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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와 투기, 투자자와 트레이더

주식 시장에서 투자와 투기는 명확하게 구분이 되지 않는 용어이다. 하지만 투자라는 용어의 본질을 생각해본다면 이 차이는 생각보다 선명하다. 어떤 기업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서 동남아에 공장을 세운다고 가정해보자. 이 기업이 새 공장을 짓고 가동하기까지는 최소한 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이 단기적으로 얻는 이익은 없지만, 5년 후부터 10년에 걸쳐서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된다면 이는 투자라고 할 수 있다. 즉, 투자는 장기적인 성장을 전제로만 성립한다. 주식 시장에서도 이 논리는 그대로 적용된다.

어떤 기업의 주가가 저평가되었는지, 고평가되었는지 확인하는 지표로 주가이익비율(PER, P/E ratio)1이 자주 사용된다. 주가이익비율 주가를 주가당이익으로 나눠서 계산할 수 있다. 어떤 주식의 정적 주가이익비율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마스터 마켓은 성질이 고약하기 때문에 모든 주식은 끊임없이 저평가 되기도 하고, 고평가 되기도 한다.

이 주가이익비율이 고정되어있다고 해보자. 예를 들어 주가이익비율이 15인 주식을 매수할 때, 이 주식의 주가이익비율은 영원히 15로 고정되어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미스터 마켓은 그런 일을 용납하지 않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하는 사람에게 이 가정은 매우 중요하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주가이익비율은 주가이익비율 = 주가 / 주식당이익으로 계산된다. 식을 조금 고쳐써보면 주가 = 주가이익비율 * 주식당이익이 된다.

이 식에서 주가가 상승하려면 어떤 변화가 있어야할까? 정확히는 유통주식수가 끼치는 영향을 고려해야겠지만2, 여기서는 유통주식수도 상수로 두자. 그렇다면 유통주식수와 주가이익비율은 고정이니, 주가가 상승하려면 이익이 늘어나는 수밖에 없다. 투자자라면 장기적으로 이익이 늘어나는 기업에 투자해야한다. 이는 너무 명백한 논리다. 심지어 워런 버핏은 영원을 이야기한다.3

열정적인 거래 활동이 미국 기업계와 금융계를 휩쓸고 있지만, 우리는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계속 보유하는 전략을 고수할 것입니다.
— 워런 버핏의 주주서한 176-177p, 워런 버핏 지음, 이건 옮김.

투자자는 주가이익비율이 높은 고평가된 주식을 매수하는 경우 단기적으로 손실을 볼 확률이 높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주가이익비율이 하락하더라도, 기업의 이익이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면 주가 또한 계속해서 상승할 것이다. 예를 들어 주가이익비율이 반토막이 나도 이익이 4배 상승했다면 결과적으로 주가는 2배 상승한다. 또한 벤자민 그레이엄 같은 대가가 이야기했듯이 안전마진을 고려한다면 이 전략은 더욱 빛을 발한다. 주가이익비율이 낮은 지점에서 주식을 구매하면 장기적으로 주가이익비율도 상승하고 이익도 상승해서 주가는 이익이 상승한 배율보다 더 많이 상승할 수 있다. 기업의 성장을 근거로 주식을 매수하고, 단기적인 손실에 주식을 매도해버린다면 자신이 투자자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 한 것이다. 투자자로서는 단순히 주식이 오르니까 산다는 것만큼 이상한 방법이다.

이번에는 거꾸로 주가당이익이 고정되어있다고 가정해보자. 실제로 기업의 실적은 분기별로 발표 된다. 사람들은 분기 실적과 분기 실적 사이에 기업의 이익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알 수 없고 단지 추정을 할 수 있을 뿐이다. 분기 동안 현실적으로 주가당이익이 고정되어 있는 상태에서도 주가는 끊임없이 변한다. 이익은 그대로인데 주가는 2배 이상 오르기도 하고 반토막이 나기도 한다. 즉, 이 상태에서 주가가 오른다는 의미는 주가이익비율만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투기는 바로 이 변화에 돈을 거는 행위이다. 투자 대상을 찾기 위해서 투기자에게도 기업의 펀더멘탈은 중요한 요소지만 ‘오른다’(매수) 혹은 ‘내린다’(매도) 둘 중 하나에 베팅한다는 점에서는 좀 더 도박에 가깝다.4 명백히 장기적인 성장이 불가능한 기업일지라도, 단기적으로 호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 트레이더는 주식 매수를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투기자라면 명백히 이런 주식을 장기로 보유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단기적인 호재에 근거해 명백하게 사양산업에 속한 기업의 주식을 매수했다면, 만약 예상과 달리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최대한 빨리 주식을 매도해야한다. 단기적인 투기는 실패했고, 장기적인 투자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식을 팔지 못하고 장기 보유한다면 자신이 투기자라는 걸 이해하지 못 한 것이다.

투자와 투기의 경계는 교묘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투자자인지 투기자인지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1. 주가수익비율이라고도 한다. 수익은 매출과 같은 의미로도 쓰여서 혼란스럽기 때문에, 여기서는 명확히 주가이익비율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2. 유통주식수가 늘어나면 주식당이익은 줄어든다. 
  3. 워런 버핏이 주식을 팔지 말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언론에 의해 와전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적어도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보유하는 전략을 고수하겠다고 한 것은 사실이다. 
  4. 이 글에서 투기나 도박은 가치 판단적인 단어를 가치 판단적인 용어로 사용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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