수익률에 기반해서) 금융 자산들의 관계를 고려해 생산성이 높고 변동성이 낮은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앞선 글 노동 자산의 가치 계산하기, 투자를 배워야하는 이유에서 이야기한대로 금융자산의 총액은 곧 A(종잣돈)가 된다. 그리고 금융자산의 수익률이 곧 노동자산의 가치를 계산하는 수익률(r)이 된다.5 또한 지속적으로 사전적인 평가와 사후적인 평가를 하고 자산을 리밸런싱해야한다. 단기적으로 ROFA는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ROFA는 양의 값이 되어야만 한다. 물론 이게 쉬운 일은 아니다. ROFA를 관리하는 분야를 바로 투자라고 부른다. (뒤에서 얘기하겠지만 투자만 잘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ROA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결국에 돈이 돈을 벌기 위해서는 ROA가 높아야만 한다. ROFA가 높더라도 ROA가 마이너스라면 자산을 유지하기 위해 쓰는 돈이 더 많다는 이야기가 된다. ROA의 공식을 생산성이 있는 자산과 없는 자산으로 나눠서 생각해보자. ROA = 생산성이 있는 자산의 비율 * 수익률 + 생산성이 없는 자산의 비율 * 수익률. 생산성이 없는 자산은 수익률이 0이거나 손실을 낸다. 현금을 0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을 생각하면 현금조차도 손실을 낸다고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ROA는 항상 ROFA보다 낮고6, 모든 자산이 (생산성이 있는) 금융 자산인 경우에만 ROFA와 같아진다. 자산 관리의 목표는 ROA를 최대한 ROFA와 같아지도록 끌어올리는 일이다. 공식을 놓고 보면 할 수 있는 일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가장 좋은 건 생산성이 없는 자산의 비율을 줄이고 생산성이 있는 자산의 비율을 늘리는 일이다. 그 다음으로 생산성이 없는 자산의 손실(유지비)을 줄여야한다. ROFA를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앞의 두 가지는 스스로의 결단에 의해서 이루어질 수 있지만, ROFA를 원하는 만큼 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ROFA가 높다는 것은 투자는 잘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ROA가 양수가 되도록 일정 이상의 비율을 금액을 투자하는 것이다.

여기서 고려하지 않은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이자 비용이다. 부채에 의해 증가한 자산에 대해서는 이자비용을 고려해서 수익률을 계산해야한다. 생산성이 있는 자산의 경우 이자율보다 높은 수익율은 내야만 가치가 있다. 생산성이 없는 자산을 부채로 늘린다면 ROA를 2중으로 낮추는 역할을 하게 된다. 왜냐하면 이자 비용을 내고, 유지비까지 내야하기 때문이다. 부채로 유지비가 드는 내구재를 늘리는 것은 ROA 관점에서는 최악의 결정이다. 로버트 키요사키는 가난해지고 싶다면 부채를 사라고 이야기한다.

이제 자산과 부채의 정의를 그림으로 파악했으니 내 설명이 훨씬 쉽게 이해될 것이다. 자산은 우리의 지갑에 돈을 넣어주는 것이다. 부채는 우리의 지갑에서 돈을 빼 가는 것이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은 이게 전부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자산을 사라. 가난한 사람이나 중산층에 머물고 싶다면 부채를 사라.
—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2장 왜 금융 지식을 배워야 하는가, 로버트 키요사키

중산층의 현금 흐름

중산층의 현금 흐름

이렇듯 자산 관리는 평가 가치의 파악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모든 자산에 대한 수익 가치의 가중 평균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이어져야한다.


  1. 특히 단식부기 가계부는 재무상태표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 이런 가계부를 10년 써도 내 자산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2. 나는 자동차가 없어서 실제 유지비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다음 글을 참고해서 좀 더 낮게 정했다. 여기에 부채에 의한 자산이라선 이자 비용이 추가로 들 것이다. 삼성화재 – 자동차 구매 시 확인 필수! 차량 유지비 얼마나 들까? 
  3. ROA를 계산할 때 기초의 자산으로 계산했다. 이 값은 기초나 기말, 혹은 기초와 기말의 평균을 사용하기도 한다. 
  4. 비록 실질이자율이 마이너스일지라도… 명목가치로는 수익이 난다. 
  5. 여기서 노동자산을 계산하는 r을 ROFA를 사용한다면 종잣돈은 금융자산이 되고, ROA를 사용한다면 전체 자산이 되어야한다. 
  6. 여기에는 장기적으로 ROFA가 양의 값이라는 가정이 있다. 

노동 자산의 가치 계산하기, 투자를 배워야하는 이유

부자 아버지는 두 꼬마들에게 “자산은 네 지갑에 돈을 넣어 준다”고 설명했다.

—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2장 왜 금융 지식을 배워야 하는가 중, 로버트 기요사키

단식 부기는 현금의 흐름만을 추적한다. 반면에 복식 부기는 자산을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여전히 미스터리한 부분이 있다. 돈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나는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로버트 기요사키가 적절하게 제시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자산이다.

자산은 모두 같은 자산이 아니다. 어떤 자산을 돈을 만들어내고, 어떤 자산을 돈을 까먹는다. 위의 인용에서 로버트 기요사키가 이야기한 자산은 바로 돈을 만들어내는 자산에 해당한다. 이런 자산의 예로는 부동산, 주식, 채권, 어음, 지적 자산 같은 것들이 있다. 반면에 돈을 까먹는 자산으로는 자동차나 사치품 같은 것들이 있고, 그리고 (인플레이션으로 가치를 잃어가는) 현금이 있다.

자산과 수입은 어떤 관계를 가진다. 네 지갑에 돈을 넣어 준다는 것은 바로 그런 의미이다. 그런데 반드시 수입이 자산으로부터오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근로소득은 외부에서부터 발생한다. 따라서 자산과 근로소득을 비교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하지만 자산이라는 것에 특별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상상력을 발휘해볼 필요가 있다. 현금이나 부동산이 자산이라면 또 다른 것들도 자산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족 간의 사랑이라던가 미래에 발현될 내 자신의 재능이라던가 이런 것들도 자산 항목에 넣어두고 내 맘대로 가치를 매길 수 있을 것이다. 영화를 보면 가족 간의 사랑으로 역경을 견뎌내기도 하는데 그것에 ‘가치가 없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예를 들어 가족간의 사랑을 100억원으로 평가하고 자산으로 편입시킨다고 해보자. 그런데 이 자산에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두 가지 이유에서 그렇다. (공감할 만한) 평가 기준이 없고, 유동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주머니에 돈을 찔러주지 않는다. 이는 적어도 좋은 자산은 아니다. 그저 의미없는 자기 만족일뿐이다.

