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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 살아남을 위험, 그리고 투자

한국에서 1980년대 이후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에게 20대는 결코 쉽지 않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여유있는 대학 생활을 보내고 코스피 200에 속한 대기업에 취직해서 아주 무난한 인생의 코스를 밟아 미래를 그려가는 사람은 한 줌에 지나지 않는다. 고시원은 대학생들의 일반적인 주거 수단이 되었고, 20대 후반에 어렵게 들어간 일자리에서 받는 월급으로는 생활하기에도 넉넉치 않다. 지방에는 좋은 일자리가 없지만, 서울의 집값은 너무 높아서 현실성이 없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이러한 현실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다. 사치를 부리는 것은 아니지만 한 달 생활비로 쓰고 나면 남는 돈은 없다. 지금 되돌아서 생각해보면 20대에는 미래가 없었다. 현재를 감당하기도 버겁기 때문이다. 3포 세대라는 말이 나온 것도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이렇게 살아서는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불가능하다. 여기에 몇 가지가 더해져서 N포 세대라는 말이 나왔다.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한 데는 인식 변화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기존의 삶의 양식이 불가능해졌다는 것을 암시한다.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에 스스로 돈을 모아서 서울에 작은 집 하나 마련해서 아이 하나 낳고 신혼 생활을 꾸리는 건 하고 싶더라도 불가능하다. 적어도 2018년에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그런 삶이 불가능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어야한다.1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서울의 연간 가처분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0.3배를 기록했다.
서울지역 가계가 소득을 하나도 쓰지 않고 10년 넘게 모아야 집을 장만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비율은 미국 로스앤젤레스(9.3배)나 영국 런던(8.5배)보다 높았고, 캐나다 벤쿠버(11.8배)나 호주 시드니(12.2배)보다는 낮았다.

한국일보 : 경제 : 서울서 집 사려면 월급 10년 모아야

자녀의 결혼은 적절한 증여의 핑계가 되곤 하지만, 그것도 부모가 집 한 채는 있고 모아놓은 돈이 넉넉할 때나 가능한 이야기이다. 자녀 결혼에 집팔고 빚진다는 얘기를 보면 불행은 단순히 청년 층만의 몫도 아니다. 기존의 삶의 양식대로 살 수 있는지 없는지는 대학 졸업하고 취업할 때 쯤이면 거의 결정이 난다. 그것은 그 사람의 능력이나 의지에 의해서 결정되는 게 아니다. 그나마 뒤집을 수 있는 방법은 배우자를 잘 만나는 방법 정도밖에 없다.

그런 삶을 바란 적도 없고, 그렇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게 딱히 부럽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회가 선택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면 개인이 감당해야할 문제이지만은 않다. 밀레니얼 세대가 포기당한 건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내집마련도 아니고, 바로 미래다.

하지만 미래는 반드시 도래한다. 단지 내가 원하는 시점이나 의도한 대로 오지 않을 뿐이다. 나는 이 사실을 결혼하고 30대가 되서야 깨달았다. 아내는 가끔씩 나중에 늙어서 폐지 줍고 살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얘기를 하곤 한다. 그런 미래는 일상에서도 자주 목격된다. 안타깝지만 한국에서 청년층만큼이나 불행한 세대가 노년층이다. 한국의 노인 빈곤률은 OECD 국가들 중에서도 압도적인 1위지만 사회적인 합의나 해결책은 찾지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래가 반드시 도래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자마자 그 미래가 결코 밝지 않다는 것도 함께 바라보아야만 한다.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미래의 경로는 한정적이다.

하지만 나는 미래는 반드시 도래한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출발점이었다고 생각한다. 미래가 오지 않는다면 우리는 크게 걱정할 일이 없다. 190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0세를 기준으로 한 기대 수명은 50년보다 낮았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평균 수명이 낮을 때는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한국인의 0세 기대 수명은 82년으로 OECD 국가들 중에도 상당히 높은 수준에 속한다. 환갑은 장수를 축하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제는 60이면 노인 축에도 끼지 못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제 위험은 일찍 죽는 것뿐만이 아니다. 살아남아서 도래하는 미래를 계속해서 맞아해야만 하는 것도 새로운 위험이 되었다.

