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 tweet overflow

고령화 사회에서 살아남기: 직장인 최후의 보루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이 글은 지난 4월에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공유하기 위해서 준비했던 내용을 추려서 정리해본 내용이다. 원래는 비공개로 작성한 것인데 작성하다 보니 현재 내 의사결정의 기본 원리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래서 그 중 하나를 글로 다시 작성해보았다. 밀레니얼 세대, 살아남을 위험, 그리고 투자와 내용적으로 이어진다.


나는 부자가 아니다. 서울의 평균 아파트 값이 7억이 넘는다고 하니 자산 관점에서 본다면 중산층이라고 불리기도 어려울지도 모른다. 직장인으로서 근로소득에 거의 대부분의 생활을 의존하고 있다. 내가 바라는 건 아내와 일생동안 풍요롭게 살아가는 일이다. 금전적으로 풍요로운 삶은 이루기 쉽지 않은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살아가기는 해야한다. 그런데 그 기간은 결코 짧지 않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짧고 굵은 삶이라는 건 소설 책에나 나오는 낭만적인 일이고, 현실은 살아남을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된 세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미래는 반드시 도래한다. 미래가 반드시 도래한다면 현실에 대한 이해와 미래에 대한 상상력만이 좀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충분히 합리적인 미래에 대한 상상력만이, 그 미래에 다다르는 경로를 보여줄 것이다.


누군가 80세까지 산다고 가정한다면 인생은 크게 두 기간으로 나뉘어진다. 첫 번째는 근로소득으로 생활할 수 있는 기간이다. 사회적으로 이 기간을 60에서 65세 사이까지라고 본다. 전 생애에 걸쳐서 근로소득을 가지고 생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상당히 순진한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노년에도 체력이 유지되리라는 것도 알 수 없다며, 안정적인 일자리가 있을 거라는 보장도 없다.

60세 이후를 노년기라고 정의한다면, 이 기간에는 근로소득 이외의 소득에 주로 의존하면서 생활해야만 한다. 한국이 고령화시대에 접어들면서 노인 빈곤률이 급격하게 상승했던 가장 큰 이유는 사회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근로소득에 의존하지 않는 노년기에 대한 준비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년에는 체력도 유지되지 않으며, 일자리도 부족하다. 주변에서도 쉽게 목격할 수 있는 폐지 줍는 노인이라는 현상은 근로소득도 없고, 그 외의 소득도 없기 때문에 생긴 필연적인 결과이다.

운이 좋다면 자신의 빈곤은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더라도, 노인의 빈곤이라는 문제를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사회적으로 노년기의 소득을 대체하기 위해서 시작된 가장 중요한 제도가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1988년에 시작되었다. 2018년을 기준으로 보면 이제 고작 30년이 된 제도이다. 고작 30년이라고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국민연금에는 소득대체율이라는 개념이 있다. 소득대체율이란 국민연금으로 수급하는 금액이 (현재 시점으로 평가한) 생애평균소득의 얼마만큼을 대체할 수 있는 지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국민연금이 시작될 때 소득대체율은 70%였다. 1998년 60%로 낮추어 졌고, 2007년 2028년까지 40% 낮추기로 결정되었다. 최근에는 다시 이 소득 대체율을 50%로 올릴 것인지를 두고 정치권에서 이야기가 나오곤 한다.

소득대체율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만큼 연금을 수급하기 위해서는 40년을 채워야한다는 가정이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제도는 30년밖에 되지 않았다. 따라서 국민연금은 실질적으로 현재의 노인 세대를 지원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 국민연금을 최초 수령자는 1993년 3월에 나왔는데 그 금액이 월 5만 8820원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2017년 기준 노령연금 수급자는 370만명이 되는데, 현재 시점에서 국민연금 평균 가입 기간은 17년이고 실질 소득 대체율은 24.2%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 연금 수급액은 이 수준에 턱 없이 못 미치는데요. 국민연금 가입자의 평균소득(2016년말 기준 218만원) 수준의 소득을 올리는 직장 가입자가 올해부터 가입하면 20년 가입 시 65세부터 월 45만원, 30년 가입 시 월 67만원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한국일보 – 비껴보기 명목은 45% 실제론 24%, 허울뿐인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2017년 11월 6일