근로소득을 발생시키는 자산을 한 개인의 노동자산1이라고 해보자. 유동성은 없다. 하지만 노동자산은 추상적 가치와 달리 생산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수입을 만들어낸다. 또한 이러한 수입을 기준으로 다른 자산과 비교해서 가치를 산정해보는 것이 가능하다. 가치를 계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예를 들어 연봉은 3000만원이고, 예금의 이자율을 2%라고 해보자. 노동자산의 가치는 2% 이자율로 3000만원을 벌 수 있는 금액으로 계산할 수 있다. 이는 연봉/이자율로 계산할 수 있다. 30,000,000/0.02는 15억원이다. 15억원이 있으면 예금 이자로 연봉에 해당하는 금액이 주머니에 들어올 것이다. 연봉 3000만원을 받는 노동자는 15억원짜리 정기 예금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다. 연봉만큼의 불로소득으로 얻기 위해서는 15억원이 필요하다.

노동자산의 가치를 계산할 때 이자율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자율이 3%라면 노동 자산의 가치는 10억으로 줄어든다. 노동 자산의 가치가 줄어드는 것은 좋은 일일까? 나쁜 일일까? 마치 이는 자신의 노동 가치가 줄어드는 것처럼 보여서 기분이 나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연 3%의 이자율이면 10억원으로 연봉만큼의 불로소득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5억원이 줄었다.

어떤 사람은 투자의 귀재다. 이 사람은 지난 10년동안 투자 수익률이 매년 20%였다. 이자율 대신 이 수익율을 사용한다면 이제 노동 자산의 가치는 1억 5000만원으로 줄어든다. 15억은 보통 사람들에게 상상할 수 없이 큰 금액이지만, 1억 5000만원이면 충분히 상상 가능한 금액이다. 하지만 투자 수익률을 매년 20%씩 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노동 자산의 가치가 이자율 혹은 수익률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점이다. 이와 같이 투자 활동을 통해서 보다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면 노동 자산의 가치는 훨씬 작아지게된다.

합리적으로 이야기해본다면 노동 자산의 가치는 15억원(이자율 2%)에서 3억원(수익률 10%) 정도 사이에서 결정된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이때 노동자산의 평가금액은 단순히 현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수익률 자체가 노동 자산을 대체하기 위한 자산의 수익률에 해당하는 것이고, 이러한 좋은 자산을 자신의 노동 자산의 가치만큼 확보해야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누군가 진정 부자가 되고자 한다면 어느 시점에서는 자산 가치가 노동 자산의 가치를 뛰어넘어야한다. 즉, 자산으로부터의 소득이 근로소득을 뛰어넘어야한다. 근로소득을 뛰어넘는 데 필요한 자산 K는 다음과 같이 계산할 수 있다.

( L / r ) - A = K

K는 노동 자산(L/r)의 가치에서 현재 보유한 자산(A)의 가치를 뺀 금액이다. 이 때 A는 모든 자산을 의미하지 않는다. 앞서 가정한 이자율이나 수익율 r을 얻을 수 있는 자산만을 의미한다.2 그리고 이 K를 1년간 쌓는 자산으로 나눠주면 K가 0이되는 시점을 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연봉 3000만원, 이자율2%, 1억의 자산을 가정하면 K는 14억원이 된다. 그리고 1년에 모을 수 있는 최대 자산을 1,0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K가 0이 되기까지 140년이 걸린다. 인간의 수명을 초월해버렸다.

더욱 안타까운 일은 2%의 수익률도 낼 수 없는, 즉 예금도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K가 무한대이므로) 이 기간이 무한대로 늘어나버린다는 점이다. 이런 사람은 절대로 자산소득이 근로소득을 따라잡을 수가 없다. 반면에 r을 높일 수 있다면 K가 0으로 수렴하는 기간을 줄일 수 있다. 연봉 3000만원, 수익률 6%로 가정하면 노동자산은 5억원이 된다. A를 1억원으로 가정하고, 매년 1000만원씩 모은다고 가정한다면 4억원(K)을 모으는데 40년이 걸린다. 여전히 힘들지만 좀 더 현실적인 기간이 되었다.

실제로는 이보다 복잡하고, 더 짧을 수 있다. 연봉인상을 통해 자산을 늘릴 기회를 만들어야하고(이 때 연봉인상율 보다 자산으로 이전되는 금액의 비율이 더 커야 유리하다), 자산을 통해 얻은 투자 수익이 더해져야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투자를 이야기하면 종잣돈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종잣돈은 중요하다. 그런데 그 이유가 대박을 터트리려면 종잣돈이 커야하기 때문은 아니다. 위의 수식에서 종잣돈은 A에 해당한다.3 종잣돈이 클수록 자산에서 얻는 수익이 커지고 K가 0이 되는 기간을 훨씬 더 빠르게 줄일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두 예를 비교해보자. A가 1억원이고 이자율이 2%인 사람은 1년에 200만원의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총 수입을 3200만원이라고 가정한다면 여기서 200만원을 추가로 자산(A)를 구매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이 투자 수익을 재투자한다면 매년 1200만원 이상의 자산을 쌓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수익률이 6%면 이 금액은 1600만원이 된다. K가 0으로 수렴하기 위해 필요한 기간은 각각 125년, 31.25년으로 줄어든다. 여전히 투자 수익이 상승하는 것은 포함시키지 않은 계산이다.4

이러한 계산식에서 무엇이 변수이고 무엇이 상수인지 생각해보아야한다. 그리고 내가 어떤 요소를 컨트롤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보아야한다. 사실 답은 이미 나와있다. L은 내가 결정하는 요소가 아니라는 점에서 상수로 보아야한다(L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넌센스다). 실제로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은 A와 r이다. A를 컨트롤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가진 모든 자산이 실제로 r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자산은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 우리가 아무런 수익을 내지 않는 어떤 자산을 r의 수익률을 내는 A로 바꾼다면 A는 그만큼 커진다. A를 늘릴 수 있는 최대 금액은 아무런 수익을 내지 않거나 A보다 적은 수익율을 내는 총 자산의 크기에서 결정된다. 다음으로 남은 것은 r이다. 앞서 보았듯이 단순히 r을 높이면5 K를 압도적으로 줄일 수 있다. A나 r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투자 밖에 없다. 여기에 투자를 배워야하는 이유가 있다.6


존 리 대표의 자동차 팔고 매년 수입의 10% 주식 투자하라는 주장은 이렇게 해석해볼 수 있다. 수익률이 없는7 자산을 처분해 수익률 있는 자산(A)으로 바꾸고, 투자를 해서 수익률(r)을 높여라. 같은 맥락의 얘기인 것이다.

