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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잉은 복식부기 가계부이자 자산 관리 도구이다

가계부와 금전출납부와 단식부기는 실질적으로 동의어이다. 이러한 기록방식은 현금 흐름이 발생하는 사건을 기록하는 데 충실하다. 현금 흐름이 발생하는 사건들을 기록한다. 기록이 쌓이면 어떤 사건에서 돈이 들어오고, 어떤 사건들에서 주로 지출이 발생하는 지 알 수 있다. 그래서 가계부는 절약의 상징과 같은 존재로 여겨진다. 계획적인 소비와 절약의 관점에서 가계부는 유용하다.

하지만 거기까지이다. 단식부기 가계부는 자산을 관리하는 데는 별로 유용하지 않다. 단식부기 가계부로 표현하기 어려운 상황은 열 손가락으로 세기 부족할 만큼 많다. 돈이란 더하고 뺄 수 있기 때문에 섞이기 쉽다. 하지만 섞이기 쉽다고, 본질적으로 모든 돈이 같은 돈은 아니다.

예를 들어 우리은행 통장에 1,000만원이 있다고 해보자. 여기서 500만원은 저축을 해서 모은 돈이고, 500만원은 은행에서 대출 받은 돈이다. 하지만 은행 잔고는 1,000만원이다. 단식부기에는 계정 개념이 없거나 제한적이라서 서로 다른 성격의 돈을 구별해내는 게 어렵다. 은행 대출이라고 옆에 기록해둘 수는 있다. 하지만 잔고를 계산할 때는 자산과 부채가 항상 섞여있다.

복식부기라는 이름은 대변과 차변으로 이루어진 기록 방식에서 유래하지만, 이러한 기록 방식의 바탕에는 계정이라는 개념이 있다. 자산만 놓고 보자면 계정을 돈을 담는 주머니라고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국민은행 계좌와 우리은행 계좌를 별도의 계정으로 정의할 수 있다. 후잉을 사용한다면 이런 접근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전체 잔고가 아닌 계좌별 잔고를 관리할 수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계정을 사용하면 서로 다른 성격의 돈을 별도 계정에 기록할 수 있다. 우리은행 대출(부채) 계정을 만들고 500만원을 담을 수 있다. 부채의 증가는 대변에 기록된다. 이에 대응하는 자산의 증가는 차변에 기록한다. 우리은행 계좌에 500만원이 늘어나서 결과적으로 1,000만원이 된다.

후잉의 첫 페이지

후잉의 첫 페이지

결과적으로 계좌에 1,000만원이 있다는 사실은 다르지 않다. 하지만 계좌에 1,000만원이 있다는 사실과 부채 계정에 500만원이 있다는 사실이 명백히 분리되어 기록되어있다. 그리고 순수한 내 돈(자본)은 자산에서 부채를 뺀 500만원이 된다는 것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자산은 다 같은 자산이고, 부채는 다 같은 부채인가? 그렇지 않다. 앞서 계좌 별로 자산 계정을 나누는 접근에 대해서 살짝 언급했지만, 기업 회계 계정 과목을 보면 계좌가 아닌 돈의 성격으로 계정을 나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식부기 세계에서는 현금 잔고가 전부였지만 복식부기 세계에서 현금은 자산의 한 가지 유형일 뿐이다. 당좌예금, 유가증권, 외상매출금, 어음, 미수금, 상품, 원재료, 토지, 건물, 비품, 영업권, 개발비 등 다양한 자산 계정들이 있다.1

계정들은 모두 돈의 단위로 계산되고 더하고 빼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애써 계정을 나누는 이유는 돈이 모두 같은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기업의 재무상태표(대차대조표)를 이해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재무상태표는 특정 시점에 어떤 기업의 모든 계정들의 잔고를 보여주는 표이다. 복식부기는 사건을 기록하는 (단식부기와는) 다른 접근 방법이기도 하지만, 그 결과를 종합해서 보면 그게 곧 재무상태표인 것이다. 즉, 이를 통해 그 기업의 자산과 부채 현황을 한 눈에 볼 수 있다.2

삼성전자의 제 48기(2017년) 요약 재무상태표

삼성전자의 제 48기(2017년) 요약 재무상태표

후잉은 복식부기 가계부다. 나는 후잉이 가계부라는 사실보다 복식부기 도구라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후잉에 기록한 사건들의 기록은 근거가 되고, 그 결과는 재무상태표가 된다. 사건을 기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건들을 기록한 결과가 가계의 재산 현황을 한 눈에 보여주는 가계 재무상태표가 된다는 사실이 훨씬 더 중요하다.

자신의 정확한 재산은 얼마나 될까? 은행도, 경찰도, 심지어 국가도 개인의 정확한 재산은 모른다. 심지어 자기 자신조차 그렇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자산이 얼마나 되는지 대충은 알고 있지만 정확히 알고 있지 않다. 나는 복식부기로 가계부를 쓰는 사람들3 외에는 자신의 자산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사람들이 없다고 생각한다. 정확하다는 표현은 대충 알고 있는 것과 실제 재무재표를 작성해본 다음에 알게 되는 크기의 차이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나는 후잉을 쓰고 처음으로 내 자산의 크기를 알았고 그 차이는 상당했다. 한 지인은 후잉으로 자산 규모를 파악하고 처음으로 구체적인 부채 상환 계획을 세웠다고 이야기했다.

후잉의 재무상태표

후잉의 재무상태표. 기업의 재무상태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후잉은 가계부라기보다 자산 관리 도구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후잉을 완전히 자산 관리 도구로만 생각해볼 수도 있다. 자산 관리라는 관점에서 수입이나 지출이 발생한 사건 하나하나를 기록하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다. 굳이 수입, 지출을 하나하나 기록해야만 복식부기의 가치를 온전히 누릴 수 있을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개인에게 필요한 모든 계정 항목을 만들고, 한 달에 한 번씩 모든 계정의 잔고만 업데이트해주는 전략도 생각해볼 수 있다. 여전히 재무상태표의 역할은 충실하다. 현재의 자산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고, 자산 변동 사항도 파악할 수 있다. 문제가 있다면 거기서부터 사건들을 역추적해나가는 것도 방법이다.


  1. 물론 후잉에서는 이런 계정들로 기록하지 않는다. 하지만 본질은 같다. 
  2. 단식부기를 평생 써도 재무상태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산 관리라는 관점에서 단식부기는 빨리 버리면 빨리 버릴수록 유익하다. 
  3. 바꿔말해 후잉을 사용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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