세상은 비교적 평화롭고 이러한 상황이 쉽게 달라질 것 같진 않다. 지금 30대라면 앞으로 50년은 더 살아야만한다. 지금 20대라면 앞으로 60년은 더 살아야한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통계적인 것이고 어쩌면 그 이상을 더 살아야할 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노인 세대가 이렇게까지 비참해진 원인은 사실 사회적으로 살아남을 위험에 대해서 충분히 준비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1980년에 들어서야 호혜성 정책으로 시작되었다. 주진형 씨가 지적하듯이 국민연금은 빠르게 쌓여가고 있지만, 현재 노인 세대의 빈곤을 해소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떠한 사회적 합의도 하지 못 하고 있다. 퇴직연금은 2005년에 시작되어 2022년에나 전 사업장이 의무가입 대상으로 확장된다.

이러한 정책의 가장 큰 수혜를 볼 수 있는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바로 지금의 청년층이다. 얄궂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현재의 삶이 가장 힘든 세대가 살아남을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있는 세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그러한 사실을 깨닫지 못 한 사람들은 국민연금이니 퇴직연금이니 월급 통장에 직접 찍히지 않는 돈이 아쉽게 느껴질 것이다. 사람들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들어봤을지도 모르지만 40년을 채워야 받을 수 있는 돈이라는 건 모른다. 하지만 30년 후에도, 50년 후에도 살아남아 있는다고 가정한다면 연금 제도를 대하는 태도는 달라져야만 한다.

이 이야기가 연금 제도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현재는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진행된다. 미래는 미지의 영역이자 상상력이 필요한 시간이다. 과거에 기반한 합리적인 상상력이 필요하고, 좀 더 멀리까지 바라볼 수 있어야만 한다. 그래서 미래가 도래한다는 사실을 인지해야하고,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 절실하다고 느낀다. 내가 지금까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1년 후의 미래를 상상해본다면 내가 부자2가 되어있을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한다. 현재로부터 1년 후에 내가 부자가 될 수 있는 그런 경로는 아직 내 상상력으로는 발견하지 못 했다.3

이건 내 결론이다. 여전히 삶이 녹녹치는 않지만 나는 경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미래가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는 30년 후에 아내와 충분히 여유있게 노후를 보낼 수 있는 미래이다. 앞서 연금을 얘기했던 건 이러한 미래에 다다르는 경로에 있어서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부자는 되지 못 하더라도 어렵지 않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단지 직장 생활을 해가면서 연금 자산을 축적해나갈 30년이란 긴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두 번째는 부자가 되는 미래이다. 1년 후는 아니다. 다양한 투자를 시작했고 충분한 성과는 빨라도 10년 이상 걸릴 것이다. 나는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종목 선택도, 내제 가치도, 시드 머니도, 자산 배분도, 위험 관리도 아니라고 믿는다. 그건 두 번째로 중요한 것들일 뿐이고 제일 중요한 것은 충분한 시간이다. 투자에는 변수가 너무 많다. 나는 내가 부자인 확정된 미래의 경로를 아직 찾지 못 했지만, 적어도 그러한 미래에 다다를 수 있는 경로들의 가능성들을 모색하고 있다.


  1. 나는 결혼 후에도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부모님한테 설득하는데 1년이 넘게 걸렸다. 
  2. 부자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모르겠지만, KB 2017 한국 부자 보고서에서는 기준인 금융자산 10억을 기준으로 제시한다. 
  3. 복권에 당첨되거나 코인 가즈아가 아닌 경로가 있다면 저에게도 공유해주길 알려주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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