이와 달리 근로소득(L)을 높이라는 주장도 있다. A는 제한적인 변수이고 r을 일정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지식 이상의 것을 필요로 한다.8 이런 관점에서 이자율이 낮은 사회에서는 노동 자산의 가치가 극단적으로 커지는데, 그렇다면 차라리 자신의 가치를 포장해서 L을 높이는 게 더 쉬울 수도 있다. 역설적으로 자신의 노동 가치가 커질수록 수익의 더 큰 비율을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연봉이 3000만원이라면 일 년에 천만원을 모으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연봉이 8000만원이라면 매년 3000에서 4000만원 정도를 자산에 투자할 수도 있다. 큰 그림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A와 r이 적절하게 유지된다면 L이 늘어나더라도 K가 0이 되는 시점은 오히려 짧아질 수도 있다. 결국 L을 높이는 것만큼이나 A를 관리하고 r을 끌어올리는 것은 중요하다. 결국에 세 가지는 함께 움직여야한다.


한 가지 이야기가 더 남아있다. 노동 자산의 절대적인 가치가 상당히 크다는 점이다. A가 부족한 사람에게 있어서 노동자산은 수입을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수입이 있어야 자산을 늘릴 수 있다. 노동 자산은 일반적으로 수억원에서 십억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단기간 내에 대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를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없다면 절대로 일을 중지해서는 안 된다. 자산 수입이 없거나 적고 소비를 일정 이상 유지하면서 근로 소득이 중지되면 곧바로 순자산이 마이너스가 된다. 순자산이 사라지는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다. 일을 한 달 쉬면 이를 메우기 위해 2배 이상의 시간이 필요해진다. 근로소득을 중지하고자 한다면 최소한 순자산을 유지하기 위한 계획이 있어야한다. 순자산이 유지되더라도 순자산을 늘릴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돈을 모으는 과정(특히 초기)에는 이러한 공백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1. 노동자본이라는 표현이 좀 더 정확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어차피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는 아니므로 게의치 않는다. 
  2. 혹은 모든 자산의 수익률을 가중평균해서 r을 계산해야한다. 
  3. 실제로는 A가 곧 종잣돈인 것은 아니다. 종잣돈으로 r만큼의 수익율을 얻을 수 있는 자산을 매수했을 때 비로소 A가 된다. 
  4. 투자수익을 재투자한다면 이는 복리로 늘어난다. 둘째 해에 얻을 수 있는 자산은 1696만원, 셋째 해는 1797만원, 넷째 해에는 1905만원, 다섯째 해에는 2019만원, … 점점 빠르게 증가한다. 
  5. 좀 더 정확히 표현한다면, ‘높게 유지할 수 있다면’ 
  6. 물론 이 말이 투자를 배우면 r을 자유자재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7. 자동차는 효용이 있다. 자신에게 충분한 효용이 있다면 무조건 파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효용과 수익을 혼돈하지 않는다면 자동차는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자산이다. 이건 팩트다. 
  8. 5%-6% 정도까지는 위험을 관리하면서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모든 자산의 가중 평균 수익률을 계산한다고 했을 때 5%의 수익률도 상당히 높은 수익률이다. 

고배당주는 고배당주가 아니다

고배당주라고 불리는 주식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S-Oil(010950), 한국쉘석유(002960), SK 텔레콤(017670) 같은 종목들이다. 고배당주는 배당을 많이 주는 주식을 의미하고, 다르게 표현해본다면 배당수익률이 높은 주식이다. 배당수익률은 배당금을 주가로 나눠서 계산한다. 이 때 배당금은 마지막으로 지급된 배당금을 사용하고, 주가는 마지막 거래일 주가를 주로 사용한다. 예를 들어 S-Oil의 2017년 배당금은 5,900원이었다. 이를 2018년 9월 14일 주가인 129,000원으로 나눠주면 배당수익률이 계산된다. 5,900/129,000=0.0457로, 즉 배당수익률은 4.57%가 된다. 같은 날 기준 금리는 1.5%이고, 은행 예적금 이자는 1%에서 2% 안팎일 것이다. 대부분 주식의 배당수익률은 이 정도 범위를 벗어나지 않거나 더 낮은 편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볼 때 기준 금리보다 3배나 많은 배당금을 지급하는 S-Oil은 분명히 고배당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주식의 주가가 떨어지면 배당수익률은 더욱 올라간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고배당주들은 주가에 하방경직성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건 그것대로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이는 배당수익률에는 중요한 특징이다. 주식은 예적금처럼 고정된 금리로 이자를 지급하는 금융상품이 아니다. 앞서 배당수익률이 마지막 배당금과 마지막 거래일의 주가로 계산된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하지만 다음 주기의 배당금은 미정이다. 또한 개별 주주의 배당수익률은 자신이 거래한 주가에 의해서도 계산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식을 어제 종가인 129,000원에 샀다면 배당수익률은 4.57%가 되지만, 지난 52주 최저가인 100,000원에 구입한 사람의 배당수익률은 5.9%가 된다. 차기의 배당금이 6,500원이라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129,000원에 구입한 사람의 배당수익률은 5.03%가 되고, 100,000원에 구입한 사람의 배당수익률은 6.5%가 된다. 같은 주식에 대해서 모든 사람이 얻는 시세차익(손)이 다르듯이 배당수익률도 다르게 계산된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배당은 예금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예금 이자는 돈의 사용료에 해당한다. 이 사용료는 미리 약정한 이자율로 정해지며 달라지는 일이 없다. 배당은 기업의 순이익 중 일부를 주주에게 돌려주는 일이다. 그런데 기업의 순이익은 늘어날 수도 있고 줄어들 수도 있다. 적자가 난 기업이 배당금을 주는 경우는 드물다. 반면이 기업의 이익이 꾸준히 늘어나면 배당금도 꾸준히 늘어난다. 배당금이 늘어나더라도 배당수익률은 일정한 구간에서 움직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2015년 종가 5000원인 기업이 100원을 배당금으로 준다면 배당수익률은 2%가 된다. 2016년 종가가 6000원이고 배당금이 120원이라면 배당수익률은 여전히 2%이다. 배당금은 늘었지만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계산한다면 배당수익률은 같은 것이다. 하지만 이 2015년에 5000원에 주식을 구입한 사람에게는 2016년의 배당수익률은 2.4%가 된다. 순이익이 성장하고, 이에 따라 배당금이 성장하는 기업의 주주는 매년 배당수익률이 증가하게 된다.

고배당주란 배당수익률이 높은 주식을 의미하고, 배당수익률은 특정 시점의 정보를 바탕으로 계산되어진다. 여기에 함정이 있다. S-Oil은 고배당주지만, 지난 10년간 배당금은 들쭉날쭉해왔다. 가장 많은 배당금이 지급된 2016년에는 6,200원의 배당금이 나왔지만(배당수익률 7.32%), 가장 적은 배당금이 나온 2014년에는 150원(0.32%)이 지급되었다. S-Oil은 주로 고배당주로 분류되지만 매년 배당금은 심하게 변한다. 고배당주를 모아놓은 ETF인 Kodex 고배당 상위 10개 주식의 지난 10년간 배당금 추이를 살펴보자.