생애소득의 40%를 받는다면 결코 적은 돈은 아니겠지만,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민연금에 대한 인식은 별로 좋지 않다. 노인 세대 뿐만이 아니다. 직장인 월급에서 꼬박꼬박 떼어가는 돈이지만, 돌려받을 때는 푼돈이나 받는다고들 이야기한다. 심지어는 기금 고갈로 받지 못 할지도 모른다고 불신이 팽배해있다. 다들 기금 고갈을 이야기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국민연금이 줄어들기보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받는 사람이나 금액은 아직 적기 때문이다.1 특히 1960년 시작된 공무원˙군인 연금이나 1975년에 시작된 사학 연금과 비교해본다면 더욱 처참하다.

하지만 제대로 아는 것은 중요하다. 노인 빈곤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국민연금에 대한 인식은 심각한 결함이 있다. 국민연금이 푼돈밖에 안 된다는 인식과 달리 올 해 국민연금 30년만에 처음으로 200만원 수급자가 나왔다. 처음으로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지만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다. 이 분은 국민연금 제도가 시작되는 시점부터 25년간 국민연금을 납입했고 본래 수급액은 월 137만원이다. 이 분의 경우 소득대체율을 40%(25/40(가입기간 가중치)*0.7(소득대체율)) 정도로 가정한다면 (현재 시점에서 평가한) 생애평균소득이 350만원 정도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출생 시점에 따라서 60세에서 65세 사이부터 돈을 받기 시작한다. 원래는 60세에 돈을 받기 시작하지만, 연기연금제도로 5년간 수급을 연기했다. 국민연금은 수급을 연기할 경우 1년에 7% 정도씩 수급액이 늘어난다. 5년이 최대이며, 5년이면 40% 정도를 더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약간의 부양가족연금액을 더해서 200만원을 조금 넘는 금액을 받는다. 2018년 현재 월 100만원 이상 수급자도 17만명 정도가 있다고 한다. 370만명 중 17만명이면 약 5% 정도가 이 정도 금액을 받고 있다.

40년을 가입해야 소득대체율 40%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현재 가치를 기준으로 200만원 이상 수급자가 빠르게 늘 것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2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100만 이상의 금액은 생활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줄 정도의 금액이다. 주진형 씨가 이야기하듯이 주변에서 일정 이상의 돈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면 국민연금에 대한 인식도 빠르게 변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100만원이 되지 않더라도 근로소득이 현저하게 줄어드는 시점에서는 훨씬 더 적은 돈이 아쉬운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노년기에 죽을 때까지 받는다는 걸 고려한다면 국민연금으로 받는 돈은 반드시 필요한 돈이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이다. 국민연금의 수급은 자신의 소득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수급액을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단지 몇 가지 가정을 통해 대략적으로 계산해볼 수 있을 뿐이다. 단순히 소득 대체율을 40%로 가정해서 계산해본다면 40년간 국민연금을 납입한 생애평균소득이 300만원 정도인 사람은 (현재 가치를 기준으로) 연금 수급시점에 12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살아서 받기만 한다면, 이는 납입한 금액에 비해서도 훨씬 유리한 금액이다. 국민연금의 수익비가 높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국민연금을 아까워하는 사람들은 월급에서 원천징수(?) 되는 금액에 불만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국민연금에 납입되는 금액의 절반은 회사가 부담한다는 것을 기억해야한다. 예를 들어 소득이 300만원인 사람의 연금보험료는 27만원인데, 실제로는 13만 5천원만 월급에서 빠진다. 나머지 13만 5천원은 월급과는 무관하게 회사가 납입하기 때문에 13만 5천원을 연금보험에 추가로 들어준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봐도 손해는 아니다.

