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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되기 위한 전략: 투자, 그리고 사건의 가능성을 열어놓기

앞선 글의 주제는 최후의 보루였다. 나는 부자가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한 평생 살기 위해서 이것만은 양보할 수 없다. 그게 바로 연금이었다. 하지만 연금은 살아남을 리스크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이고, 큰 돈을 벌기 위한 방법은 아니다. 이제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으니 더 큰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차례이다.


부자의 의미는 순자산이 많은 사람이다. KB 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서 매년 발간하는 부자 보고서에서는 (부동산과 실물자산을 제외한) 금융자산을 10억원 이상 보유한 개인으로 정의한다. 하지만 총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50%가 넘는 걸 고려한다면 순자산이 최소 20억 이상인 개인으로 보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정의에서 알 수 있듯이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순자산을 늘려야한다. 순자산을 늘리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방법은 근로소득에서 소비를 하고 남은 일부를 저축하는 것이다. 하지만 저축으로 큰 돈을 모으는 것은 쉽지 않다.

삼성에 다니는 9년 동안 월급의 100%를 적금으로 넣었어요. 일 열심히 해서 좋은 평가를 받아 보너스로 살았습니다. 야근 하면 나오는 교통비 20만원, 해외 출장 갔을 때 나오는 일당과 숙박비를 아껴 살았죠. (중략)
1억1천만원을 들고 하계동 전세를 얻으러 갔을 때 당시 모 아파트가 1억5천만원이더군요. 이 때 알았어요. 삼성에서 젊은 나이에 과장을 하고 월급도 극단적으로 모았는데 이거 밖에 안 되나 싶더군요. 이건 답이 아니라 생각했어요.

김정호 대표, 네이버 창업주가 밝힌 ‘다이아 수저’ 무는 법 – 지디넷코리아

저축으로 큰 돈을 모으기 쉽지 않은 이유는 분명하다. 저축은 돈이 정확히 쌓은 만큼만 늘어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한 달에 100만원을 저축하면 1년 후에는 1200만원이 모인다. 하지만 이자가 있지 않냐고 항변할 수 있다. 하지만 예적금의 이자는 물가상승률을 방어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자로 받는 돈을 추가적인 수익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곤란하다.

두 번째 방법은 투자이다. 투자는 저축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저축이 근로소득에서 시작된다면 투자는 투자금(종잣돈)에서 시작된다. 투자는 투자금에서 수익율을 곱해고 원금을 빼서 수익률과 수익금이 결정된다. 예를 들어 5000만원의 투자금으로 10%의 수익을 올리면 1년 후에는 5500만원이 된다. 수익률이 고정이라고 가정한다면 투자금액에 따라서 수익이 증가한다. 수익률 10%로 위에서 이야기한 저축의 사례보다 더 큰 수익을 내려면 1억 2천만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종잣돈이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투자 수익은 일반적으로 복리로 늘어나기 때문에 일정한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다면 돈이 늘어나는 속도는 훨씬 더 빨라진다. 10년간 100만원을 저축하면 1억 2000만원이 된다. 5000만원의 투자금으로 10년간 10%의 연수익률을 올리면 수익은 8765만원이 된다. 하지만 다음 10년은 얘기가 달라진다. 저축한 돈은 2억 4000만원이 된다. 투자수익은 3억 2천만원이 된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더라도 높은 수익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를 알아야한다. 투자는 투자금에 상관없이 수익률에 의해서 수익금이 결정된다. 반면에 저축의 수익률을 계산해보면 계속해서 감소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해의 수익률을 생각해보면 2400-1200/1200=100%가 된다. 하지만 19번째 해의 수익률은 24000-22800/22800=5.26%가 된다.

저축과 투자는 양극단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근로소득을 가진 직장인의 순자산을 증식하는 전략은 하이브리드하게 구성되어야한다. 먼저 여유자금을 통한 투자는 반드시 해야한다. 내가 생각하는 투자의 목적은 분명하다. 투자금에 대한 일정한 수익률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근로소득의 일부를 적립식으로 투자금에 편입해야한다. 초기 투자금이 3000만원이라고 해보자. 수익률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3년 동안 월 100만원씩 투자금을 늘려나가면 초기 투자금만큼 자산이 증가한다. 투자 초기에는 투자금으로 얻는 수익보다 근로소득의 일부를 적립하는 금액이 더 클 것이다. 적립금이 고정되어 있다면 어느 시점에는 투자 수익이 적립금을 따라잡을 것이다.

저축은 종잣돈을 만들기 위한 것이고, 투자는 수익률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그 두 가지가 서로 완전히 다른 트랙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트랙에서 진행되어야한다. 이러한 방식을 적립식 투자라고 한다. 퇴직연금에서 돈을 모아가는 방법도 기본적으로 같은 원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순자산을 증가시키는 방법만으로 부자의 길은 요원하기만 하다. 3000만원의 종잣돈으로 매월 100만원을 적립하면서 10%의 수익을 올린다면 20년 후에는 10억이 조금 안 되는 돈이 모인다. 20억을 모으려면 250만원씩 적립해야한다. 월 100만원을 별도로 적립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본다면 현실적으로 20년 안에 부자가 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보인다.