특별한 패턴을 찾을 수 없다. S-Oil의 배당금은 변동성이 심하다. 삼성화재의 배당금은 성장하는 추세가 보인다. SK텔레콤의 배당금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일정 수준을 유지해왔다. 이 주식들은 단지 특정시점에 배당수익률이 높은 주식들을 모아놓은 것 뿐이다. 앞으로도 배당금이 높으리라는 보장은 없으며, 또한 배당수익률이 증가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주식 투자를 좀 더 길게 바라본다면 이러한 함정을 피해갈 수 있다. 좋은 사례가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전자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액면가를 기준으로) 2008년에 110원을 배당했다. 2009년 160원, 2010년 200원, 2011년 110원으로 배당이 줄었다가 2012년 160원, 2013년 286원, 2014년 400원, 2015년 420원, 2016년 570원, 2017년 850원으로 꾸준히 배당이 증가해왔다. 삼성전자의 현재 시점 배당수익률은 1.85%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10년간 저점인 8,000원(현재 액면가 기준)에 매수했다면, 2008년의 배당수익률은 1.3%가 되고 2017년에는 10.6%가 된다. 이는 저점에 매수해서 10년간 주식을 매수했다는 가정을 한 경우이다. 그동안 주가는 6배가 올랐다. (8,000원에 매수한 사람의) 배당수익률은 이보다 더 많은 8배가 증가했다. 더욱이 삼성전자의 배당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추세라면 (같은 금액을 보유했을 때) 고배당주로 분류되는 주식들을 장기간 보유한 것보다 누적 배당금이 많아질 것이다. (놀랍게도(?) 삼성전자는 Kodex 고배당 ETF에는 포함되어있지 않다.)

장기간에 걸쳐서 바라본다면 고배당이라는 단어는 전혀 다른 기업들을 향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10년간 보유했다면 배당수익률은 10%에 달한다. 올 해 배당금을 많이 받고 싶다면 현재 시점의 배당수익률을 순위 내고 그 기업에 투자하면 된다. 아니면 고배당 ETF에 투자하면 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배당수익을 증가시키기 위해서 할 일은 조금 다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저평가된 성장하는 기업 중에서 배당성향이 유지되거나 증가하는 기업을 찾아내면 고배당주보다 더 높은 배당수익률을 기록하고, 더 많은 배당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일이 정말로 실현된다면 그 주식의 주가는 훨씬 더 많이 올라있을 것이다. 기업 투자의 본질은 변함이 없다.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좋은 기업을 찾을 것, 그리고 가능한 싸게 매수할 것.

‘절대로 배당은 거짓말하지 않는다’의 켈리 라이트는 블루칩을 찾기 위한 까다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1. 배당이 과거 12년 동안 5배 이상 증가해야한다.
  2. 신용평가회사 S&P에서 부여하는 기업 퀄리티 순위가 “A” 등급이어야 한다.
  3. 적어도 500만 주 이상의 보통주가 시장에서 거래되어야 한다.
  4. 최소한 80명의 기관투자자가 해당 기업주식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5. 최소 25년 동안 배당이 중단된 적이 없어야 한다.
  6. 과거 12년 중에 최소한 7년은 기업이익이 계속 증가해야한다.

단순히 배당을 많이 준다고 고배당주인 것이 아니다. 아니 적어도 단순히 고배당주에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배당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켈리 라이트도 이야기하지만 그의 방법도 결국 가치 투자의 변종이고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좋은 기업을 찾는 방법론으로 귀결 된다. 단지 그 방법이 배당에 관련된 지표들을 살펴보는 것일 뿐이다.

부자가 되기 위한 전략: 투자, 그리고 사건의 가능성을 열어놓기

앞선 글의 주제는 최후의 보루였다. 나는 부자가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한 평생 살기 위해서 이것만은 양보할 수 없다. 그게 바로 연금이었다. 하지만 연금은 살아남을 리스크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이고, 큰 돈을 벌기 위한 방법은 아니다. 이제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으니 더 큰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차례이다.


부자의 의미는 순자산이 많은 사람이다. KB 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서 매년 발간하는 부자 보고서에서는 (부동산과 실물자산을 제외한) 금융자산을 10억원 이상 보유한 개인으로 정의한다. 하지만 총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50%가 넘는 걸 고려한다면 순자산이 최소 20억 이상인 개인으로 보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정의에서 알 수 있듯이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순자산을 늘려야한다. 순자산을 늘리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방법은 근로소득에서 소비를 하고 남은 일부를 저축하는 것이다. 하지만 저축으로 큰 돈을 모으는 것은 쉽지 않다.

삼성에 다니는 9년 동안 월급의 100%를 적금으로 넣었어요. 일 열심히 해서 좋은 평가를 받아 보너스로 살았습니다. 야근 하면 나오는 교통비 20만원, 해외 출장 갔을 때 나오는 일당과 숙박비를 아껴 살았죠. (중략)
1억1천만원을 들고 하계동 전세를 얻으러 갔을 때 당시 모 아파트가 1억5천만원이더군요. 이 때 알았어요. 삼성에서 젊은 나이에 과장을 하고 월급도 극단적으로 모았는데 이거 밖에 안 되나 싶더군요. 이건 답이 아니라 생각했어요.

김정호 대표, 네이버 창업주가 밝힌 ‘다이아 수저’ 무는 법 – 지디넷코리아

저축으로 큰 돈을 모으기 쉽지 않은 이유는 분명하다. 저축은 돈이 정확히 쌓은 만큼만 늘어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한 달에 100만원을 저축하면 1년 후에는 1200만원이 모인다. 하지만 이자가 있지 않냐고 항변할 수 있다. 하지만 예적금의 이자는 물가상승률을 방어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자로 받는 돈을 추가적인 수익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곤란하다.

두 번째 방법은 투자이다. 투자는 저축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저축이 근로소득에서 시작된다면 투자는 투자금(종잣돈)에서 시작된다. 투자는 투자금에서 수익율을 곱해고 원금을 빼서 수익률과 수익금이 결정된다. 예를 들어 5000만원의 투자금으로 10%의 수익을 올리면 1년 후에는 5500만원이 된다. 수익률이 고정이라고 가정한다면 투자금액에 따라서 수익이 증가한다. 수익률 10%로 위에서 이야기한 저축의 사례보다 더 큰 수익을 내려면 1억 2천만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종잣돈이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투자 수익은 일반적으로 복리로 늘어나기 때문에 일정한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다면 돈이 늘어나는 속도는 훨씬 더 빨라진다. 10년간 100만원을 저축하면 1억 2000만원이 된다. 5000만원의 투자금으로 10년간 10%의 연수익률을 올리면 수익은 8765만원이 된다. 하지만 다음 10년은 얘기가 달라진다. 저축한 돈은 2억 4000만원이 된다. 투자수익은 3억 2천만원이 된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더라도 높은 수익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를 알아야한다. 투자는 투자금에 상관없이 수익률에 의해서 수익금이 결정된다. 반면에 저축의 수익률을 계산해보면 계속해서 감소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해의 수익률을 생각해보면 2400-1200/1200=100%가 된다. 하지만 19번째 해의 수익률은 24000-22800/22800=5.26%가 된다.

