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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잃는 것보다 기회를 잃는 게 낫다”

얼마 전 투자 중인 회사에서 유상증자를 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별다른 근거없이 조바심이 나는 상태였다. 좋아하는 회사였고 기회가 있다면 더 투자를 하고 싶다고 생각해왔는데, 문제는 앞으로 몇 달간 크게 돈이 나갈 일들이 겹쳐있어서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마침 지인 분들과 모여서 유상증자에 참여할 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눴는데 결과적으로 투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아주 정교한 밸류에이션 도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차분하게 바라보니 해당 기업의 소비자 유입 경로나 경제적 해자가 불투명해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미 투자를 했기 때문에 기업이 잘 되면 잘 되는대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데, 굳이 이 이상의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고 결론내렸다. 투자를 하고 싶었던 또 다른 이유도 있었는데, 생각해보면 그것도 합리적인 이유는 아니었다.


기회라는 것은 오묘하다. 좋은 기회라는 것은 자주 오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기회를 잡으라”는 충고는 유효하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기회는 한시적이고 베타적이라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기회는 대부분의 경우 한시적이기 때문에 지금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바로 이 특성이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중요한 건 한시성이 아니라 이 기회가 정말로 좋은 기회인가 하는 점이다. 가끔씩은 한시성 자체가 기회를 돋보이게 만든다. 예를 들어 홈쇼핑은 정확히 그러한 기회의 비합리성에 호소하는 매체이다. 따라서 한시성만으로 판단하면 비합리적인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요한 건 얼마나 한시적이거나 드문지가 아니라 미래에 이 결정으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결과의 확률 분포가 나에게 유리한지이다. 나아가 기회는 베타적이라 어떤 선택을 하는 순간 다른 기회들은 포기해야한다. 잠시 후에 명백하게 더 좋은 기회가 오더라도 그 기회를 잡을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케빈 달리는 돈을 잃는 것보다 기회를 놓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잭 슈웨거: 펀드 설립 후 심각한 베어마켓을 두 번이나 겪으시면서 매수 포지션 중심의 익스포저로 어떻게 손실을 제한하실 수 있었던 거죠?
케빈 달리: 저는 다양한 경기지표를 주목합니다. 그중에는 한 주 동안의 철도물동량처럼 남들은 잘 모르는 자료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표가 경기위축을 나타낼 때는 익스포저를 줄입니다. 그래도 걱정이 되면 포지션의 거의 대부분을 현금화합니다. 덕분에 2002년과 2008년의 베어마켓을 견뎌내기가 쉬웠습니다. 하지만 2010년에는 조심스러운 접근방법이 오히려 수익 감소로 이어졌습니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고 판단해서 상당한 주식을 매도했는데 연방준비위원회가 Q2(2차 양적완화)를 실시했고, 주가는 급등했습니다. 2010년 13.3%의 순수익을 올렸지만, 경제에 대한 우려 때문에 포지션을 청산하지 않았더라면 더 높은 수익을 올렸을 겁니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습니다. 돈을 잃는 것보다는 기회를 놓치는 편이 낫기 때문입니다.

헤지펀드 시장의 마법사들: 케빈 달리 인터뷰, Jack D. Schwager 저

질투심과 후회는 판단을 그르치게 만든다. 사후적인 결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선택하는 시점에서) 미래에 기대할 수 있는 결과의 확률 분포이다. 평가는 이 판단에 대해서 해야한다.


워런 버핏은 투자를 삼진 아웃 없는 타석이라고 이야기한다.

지난해 미국 케이블방송 HBO가 방영한 다큐멘터리 ‘워런 버핏이 된다는 것’(Becoming Warren Buffett)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버핏이 전설적인 타자 테드 윌리엄스가 쓴 ‘타격의 과학’(The Science of Hitting)을 인용하는 구절이다. 테드 윌리엄스는 메이저리그 최후의 4할 타자다. 1941년 테드 윌리엄스가 타율 0.406을 기록한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4할 타자는 다시 등장하지 않고 있다.

버핏은 테드 윌리엄스가 스트라이크 존을 77개로 나눈 후, 오직 한 가운데(sweet spot)로 들어오는 공만 노렸다고 말한다. 테드 윌리엄스는 한 가운데로 들어오는 공을 치면 4할의 타율이 가능하지만, 바깥쪽 낮은 코너로 들어오는 공을 치면 타율이 0.235로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그는 한 가운데로 들어오는 공만 끈기있게 기다렸다. 결과는 전설이다. 테드 윌리엄스는 19년 동안 2292게임에서 통산타율 0.344를 기록했고 1966년 93.4%의 득표율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버핏은 투자는 야구보다 훨씬 유리하다고 말한다. 삼진아웃이 없기 때문이다. 스트라이크가 들어올 때까지 얼마든지 기다렸다가 마침내 기회가 왔을 때 방망이를 있는 힘껏 휘두르면 된다.

만약 사람들이 야유하듯이 “휘둘러, 이 멍청아!”(Swing, You Bum!)라고 외치면 버핏은 무시하라고 조언한다.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자신이 치고 싶은 공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라는 말이다.

한 가운데 스트라이크가 들어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면, 설령 그런 기회가 평생에 단 20번 밖에 없다 하더라도 지금보다 훨씬 월등한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고 버핏과 멍거는 말한다.

“한 가운데 스트라이크만 노려라.”

버핏이 ‘4할 타자’ 포스터를 사무실에 걸어둔 이유 – 머니투데이 뉴스

그리고 역시 좋은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하다.

선수 시절 나는 항상 이런 점에 대해 불평했었다. “스니드나 호건 같은 골프 선수들을 좀 봐. 그들은 저기서 내내 공을 때리는 연습을 하잖아. 나는 운이 좋아야 하루에 타격 연습을 15분 정도 할 수 있을 뿐이야. 만약 매일 한 시간 씩 타격 연습을 한다면 나는 4할5푼도 칠수 있어.” 물론 그건 좀 과장된 얘기지만 그런 열의는 필요한 것 아니겠는가.
타격의 과학 50-51p, 테드 윌리엄스

조바심이 난다는 건 위험한 신호다. 계속 공부하고,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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