적어도 40년을 채우면 어지간해서는 (현재 가치를 기준으로) 100만원 정도는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40년을 채운다는 것은 굉장히 강한 가정이다. 국민연금 납입이 종료되는 시점은 60세인데, 40년을 채우려면 20세부터 꼬박 40년을 일해야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이런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지는 않다. 20대 초반에 국민연금에 가입이 되기만 한다면, 실질적으로 경제생활을 시작한 사이의 기간의 연금보험료를 추가 납입할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실직 중에도 납입을 중지하지 않는 것이다. 세 번째 방법은 60세 이후부터 연금 수급 시점까지 임의가입을 통해 가입기간을 늘리는 방법이다. 네 번째 방법은 앞서 200만원을 받는 사례처럼 수급 시점을 연기하는 것이다.3

최대한 가입 기간을 늘리는 방법도 있지만 최대한 가입 기간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추가 납입은 커녕 납입 예외가 가능하면 최대한 예외로 빠지는것이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실력도 운도 아니고, 단지 인식의 차이이다. 국민연금이 현재 전 사업장에 대해서 의무화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비정규직의 국민연금 가입률이 36%밖에 안 되는 걸 보면 사업주도 근로자도 인식의 변화는 요원해보인다.4

나는 아내와 합쳐서 200에서 250만원 정도를 수급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정도면 현재 우리 부부의 소득의 상당 부분을 대체하면서도 생활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심지어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딱히 없다. 단지 내가 낼 수 있는 돈을 최대한 내고, 일할 수 있는 동안 일하는 것 뿐이다.


연금 복권 520의 1등 당첨금은 20년간 월 500만원(실수령액은 390 정도)이다. 20년간 매월 이 정도 금액을 받는다는 건 큰 금액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충분한 은퇴 준비가 되어있다면, 노년기에 이 정도 금액을 연금으로 받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는다. 이미 500만원 중 250만원은 국민연금에서 충당했다.

이제 나머지 250을 채워야한다. 보통 연금을 3단계로 나누어서 이야기한다. 첫 번째가 국민연금이고, 두 번째가 퇴직연금이고, 마지막이 개인연금이나 이에 준하는 금융 상품들이다. 어쩌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국민연금을 싫어하는 이유는 연금을 연금으로 수령해야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만큼이나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을 연금으로 수령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정말로 연금을 연금으로 수령한다고 가정한다면 차례대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앞으로 갈수록 사회보장제도의 성격이 강하고 수익비가 좋다. 뒤로 갈수록 사유재산의 성격이 강하고 수익비는 전적으로 투자 수익률에 의존적이다.

어차피 국민연금은 (소득이 없는 임의가입자가 아니라면) 임의로 납입액을 늘릴 수도 없다. 그렇다면 직장인이 다음으로 눈을 돌려야할 것은 퇴직연금이다. 퇴직연금은 상당히 복잡하게 구성되어있고 처음 관심을 가지면 DC, DB, IRP 같은 생소한 단어들부터 거리를 두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퇴직연금에 대한 이해는 퇴직금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퇴직연금은 퇴직금을 제도적으로 개선한 것이다. 따라서 기본은 퇴직금과 마찬가지로 회사가 근로자가 퇴직할 시점에 일시금으로 지급할 금액을 별도로 적립한다는 데 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월급과 완전히 별도로 적립되는 돈이기 때문에 월급의 1/12 정도를 매월 추가로 받는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회사는 이 돈을 별도로 회계 처리한다. 그래서 나도 가계부에 이 돈을 매월 퇴직연금 계정을 만들어 기록해둔다. 세전 월급이 300만원이면 매월 최소한 25만원을 추가로 받고 있는 셈이다.

DB형은 이 돈을 퇴직시까지 회사가 관리하는 방식이다. DC형은 회사가 이 돈을 주기적으로 정상해주고 근로자가 관리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DC형 퇴직계좌에 납입된 돈을 임의로 출금할 수는 없지만 이 안에서 금융 상품에 가입해서 운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IRP는 DB형이나 DC형으로 쌓인 퇴직연금을 받을 수 있는 특별한 계좌이다. 회사와의 관계가 종료된 이후에는 자신이 원하는 금융 기관에 IRP를 가입하고 이 계좌로 퇴직연금을 받게 된다. 이 때 이 계좌를 해지하면 퇴직금을 받는 것과 실질적으로 같다. 해지하지 않고 DC형과 마찬가지로 금융 상품에 가입해서 운용할 수 있다. 퇴직연금은 실질적으로 스스로 운영해야 하는 가입이 강제된 투자 계좌라고 볼 수 있다.