이래서야 복권 사서 당첨되는 게 부자가 되는 지름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순간 돈을 많이 번다고 그 사람이 장기간에 걸쳐 부자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단기간에 돈이 많아도 돈을 버는 속도보다 줄어드는 속도가 빠르다면 그 속도만큼 가난해져갈 것이다.

창업할 때 사실 돈이 많이 들지는 않아요. 하지만 이 때 돈이 없으면 주주로 참여하지 못해요. 네이버가 2002년 상장할 때 누구는 대거 주식을 팔아 람보르기니를 샀지만, (이런 사람은) 그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어요. 소비 습관이 있어서 조금 돈이 생겼을 때 써버리면 확실히 다른 길을 걷게 되는 것 같습니다.

김정호 대표, 네이버 창업주가 밝힌 ‘다이아 수저’ 무는 법 – 지디넷코리아

이 이야기에는 중요한 교훈이 있다. 사람들은 복권에 당첨된다면 무엇을 할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곤한다. 하지만 김정호 전 대표가 이야기하듯이 큰 돈을 벌어서 크게 써버리면 그 사람은 그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다. 투자가의 관점에서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해보자면, 그런 사람의 부는 거기에서 그칠 수밖에 없다. 나는 그래서 종잣돈의 크기도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투자는 태도의 문제다. 투자가라면 작은 돈도 굴릴 줄 알아야하고, 큰 돈도 똑같이 굴릴 줄 알아야한다. 그래서 적은 돈을 가지고 있든 큰 돈을 가지고 있든 치열하게 공부하고 투자를 해야하고, 그리고 긴 시간을 기다릴 줄 알아야한다. 이런 사람이 부자라면, 가난해지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제 할 일은 복권을 사는 일이다. 복권이 의미하는 바는 큰 돈을 벌 수 있는 사건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복권을 사는 게 좋은 방법인지는 모르겠다. 복권은 주기가 짧고 가능성이 거의 없다. 큰 돈을 벌 수 있는 사건을 도저히 찾을 수 없다면 그 때는 복권이라도 사야한다. 여기서 큰 돈에 어떤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순자산의 10% 이상 혹은 1억원 이상이라고 해보자. 복권 외에도 부동산 투자, 초기 기업 투자, 우리사주, 유상 증자, 스톡옵션, 창업 같은 것들이 있다. 부동산 투자는 개인이 가장 큰 레버리지를 일으켜서 투자하는 방법이다. 초기 기업 투자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고 투자한 돈을 전부 날릴 수도 있다. 하지만 좋은 기업의 초기 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많지 않다. 재직중인 회사의 미래가 밝아보인다면 (기회가 있을 때) 우리사주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법도 있다. 스톡옵션을 받고 스타트업에 합류하는 것도 이런 가능성을 열어두는 방법 중에 하나이다. 창업도 좋은 방법이지만, 자신이 정말 사업가 기질이 있는 지는 진지하게 고민해봐야한다.

각각의 방법들은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 마디로 정리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미래의 특정 시점에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가능성은 여전히 높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복권에 당첨 되려면 우선은 복권을 살 필요가 있다. 그래도 언제 올 지 모르는 기회를 위해서 계속해서 공부해야하고, 몇 천만원이라도 따로 모아놓는 것이 좋다. 그리고 기회가 온다면 놓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절대 무리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고 돈을 쌓고 투자를 하더라도 부자가 되기는 쉽지 않다. 목표 수익률을 지나치게 높인다면, 그만큼 위험도 커지기 마련이다. 투자는 투자대로 해나가면서, 이와는 별도로 가능성들을 물색해야한다.

예를 들어보자. 3000만원의 종잣돈으로 월 100만원씩 적립하면서 연 10%의 수익율을 8년간 올린다면 2억 정도가 된다. 운이 좋게 이 시점에 전 직장에서 유상 증자에 참여했던 주식이 상장을 해서 3억을 벌었다고 해보자. 그럼 순자산은 5억원이 된다. 여기에 추가로 적립하지 않더라도 10% 수익률로 14년을 투자하면 20억원이 된다. 유상 증자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면 20억을 모으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물론 이건 하나의 경로에 대한 상상일 뿐이다.

두 가지가 모두 중요하다. 사건도 중요하고, 이러한 사건을 통해서 번 돈이 다시 투자금으로 들어가는 순환이 필요하다. 부자가 되려면 투자만으로도 부족하고, 사건만으로도 부족하다.


투자와 사건은 나에게 있어서 부자가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략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의 키포인트는 시간이다. 투자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투자금이 모이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고, 투자로 돈을 모으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씨앗을 뿌리고 사건으로 회수되기를 기다리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투자는 영원히 오지 않을 미래를 기다리는 것처럼 지루하게 해야만 한다. 여전히 이러한 전략이 확실하게 부자가 되는 경로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후의 보루를 지키고 있다면 부자가 되지 못 해도 사는 데 지장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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