저축과 투자는 양극단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근로소득을 가진 직장인의 순자산을 증식하는 전략은 하이브리드하게 구성되어야한다. 먼저 여유자금을 통한 투자는 반드시 해야한다. 내가 생각하는 투자의 목적은 분명하다. 투자금에 대한 일정한 수익률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근로소득의 일부를 적립식으로 투자금에 편입해야한다. 초기 투자금이 3000만원이라고 해보자. 수익률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3년 동안 월 100만원씩 투자금을 늘려나가면 초기 투자금만큼 자산이 증가한다. 투자 초기에는 투자금으로 얻는 수익보다 근로소득의 일부를 적립하는 금액이 더 클 것이다. 적립금이 고정되어 있다면 어느 시점에는 투자 수익이 적립금을 따라잡을 것이다.

저축은 종잣돈을 만들기 위한 것이고, 투자는 수익률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그 두 가지가 서로 완전히 다른 트랙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트랙에서 진행되어야한다. 이러한 방식을 적립식 투자라고 한다. 퇴직연금에서 돈을 모아가는 방법도 기본적으로 같은 원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순자산을 증가시키는 방법만으로 부자의 길은 요원하기만 하다. 3000만원의 종잣돈으로 매월 100만원을 적립하면서 10%의 수익을 올린다면 20년 후에는 10억이 조금 안 되는 돈이 모인다. 20억을 모으려면 250만원씩 적립해야한다. 월 100만원을 별도로 적립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본다면 현실적으로 20년 안에 부자가 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보인다.

이래서야 복권 사서 당첨되는 게 부자가 되는 지름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순간 돈을 많이 번다고 그 사람이 장기간에 걸쳐 부자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단기간에 돈이 많아도 돈을 버는 속도보다 줄어드는 속도가 빠르다면 그 속도만큼 가난해져갈 것이다.

창업할 때 사실 돈이 많이 들지는 않아요. 하지만 이 때 돈이 없으면 주주로 참여하지 못해요. 네이버가 2002년 상장할 때 누구는 대거 주식을 팔아 람보르기니를 샀지만, (이런 사람은) 그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어요. 소비 습관이 있어서 조금 돈이 생겼을 때 써버리면 확실히 다른 길을 걷게 되는 것 같습니다.

김정호 대표, 네이버 창업주가 밝힌 ‘다이아 수저’ 무는 법 – 지디넷코리아

이 이야기에는 중요한 교훈이 있다. 사람들은 복권에 당첨된다면 무엇을 할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곤한다. 하지만 김정호 전 대표가 이야기하듯이 큰 돈을 벌어서 크게 써버리면 그 사람은 그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다. 투자가의 관점에서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해보자면, 그런 사람의 부는 거기에서 그칠 수밖에 없다. 나는 그래서 종잣돈의 크기도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투자는 태도의 문제다. 투자가라면 작은 돈도 굴릴 줄 알아야하고, 큰 돈도 똑같이 굴릴 줄 알아야한다. 그래서 적은 돈을 가지고 있든 큰 돈을 가지고 있든 치열하게 공부하고 투자를 해야하고, 그리고 긴 시간을 기다릴 줄 알아야한다. 이런 사람이 부자라면, 가난해지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제 할 일은 복권을 사는 일이다. 복권이 의미하는 바는 큰 돈을 벌 수 있는 사건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복권을 사는 게 좋은 방법인지는 모르겠다. 복권은 주기가 짧고 가능성이 거의 없다. 큰 돈을 벌 수 있는 사건을 도저히 찾을 수 없다면 그 때는 복권이라도 사야한다. 여기서 큰 돈에 어떤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순자산의 10% 이상 혹은 1억원 이상이라고 해보자. 복권 외에도 부동산 투자, 초기 기업 투자, 우리사주, 유상 증자, 스톡옵션, 창업 같은 것들이 있다. 부동산 투자는 개인이 가장 큰 레버리지를 일으켜서 투자하는 방법이다. 초기 기업 투자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고 투자한 돈을 전부 날릴 수도 있다. 하지만 좋은 기업의 초기 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많지 않다. 재직중인 회사의 미래가 밝아보인다면 (기회가 있을 때) 우리사주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법도 있다. 스톡옵션을 받고 스타트업에 합류하는 것도 이런 가능성을 열어두는 방법 중에 하나이다. 창업도 좋은 방법이지만, 자신이 정말 사업가 기질이 있는 지는 진지하게 고민해봐야한다.

각각의 방법들은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 마디로 정리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미래의 특정 시점에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가능성은 여전히 높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복권에 당첨 되려면 우선은 복권을 살 필요가 있다. 그래도 언제 올 지 모르는 기회를 위해서 계속해서 공부해야하고, 몇 천만원이라도 따로 모아놓는 것이 좋다. 그리고 기회가 온다면 놓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절대 무리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고 돈을 쌓고 투자를 하더라도 부자가 되기는 쉽지 않다. 목표 수익률을 지나치게 높인다면, 그만큼 위험도 커지기 마련이다. 투자는 투자대로 해나가면서, 이와는 별도로 가능성들을 물색해야한다.

예를 들어보자. 3000만원의 종잣돈으로 월 100만원씩 적립하면서 연 10%의 수익율을 8년간 올린다면 2억 정도가 된다. 운이 좋게 이 시점에 전 직장에서 유상 증자에 참여했던 주식이 상장을 해서 3억을 벌었다고 해보자. 그럼 순자산은 5억원이 된다. 여기에 추가로 적립하지 않더라도 10% 수익률로 14년을 투자하면 20억원이 된다. 유상 증자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면 20억을 모으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물론 이건 하나의 경로에 대한 상상일 뿐이다.

두 가지가 모두 중요하다. 사건도 중요하고, 이러한 사건을 통해서 번 돈이 다시 투자금으로 들어가는 순환이 필요하다. 부자가 되려면 투자만으로도 부족하고, 사건만으로도 부족하다.


투자와 사건은 나에게 있어서 부자가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략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의 키포인트는 시간이다. 투자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투자금이 모이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고, 투자로 돈을 모으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씨앗을 뿌리고 사건으로 회수되기를 기다리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투자는 영원히 오지 않을 미래를 기다리는 것처럼 지루하게 해야만 한다. 여전히 이러한 전략이 확실하게 부자가 되는 경로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후의 보루를 지키고 있다면 부자가 되지 못 해도 사는 데 지장은 없을 것이다.