퇴직연금은 이름은 연금이지만 국민연금과 달리 퇴직 후에는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사유재산과 다르지 않다. 단, 퇴직연금을 연금으로 받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제도적으로 세금 혜택이 주어진다. 또한 이 혜택을 더 받기 위해서 임의로 IRP에 퇴직연금을 추가 납입하는 것이 가능하다. IRP에는 최대 1800만원까지 추가 납입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중에 700만원까지는 (소득 금액에 따라서 차등은 있지만) 15% 정도를 세액 공제해준다.

퇴직연금 준비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1년에 700만원을 납입하면 연말정산 때 10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한 달에 약 60만원 정도를 납입하면, 이 돈은 퇴직연금에 적립되고 추가로 매년 100만원의 혜택을 보는 셈이다.5 그런데 700만원을 그냥 적립해두는 것은 아니다. 퇴직연금의 본질은 투자 상품이다. 투자라고 하면 일단 부정적으로 보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이제 경제 활동을 한다면 직접 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투자에 대한 이해와 공부는 필수불가결하다. 투자는 우리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DC형 퇴직연금이나 IRP에 추가 납입을 한 경우 이 적립금을 금융 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퇴직연금의 경우 적립금의 안정적인 운용을 위해서 몇 가지 제약이 있다. 우선 개별 종목에 대한 직접 투자는 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계좌를 만든 금융사에서 가입할 수 있는 예금, 채권, 펀드, ETF 중에 비율을 정하고 적립금이 들어올 때마다 자동적으로 투자가 이루어진다. 또한 전체 적립금의 30%는 이 중에서도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예금이나 채권형 펀드에만 가입할 수 있다. 이러한 제약 위에서 투자를 통해서 연금 자산을 불려나가야 한다.

이제 실제로 계산을 해보자. 월급이 300만원이라고 가정한다면 먼저 회사가 적립금으로 25만원을 적립한다. 여기에 세액 공제 혜택을 최대로 보기 위해 매월 60만원을 IRP에 납입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럴 경우 세액 공제 혜택을 나눠보면 매월 8만원 정도로 추가로 받는 셈이다. 이 돈을 다시 내년에 IRP에 넣는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내가 실제로 납입하는 금액은 60만원이지만 매월 적립되는 금액은 2년차부터 93만원이 된다.

회사의 퇴직연금이 DC 형에 가입되어 있고 25세부터 60세까지 35년간 매월 총 100만원 정도를 납입해서 투자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앞서 계산해보았듯이 실제로 납입하는 금액은 60에서 70정도가 된다. 연봉 인상까지 생각한다면 꾸준히 이 정도만 납입해도 실제로 적립되는 돈은 훨씬 클 수 있다. 퇴직연금 계좌의 운용은 개별 주식 투자와는 다르기 때문에 ETF에 투자한다고 가정하고, 기대수익률을 시장의 수익률로 가정해보자. 투자는 기계적으로 이루어지며 장기간의 걸친 수익률은 6.6%로 가정한다.6

미래에셋대우의 자산관리 앱에서 계산을 해보면 연 6.6% 수익률로 100만원씩 35년간 투자할 경우 13억 7,360만원이 모인다. (연금 수령기간 수익률은 국고채 3년물 가정, 소비자 물가상승률 최근 5년 평균 기준으로) 이를 20년간 연금으로 받으면 현재가치 세전 기준 매월 321만원을 받을 수 있고, 30년간 연금으로 받으면 242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 계산에 투자의 마법이 있다. 투자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35년간 직접 납입한 돈은 3억원((35*12)월*70만원 = 29,400만원)이 되지 않는다. 국민연금에서 250을 받고 퇴직연금에서 250을 받는다고 가정한다면 65세부터는 현재가치로 세전 매월 500만원을 받게 된다. 얼떨결에 퇴직 후에 연금으로 연금 복권 1등 당첨금액을 받는 미래의 경로를 발견해버렸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가능한 다양한 경로 중에 하나를 가정한 것이다. 나는 경제와 주식 시장의 장기적인 성장을 믿는다. 하지만 6.6%의 수익률이 터무니 없이 느껴진다면 훨씬 안정적으로 자산을 구성하고 연 3% 정도의 수익률을 가정해보자. 60세 시점에 7억 3,547만원이 되고 130만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으로 200만원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330만원 정도를 받게 된다. 330만원이면 2017년 기준 중위소득인 241만원보다도 1.4배 큰 돈이다.

