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에 투자하거나, 기업에 투자하거나
주식 투자에서 사람들이 쉽게 빠지는 함정 중 하나는 지인에게서 추천을 받을 종목을 매수하거나 오르고 있는 종목을 사거나 하는 행동 같은 것들이다. 심지어 투자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지인에게 추천받은 종목을 ‘확실하다’고 생각하거나, 과하게 상승중인 종목을 ‘더 오를 것’이라고 믿는 광경을 보면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나한테 누군가 그런 이야기를 한다면 그 기업을 쳐다보지도 않고 ‘나는 단호하게 투자는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뭐라고 다른 사람들의 판단을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역시 그럴 수는 없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투자서는 이른바 ‘마법사’ 시리즈인데, 이 책은 진정 다원주의의 끝판왕이라고 할 만한다. 주식 시장에 옳은 세계관은 없다. 주식 시장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는 이유는 서로 다른 세계관과 근거로 거래를 하는 사람들이 모여있기 때문이다. 주식 시장은 그런 곳이다. 그래서 ‘투자는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고’ 잰 채하는 나 같은 사람은 돈을 못 벌고 추천 받아서 사거나 급 상승중인 종목들만 골라 사는 사람들이 큰 돈을 벌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나는 왜 그런 방식의 투자에 반대하는 걸까. 여기에 대한 내 대답은 제목에 있는 그대로이다. 지인 추천이라거나 급상승중인 종목이라거나 그 외의 어떤 방식이건 간에 그런 투자는 ‘주가’에 베팅하고 있는 것이다. 자, 모든 주식의 주가란 것은 오르거나 떨어지거나 반반 확률 게임일 뿐이다. 도박을 시작하자. 그런데 옆에 있는 사람이 이것은 좋은 패라고 훈수를 툭 던진다. 아, 어쩌면 그렇게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주식 시장을 그렇게밖에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정보 우위를 통해서 단기간에 한 탕 확실하게 해먹을 수 있는 도박장 말이다.
의문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정말로 그렇게 주식을 하는 사람들은 정보 우위에 있는가? 지인 추천? 지인이 알려준 확실한 정보? 아니 심지어 그런 정보가 확실하면 확실할 수록 불법적인 거래이지 않은가? 주가 상승은? 오를 만큼 오른 다음에 주식을 사려고 한다면 이미 그 정보가 주가에 다 반영된 것은 아닌가? 더 큰 의문들도 있다. 주식 시장은 그런 정보 우위를 가지고 항상 확실하게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인가? 아주 찰나 동안 그렇다고 해보자.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주가가 올라도 돈을 잃는다. 왜냐면 변동성이 높은 주식은 오르다가도 순식간에 곤두박질 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익절매나 손절매의 기준은 있는가? 그런데 기준만 정해놓으면 뭐하는가? 도박사로서 지인 추천이나 받아서 주식하겠다는 하는 사람들이 그러한 찰나의 타이밍 싸움을 해낼 수 있는 타짜인가? 물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아닐 가능성이 훨씬 더 높을 것이다.
좋다. 백 번 양보해서 그렇게 해서 돈을 벌었다고 해보자. 나는 투자자와 도박가의 진정한 차이가 여기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인류는 이익을 확정 짓기도 전에 주식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소비를 더 많이 할 만큼 멍청하다(The Wealth Effect).1 하물며 정보 우위를 통한 단타를 치는 사람들이 배당이나 재투자 같은 것을 고민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결과는 둘 중 하나다. 소비를 늘리거나, 다시 도박장에 올 것이다. 아니 한 번 벌었는데 왜 두 번은 못 하겠는가? 결국 마틴 게일 베팅을 해서 패가망신에 조금 더 가까워지겠지.
카지노와 주식거래소의 유사성은 놀랍다. 증권 중개인은 딜러에 해당한다. 수수료는 하우스 어드밴티지에 상응하며 증권거래소는 카지노로 볼 수 있다. 주식 거래와 티커 테이프들은 도박 도구들이다. 월스트리트에는 온갖 미신과 근거 없는 구호들, 떠도는 격언들이 난무하는데 도박판 역시 마찬가지다 “주사위 물이 좋다는군”.
— 딜러를 이겨라 264p, 에드워드 소프
도박사에게 ROE는 중요한 개념이 아니다. 도박사의 ROE는 레버리지를 끌어와 잭팟을 터트려 수백, 수천 같이 무한대처럼 보이는 수치가 만들어질 수도 있지만 이는 유지 가능한 수치가 아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주식 시장에 기대하는 게 그런 수익률일지도 모른다.
사람들과 주식투자에 대해 이야기 하다보면, 자신이 만족할만한 연간 수익률이 터무니 없이 높은 (보통 세 자리 수) 경우를 기대하면서도, 그런 수익률이 엄청나게 해내기 어렵다는 자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 기대 수익률을 말하는 사람을 보면, 한 삼년 수학공부하면 필즈 메달 정도는 딸 수 있겠지? 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기분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장기 연평균 수익률이 지수보다 20% 정도 높으면 최고 대가의 반열에 들 수 있고, 대가들조차 까먹는 해도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 대가들의 변동성과 기대수익률, 내 백과사전
ROE가 왜 중요하고 20%가 왜 높은 수익률인지를 이해하려면 투자의 맨 바닥부터 공부해야한다. 그래서 투자를 하고 싶다면 바닥부터 시작해야한다. 투자 분야에 좋은 입문서들은 차고 넘친다. 그래서 내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런 것이다. 주식 시장은 주가를 사고 파는 도박장이 아니라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곳이다. 가장 불행한 일은 주가를 사고 돈을 잃고 영원히 이 시장에서 떠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틀리더라도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사지 마세요.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