고령화 사회에서 살아남기: 직장인 최후의 보루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이 글은 지난 4월에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공유하기 위해서 준비했던 내용을 추려서 정리해본 내용이다. 원래는 비공개로 작성한 것인데 작성하다 보니 현재 내 의사결정의 기본 원리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래서 그 중 하나를 글로 다시 작성해보았다. 밀레니얼 세대, 살아남을 위험, 그리고 투자와 내용적으로 이어진다.


나는 부자가 아니다. 서울의 평균 아파트 값이 7억이 넘는다고 하니 자산 관점에서 본다면 중산층이라고 불리기도 어려울지도 모른다. 직장인으로서 근로소득에 거의 대부분의 생활을 의존하고 있다. 내가 바라는 건 아내와 일생동안 풍요롭게 살아가는 일이다. 금전적으로 풍요로운 삶은 이루기 쉽지 않은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살아가기는 해야한다. 그런데 그 기간은 결코 짧지 않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짧고 굵은 삶이라는 건 소설 책에나 나오는 낭만적인 일이고, 현실은 살아남을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된 세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미래는 반드시 도래한다. 미래가 반드시 도래한다면 현실에 대한 이해와 미래에 대한 상상력만이 좀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충분히 합리적인 미래에 대한 상상력만이, 그 미래에 다다르는 경로를 보여줄 것이다.


누군가 80세까지 산다고 가정한다면 인생은 크게 두 기간으로 나뉘어진다. 첫 번째는 근로소득으로 생활할 수 있는 기간이다. 사회적으로 이 기간을 60에서 65세 사이까지라고 본다. 전 생애에 걸쳐서 근로소득을 가지고 생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상당히 순진한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노년에도 체력이 유지되리라는 것도 알 수 없다며, 안정적인 일자리가 있을 거라는 보장도 없다.

60세 이후를 노년기라고 정의한다면, 이 기간에는 근로소득 이외의 소득에 주로 의존하면서 생활해야만 한다. 한국이 고령화시대에 접어들면서 노인 빈곤률이 급격하게 상승했던 가장 큰 이유는 사회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근로소득에 의존하지 않는 노년기에 대한 준비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년에는 체력도 유지되지 않으며, 일자리도 부족하다. 주변에서도 쉽게 목격할 수 있는 폐지 줍는 노인이라는 현상은 근로소득도 없고, 그 외의 소득도 없기 때문에 생긴 필연적인 결과이다.

운이 좋다면 자신의 빈곤은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더라도, 노인의 빈곤이라는 문제를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사회적으로 노년기의 소득을 대체하기 위해서 시작된 가장 중요한 제도가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1988년에 시작되었다. 2018년을 기준으로 보면 이제 고작 30년이 된 제도이다. 고작 30년이라고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국민연금에는 소득대체율이라는 개념이 있다. 소득대체율이란 국민연금으로 수급하는 금액이 (현재 시점으로 평가한) 생애평균소득의 얼마만큼을 대체할 수 있는 지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국민연금이 시작될 때 소득대체율은 70%였다. 1998년 60%로 낮추어 졌고, 2007년 2028년까지 40% 낮추기로 결정되었다. 최근에는 다시 이 소득 대체율을 50%로 올릴 것인지를 두고 정치권에서 이야기가 나오곤 한다.

소득대체율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만큼 연금을 수급하기 위해서는 40년을 채워야한다는 가정이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제도는 30년밖에 되지 않았다. 따라서 국민연금은 실질적으로 현재의 노인 세대를 지원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 국민연금을 최초 수령자는 1993년 3월에 나왔는데 그 금액이 월 5만 8820원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2017년 기준 노령연금 수급자는 370만명이 되는데, 현재 시점에서 국민연금 평균 가입 기간은 17년이고 실질 소득 대체율은 24.2%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 연금 수급액은 이 수준에 턱 없이 못 미치는데요. 국민연금 가입자의 평균소득(2016년말 기준 218만원) 수준의 소득을 올리는 직장 가입자가 올해부터 가입하면 20년 가입 시 65세부터 월 45만원, 30년 가입 시 월 67만원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한국일보 – 비껴보기 명목은 45% 실제론 24%, 허울뿐인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2017년 11월 6일

생애소득의 40%를 받는다면 결코 적은 돈은 아니겠지만,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민연금에 대한 인식은 별로 좋지 않다. 노인 세대 뿐만이 아니다. 직장인 월급에서 꼬박꼬박 떼어가는 돈이지만, 돌려받을 때는 푼돈이나 받는다고들 이야기한다. 심지어는 기금 고갈로 받지 못 할지도 모른다고 불신이 팽배해있다. 다들 기금 고갈을 이야기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국민연금이 줄어들기보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받는 사람이나 금액은 아직 적기 때문이다.1 특히 1960년 시작된 공무원˙군인 연금이나 1975년에 시작된 사학 연금과 비교해본다면 더욱 처참하다.

하지만 제대로 아는 것은 중요하다. 노인 빈곤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국민연금에 대한 인식은 심각한 결함이 있다. 국민연금이 푼돈밖에 안 된다는 인식과 달리 올 해 국민연금 30년만에 처음으로 200만원 수급자가 나왔다. 처음으로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지만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다. 이 분은 국민연금 제도가 시작되는 시점부터 25년간 국민연금을 납입했고 본래 수급액은 월 137만원이다. 이 분의 경우 소득대체율을 40%(25/40(가입기간 가중치)*0.7(소득대체율)) 정도로 가정한다면 (현재 시점에서 평가한) 생애평균소득이 350만원 정도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출생 시점에 따라서 60세에서 65세 사이부터 돈을 받기 시작한다. 원래는 60세에 돈을 받기 시작하지만, 연기연금제도로 5년간 수급을 연기했다. 국민연금은 수급을 연기할 경우 1년에 7% 정도씩 수급액이 늘어난다. 5년이 최대이며, 5년이면 40% 정도를 더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약간의 부양가족연금액을 더해서 200만원을 조금 넘는 금액을 받는다. 2018년 현재 월 100만원 이상 수급자도 17만명 정도가 있다고 한다. 370만명 중 17만명이면 약 5% 정도가 이 정도 금액을 받고 있다.