퇴직연금에도 함정은 있다. 퇴직연금을 투자 자산으로 이해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출발점이다. 현재 퇴직연금으로 쌓여있는 돈은 140조에 달하는데, 이 중에 90%가 원리금 보장 상품에 투자되어있다. 답답할 노릇이다. DB형은 근로자가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지만, DC형이나 IRP의 경우 훨씬 더 적극적으로 관리되어야한다. 물가 상승률을 2.5%로 정도로 가정한다면 2% 수익률도 안 나온다는 건 돈을 까먹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장기 투자가들이 지적하듯이 30년 동안 원금 보장 받는 건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일이다. 또 다른 문제는 해지가 용이하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은 해지가 불가능하다. 퇴직연금은 퇴직 후에는 얼마든지 해지하고 인출하는 게 가능하다. 이 목돈을 IRP에서 30년 이상 묵혀두는 데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연금 복권 1등의 가치란 누군가의 30년인 셈이다.


이 정도 투자도 부담스럽다면 금액을 줄이면 된다. 거꾸로 이 정도론 부족해 보인다면, 이제 다음 단계로 가면 된다. 그런데 이 다음 단계가 개인 연금이나 연금 보험은 아니다. 배우자가 있다면 배우자의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챙겨야 한다. 그리고 나서도 부족하다면 개인 연금이나 연금 보험에 눈을 돌리면 된다. 개인 연금저축펀드는 그나마 퇴직연금 계좌의 대안으로 사용될 수 있다. 하지만 연금저축보험이나 변액연금보험의 경우 사업비를 고려하면 매력적인 상품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순서를 지키는 것이 가장 좋다. 내 경우는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정도면 충분해보인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근로소득으로 살아가는 기간에 큰 돈을 버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이상적인 미래의 경로이다. 아직 확실하게 부자가 되는 경로를 발견하지 못 했고, 그렇지 않을 미래의 경로는 훨씬 더 다양하다. 하지만 은퇴 시점까지 꾸준히 일한다면 근로소득으로 은퇴 이전의 생활이 가능하고, 은퇴 이후에도 연금으로 생활이 가능하다. 이는 한 생애를 충분히 살아내기 위한 상상력이자 실천가능한 미래이다. 이 글의 제목이 최후의 보루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1. 국민연금의 역할은 생각해볼만한 주제이다. 주진형 씨는 이 문제에 대해서 노인 세대의 빈곤이 사회적으로 해결되지 못 하는 것이 결국 다음 세대의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을 했다
  2. 국민연금은 수급액에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주기 때문에 같인 시점을 기준으로 비교하는 게 중요하다. 물가가 3%씩 성장한다고 가정할 때 40년이 지나면 물가는 3배이상 오른다. 40년 후의 300만원은 현재 시점의 100만원 가치밖에 없다. 
  3. 내 기준에서 5년을 연기하면 수급 시점은 70세가 된다. 이는 비교적 늦은 시점이기 때문에 은퇴 시점에서 충분히 자산이 있는지 다른 소득이 있는지를 고려해서 선택할 필요가 있다. 
  4. 사업주는 당연히 4대 보험에 가입해야하는 의무가 있고, 근로자도 이를 요구해야한다. 
  5. 단, 퇴직연금을 중도 해지한다면 연말정산으로 돌려받은 금액이나 그보다 큰 금액을 뱉어내야할 수도 있다. 
  6. 6.6%는 1802년부터 2012년에 걸친 미국 주식 시장의 평균 수익률이다. 장기 투자에 관심이 생겼다면 제레미 시겔의 ‘주식에 장기 투자하라’를 읽어보길 바란다. 
, nacyot.

블로그nacyot이 운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