40년을 가입해야 소득대체율 40%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현재 가치를 기준으로 200만원 이상 수급자가 빠르게 늘 것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2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100만 이상의 금액은 생활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줄 정도의 금액이다. 주진형 씨가 이야기하듯이 주변에서 일정 이상의 돈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면 국민연금에 대한 인식도 빠르게 변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100만원이 되지 않더라도 근로소득이 현저하게 줄어드는 시점에서는 훨씬 더 적은 돈이 아쉬운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노년기에 죽을 때까지 받는다는 걸 고려한다면 국민연금으로 받는 돈은 반드시 필요한 돈이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이다. 국민연금의 수급은 자신의 소득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수급액을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단지 몇 가지 가정을 통해 대략적으로 계산해볼 수 있을 뿐이다. 단순히 소득 대체율을 40%로 가정해서 계산해본다면 40년간 국민연금을 납입한 생애평균소득이 300만원 정도인 사람은 (현재 가치를 기준으로) 연금 수급시점에 12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살아서 받기만 한다면, 이는 납입한 금액에 비해서도 훨씬 유리한 금액이다. 국민연금의 수익비가 높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국민연금을 아까워하는 사람들은 월급에서 원천징수(?) 되는 금액에 불만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국민연금에 납입되는 금액의 절반은 회사가 부담한다는 것을 기억해야한다. 예를 들어 소득이 300만원인 사람의 연금보험료는 27만원인데, 실제로는 13만 5천원만 월급에서 빠진다. 나머지 13만 5천원은 월급과는 무관하게 회사가 납입하기 때문에 13만 5천원을 연금보험에 추가로 들어준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봐도 손해는 아니다.

적어도 40년을 채우면 어지간해서는 (현재 가치를 기준으로) 100만원 정도는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40년을 채운다는 것은 굉장히 강한 가정이다. 국민연금 납입이 종료되는 시점은 60세인데, 40년을 채우려면 20세부터 꼬박 40년을 일해야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이런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지는 않다. 20대 초반에 국민연금에 가입이 되기만 한다면, 실질적으로 경제생활을 시작한 사이의 기간의 연금보험료를 추가 납입할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실직 중에도 납입을 중지하지 않는 것이다. 세 번째 방법은 60세 이후부터 연금 수급 시점까지 임의가입을 통해 가입기간을 늘리는 방법이다. 네 번째 방법은 앞서 200만원을 받는 사례처럼 수급 시점을 연기하는 것이다.3

최대한 가입 기간을 늘리는 방법도 있지만 최대한 가입 기간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추가 납입은 커녕 납입 예외가 가능하면 최대한 예외로 빠지는것이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실력도 운도 아니고, 단지 인식의 차이이다. 국민연금이 현재 전 사업장에 대해서 의무화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비정규직의 국민연금 가입률이 36%밖에 안 되는 걸 보면 사업주도 근로자도 인식의 변화는 요원해보인다.4

나는 아내와 합쳐서 200에서 250만원 정도를 수급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정도면 현재 우리 부부의 소득의 상당 부분을 대체하면서도 생활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심지어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딱히 없다. 단지 내가 낼 수 있는 돈을 최대한 내고, 일할 수 있는 동안 일하는 것 뿐이다.


연금 복권 520의 1등 당첨금은 20년간 월 500만원(실수령액은 390 정도)이다. 20년간 매월 이 정도 금액을 받는다는 건 큰 금액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충분한 은퇴 준비가 되어있다면, 노년기에 이 정도 금액을 연금으로 받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는다. 이미 500만원 중 250만원은 국민연금에서 충당했다.

이제 나머지 250을 채워야한다. 보통 연금을 3단계로 나누어서 이야기한다. 첫 번째가 국민연금이고, 두 번째가 퇴직연금이고, 마지막이 개인연금이나 이에 준하는 금융 상품들이다. 어쩌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국민연금을 싫어하는 이유는 연금을 연금으로 수령해야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만큼이나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을 연금으로 수령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정말로 연금을 연금으로 수령한다고 가정한다면 차례대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앞으로 갈수록 사회보장제도의 성격이 강하고 수익비가 좋다. 뒤로 갈수록 사유재산의 성격이 강하고 수익비는 전적으로 투자 수익률에 의존적이다.

어차피 국민연금은 (소득이 없는 임의가입자가 아니라면) 임의로 납입액을 늘릴 수도 없다. 그렇다면 직장인이 다음으로 눈을 돌려야할 것은 퇴직연금이다. 퇴직연금은 상당히 복잡하게 구성되어있고 처음 관심을 가지면 DC, DB, IRP 같은 생소한 단어들부터 거리를 두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퇴직연금에 대한 이해는 퇴직금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퇴직연금은 퇴직금을 제도적으로 개선한 것이다. 따라서 기본은 퇴직금과 마찬가지로 회사가 근로자가 퇴직할 시점에 일시금으로 지급할 금액을 별도로 적립한다는 데 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월급과 완전히 별도로 적립되는 돈이기 때문에 월급의 1/12 정도를 매월 추가로 받는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회사는 이 돈을 별도로 회계 처리한다. 그래서 나도 가계부에 이 돈을 매월 퇴직연금 계정을 만들어 기록해둔다. 세전 월급이 300만원이면 매월 최소한 25만원을 추가로 받고 있는 셈이다.

DB형은 이 돈을 퇴직시까지 회사가 관리하는 방식이다. DC형은 회사가 이 돈을 주기적으로 정상해주고 근로자가 관리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DC형 퇴직계좌에 납입된 돈을 임의로 출금할 수는 없지만 이 안에서 금융 상품에 가입해서 운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IRP는 DB형이나 DC형으로 쌓인 퇴직연금을 받을 수 있는 특별한 계좌이다. 회사와의 관계가 종료된 이후에는 자신이 원하는 금융 기관에 IRP를 가입하고 이 계좌로 퇴직연금을 받게 된다. 이 때 이 계좌를 해지하면 퇴직금을 받는 것과 실질적으로 같다. 해지하지 않고 DC형과 마찬가지로 금융 상품에 가입해서 운용할 수 있다. 퇴직연금은 실질적으로 스스로 운영해야 하는 가입이 강제된 투자 계좌라고 볼 수 있다.

퇴직연금은 이름은 연금이지만 국민연금과 달리 퇴직 후에는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사유재산과 다르지 않다. 단, 퇴직연금을 연금으로 받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제도적으로 세금 혜택이 주어진다. 또한 이 혜택을 더 받기 위해서 임의로 IRP에 퇴직연금을 추가 납입하는 것이 가능하다. IRP에는 최대 1800만원까지 추가 납입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중에 700만원까지는 (소득 금액에 따라서 차등은 있지만) 15% 정도를 세액 공제해준다.

퇴직연금 준비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1년에 700만원을 납입하면 연말정산 때 10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한 달에 약 60만원 정도를 납입하면, 이 돈은 퇴직연금에 적립되고 추가로 매년 100만원의 혜택을 보는 셈이다.5 그런데 700만원을 그냥 적립해두는 것은 아니다. 퇴직연금의 본질은 투자 상품이다. 투자라고 하면 일단 부정적으로 보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이제 경제 활동을 한다면 직접 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투자에 대한 이해와 공부는 필수불가결하다. 투자는 우리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DC형 퇴직연금이나 IRP에 추가 납입을 한 경우 이 적립금을 금융 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퇴직연금의 경우 적립금의 안정적인 운용을 위해서 몇 가지 제약이 있다. 우선 개별 종목에 대한 직접 투자는 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계좌를 만든 금융사에서 가입할 수 있는 예금, 채권, 펀드, ETF 중에 비율을 정하고 적립금이 들어올 때마다 자동적으로 투자가 이루어진다. 또한 전체 적립금의 30%는 이 중에서도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예금이나 채권형 펀드에만 가입할 수 있다. 이러한 제약 위에서 투자를 통해서 연금 자산을 불려나가야 한다.

이제 실제로 계산을 해보자. 월급이 300만원이라고 가정한다면 먼저 회사가 적립금으로 25만원을 적립한다. 여기에 세액 공제 혜택을 최대로 보기 위해 매월 60만원을 IRP에 납입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럴 경우 세액 공제 혜택을 나눠보면 매월 8만원 정도로 추가로 받는 셈이다. 이 돈을 다시 내년에 IRP에 넣는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내가 실제로 납입하는 금액은 60만원이지만 매월 적립되는 금액은 2년차부터 93만원이 된다.

회사의 퇴직연금이 DC 형에 가입되어 있고 25세부터 60세까지 35년간 매월 총 100만원 정도를 납입해서 투자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앞서 계산해보았듯이 실제로 납입하는 금액은 60에서 70정도가 된다. 연봉 인상까지 생각한다면 꾸준히 이 정도만 납입해도 실제로 적립되는 돈은 훨씬 클 수 있다. 퇴직연금 계좌의 운용은 개별 주식 투자와는 다르기 때문에 ETF에 투자한다고 가정하고, 기대수익률을 시장의 수익률로 가정해보자. 투자는 기계적으로 이루어지며 장기간의 걸친 수익률은 6.6%로 가정한다.6

미래에셋대우의 자산관리 앱에서 계산을 해보면 연 6.6% 수익률로 100만원씩 35년간 투자할 경우 13억 7,360만원이 모인다. (연금 수령기간 수익률은 국고채 3년물 가정, 소비자 물가상승률 최근 5년 평균 기준으로) 이를 20년간 연금으로 받으면 현재가치 세전 기준 매월 321만원을 받을 수 있고, 30년간 연금으로 받으면 242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 계산에 투자의 마법이 있다. 투자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35년간 직접 납입한 돈은 3억원((35*12)월*70만원 = 29,400만원)이 되지 않는다. 국민연금에서 250을 받고 퇴직연금에서 250을 받는다고 가정한다면 65세부터는 현재가치로 세전 매월 500만원을 받게 된다. 얼떨결에 퇴직 후에 연금으로 연금 복권 1등 당첨금액을 받는 미래의 경로를 발견해버렸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가능한 다양한 경로 중에 하나를 가정한 것이다. 나는 경제와 주식 시장의 장기적인 성장을 믿는다. 하지만 6.6%의 수익률이 터무니 없이 느껴진다면 훨씬 안정적으로 자산을 구성하고 연 3% 정도의 수익률을 가정해보자. 60세 시점에 7억 3,547만원이 되고 130만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으로 200만원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330만원 정도를 받게 된다. 330만원이면 2017년 기준 중위소득인 241만원보다도 1.4배 큰 돈이다.

퇴직연금에도 함정은 있다. 퇴직연금을 투자 자산으로 이해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출발점이다. 현재 퇴직연금으로 쌓여있는 돈은 140조에 달하는데, 이 중에 90%가 원리금 보장 상품에 투자되어있다. 답답할 노릇이다. DB형은 근로자가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지만, DC형이나 IRP의 경우 훨씬 더 적극적으로 관리되어야한다. 물가 상승률을 2.5%로 정도로 가정한다면 2% 수익률도 안 나온다는 건 돈을 까먹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장기 투자가들이 지적하듯이 30년 동안 원금 보장 받는 건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일이다. 또 다른 문제는 해지가 용이하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은 해지가 불가능하다. 퇴직연금은 퇴직 후에는 얼마든지 해지하고 인출하는 게 가능하다. 이 목돈을 IRP에서 30년 이상 묵혀두는 데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연금 복권 1등의 가치란 누군가의 30년인 셈이다.


이 정도 투자도 부담스럽다면 금액을 줄이면 된다. 거꾸로 이 정도론 부족해 보인다면, 이제 다음 단계로 가면 된다. 그런데 이 다음 단계가 개인 연금이나 연금 보험은 아니다. 배우자가 있다면 배우자의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챙겨야 한다. 그리고 나서도 부족하다면 개인 연금이나 연금 보험에 눈을 돌리면 된다. 개인 연금저축펀드는 그나마 퇴직연금 계좌의 대안으로 사용될 수 있다. 하지만 연금저축보험이나 변액연금보험의 경우 사업비를 고려하면 매력적인 상품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순서를 지키는 것이 가장 좋다. 내 경우는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정도면 충분해보인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근로소득으로 살아가는 기간에 큰 돈을 버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이상적인 미래의 경로이다. 아직 확실하게 부자가 되는 경로를 발견하지 못 했고, 그렇지 않을 미래의 경로는 훨씬 더 다양하다. 하지만 은퇴 시점까지 꾸준히 일한다면 근로소득으로 은퇴 이전의 생활이 가능하고, 은퇴 이후에도 연금으로 생활이 가능하다. 이는 한 생애를 충분히 살아내기 위한 상상력이자 실천가능한 미래이다. 이 글의 제목이 최후의 보루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1. 국민연금의 역할은 생각해볼만한 주제이다. 주진형 씨는 이 문제에 대해서 노인 세대의 빈곤이 사회적으로 해결되지 못 하는 것이 결국 다음 세대의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을 했다
  2. 국민연금은 수급액에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주기 때문에 같인 시점을 기준으로 비교하는 게 중요하다. 물가가 3%씩 성장한다고 가정할 때 40년이 지나면 물가는 3배이상 오른다. 40년 후의 300만원은 현재 시점의 100만원 가치밖에 없다. 
  3. 내 기준에서 5년을 연기하면 수급 시점은 70세가 된다. 이는 비교적 늦은 시점이기 때문에 은퇴 시점에서 충분히 자산이 있는지 다른 소득이 있는지를 고려해서 선택할 필요가 있다. 
  4. 사업주는 당연히 4대 보험에 가입해야하는 의무가 있고, 근로자도 이를 요구해야한다. 
  5. 단, 퇴직연금을 중도 해지한다면 연말정산으로 돌려받은 금액이나 그보다 큰 금액을 뱉어내야할 수도 있다. 
  6. 6.6%는 1802년부터 2012년에 걸친 미국 주식 시장의 평균 수익률이다. 장기 투자에 관심이 생겼다면 제레미 시겔의 ‘주식에 장기 투자하라’를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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