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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명세서가 알려주지 않는 이야기: 자산 관점에서의 근로소득

연봉이 1억이라도 실수령액이 600만원 언저리라는 얘기는 여기저기서 듣게 되는 것 같다. A씨의 연봉이 1억이라고 해보자. 사람인의 연봉 계산기에서 A 씨의 실수령액을 계산해보면 다음과 같다.

6,580,153원. 2018년 기준 직장인 1858만명의 평균 급여는 3647만원이며, 연봉 1억이 넘는 직장인은 80만명으로 전체 직장인의 4.3%라고 한다.1 연봉 1억이면 직장인 중에서는 분명 상위권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그 경계선 상에 있는 사람의 통장에 매달 찍히는 금액이 658만원이다. 많다면 많지만, 막상 엄청 많아보이지도 않는다.

1억을 단순히 12달로 나누면 833만원이 된다. 833만원과 658만원 사이에는 175만원이 있다. 이 175만원이 바로 표에 나타나있는 공제액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국민연금 218,700원, 건강보험 274,580원, 장기요양 28,140원, 고용보험 65,860원, 소득세 1,059,910원, 지방소득세 105,990원이 이에 해당한다. 소득세와 지방소득세만 100만원이 넘어가는데, 말이 100만원이지 연봉 3000만원 정도 받는 사람의 실수령이 224만원 정도라는 걸 생각하면 어마무시한 금액이다. 퍼센트로 계산하면 대략 14% 정도이니 이걸 보면 직장인 월급은 유리지갑이라는 말이 현실로 와닿는다.

하지만 실수령이라는 게 적절한 숫자인지에 대해서 조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공제에 포함되는 항목들을 살펴보면 국민연금, 건강보험, 장기요양, 고용보험, 소득세(+ 지방소득세)가 있다. 이 중에 건강보험, 장기요양, 고용보험은 비용성 항목이다. 그럼 이제 남는 건 국민연금과 소득세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국민연금은 단기적으로는 비용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연금이다. 예를 들어 B 씨는 어떤 이유로 국민연금을 내지 않는다. 이 경우 B 씨의 실수령액은 A 씨가 내는 국민연금만큼 많을 것이다. 1년을 놓고 본다면 A 씨가 국민연금을 내서 얻는 실익은 전혀없다. 그래서 단기적으로 보면 국민연금은 비용인 것이다. 하지만 생애주기 전체를 놓고 본다면, A 씨는 65세 이후에 국민연금으로 납입한 금액을 납입한 금액 이상으로 돌려받을 것이고, B 씨는 받을 돈이 없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보면 연금이다. 그런데 장기적으로 보면 A 씨와 B 씨 사이에는 국민연금 이상의 차이가 벌어진다. 왜냐하면 국민연금의 절반은 회사에서 내야하기 때문이다. 즉 A 씨의 공제액은 218,700원이지만, 실제로 A 씨가 국민연금에 납입하는 금액은 437,400원이다.2 A 씨가 따로 아무것도 하지않아도 미래 소득을 위해 437,400원이 저축되고 있는 셈이다. 단지 유동성이 없을 뿐이다.

내가 실수령이 적절한 숫자인지 의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기업의 자산은 크게 유동자산과 비유동자산으로 분류한다. 유동자산은 1년 이내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의미하며, 비유동자산은 1년 이내에 현금화할 수 없는 자산을 의미한다. 자신은 매우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는 유동자산이 아니라해서 그 자산이 자산이 아닌 것은 아니다. 실수령액은 현금주의에 기반하기 때문에 국민연금을 현금의 감소(공제액)로 처리해버리는데, 발생주의 관점에서 보면 국민연금은 사라지는 돈이 아니라 비유동자산 계정에 쌓이는 돈이다. 심지어 납입하는 금액의 2배가 쌓인다.

다음으로 소득세를 보자. 앞서 소득세가 대략 월급의 14% 정도라고 이야기했는데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 월급에서 공제하는 금액은 정확하지 않다. 대충 적당히 떼어간 다음에 연말정산을 통해서 정확한 금액을 계산한다. A 씨가 내야하는 세금은 소득세율표로 계산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소득세율은 다음표와 같다.

이 표를 A씨의 소득세가 35%라고 생각했다면, 소득세에 대해서 조금 더 찾아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 나온 소득세율은 한계세율이라서, 구간별로 따로 계산해서 더해줘야한다. A 씨의 경우 1200(만원)*0.06 + 3400*0.15 + 4200*0.24 + 1200*0.35=2100 즉 2,010만원이 된다. 이걸 평균세액 혹은 산출세액이라고 한다. 그런데 연봉이 1억이라고 1억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게 아니라 1억원에서 소득공제를 빼고 그 금액에 대해서 세금을 계산한다. 예를 들어 근로자라는 이유만으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1500만원 정도가 소득에서 공제되기 때문에 1억원을 기준으로 세금을 내는 경우는 없다. 구간별 실효세율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못 찾았는데 2013년 기준 1억-1억 천만원 구간의 실효세율은 10% 전후로 정도로 예상된다.3 10%로 계산해보면 83만원이 된다. A씨가 납입한 소득세는 116만원이었으니 33만 5천원의 차액이 발생한다. 이 계산대로라면 연말 정산을 통해서 400만원 정도의 금액을 돌려받게 된다.

연말정산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자료를 참고.

급여명세서에는 보여주지 않는 중요한 항목이 하나 있다. 바로 퇴직연금이다.4 월급명세서에 보이지 않아서 퇴직연금을 갑자기 생기는 목독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 데 절대로 그렇지 않다. 법적으로 퇴직금은 기업에게는 부채로 적립된다. 그 말은 시점의 차이만 있을 뿐 내가 나중에 돌려받아야할 돈이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갑자기 생기는 목돈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누적되고 있는 돈이라고 생각해야한다. 나는 이러한 이유로 최종 금액의 유불리와는 무관하게 재직중에 정산이 이루어지는 DB형보다 DC형 연금을 더 낫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퇴직연금을 급여명세서에서 보여주지 않는 이유는 미리 금액이 확정이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월급의 1/12를 계산해서 최소 금액을 산정할 수 있다. A 씨의 경우 833만원을 12달로 나누면 대략 70만원 정도가 된다.

이제 A 씨의 실수령액이 아니라, 자산 관점에서 A씨의 월급을 다시 계산해보자. 현금으로 들어오는 돈은 그대로 6,580,153원(ㄱ)이다. 국민연금은 직접 납입한 돈과 회사가 납입한 돈을 합쳐서 437,400원(ㄴ)이다. 다음으로 실효세율로 계산한 소득세를 833,333원이라고 하면 332,567원(ㄷ)의 차액(돌려받을 돈)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퇴직금은 최소 694,444원(ㄷ)이다. 이를 모두 더하면 ㄱ+ㄴ+ㄷ+ㄹ=8,044,564원이 된다. 1억을 12달로 나눈 833만원보다 조금 적다. 계산해보면 자산 관점에서는 실수령액 대비 22.22%가 많고, 계약 연봉보다 3.5%  적게 받는 셈이다.


연봉이 5,000만원인 C 씨의 경우도 같은 방식으로 생각해보자. 연봉이 5,000만원 정도면 사실상 실효세율이 높지 않다. 여기서는 3% 정도를 가정한다.

  • 실수령액 = 3,560,106원
  • 국민연금 = 365,980원
  • 소득세(실효세율 3%) 차액=116,520원
  • 퇴직연금 = 296,675원

이를 모두 더해주면 4,339,281원이 된다. 이는 실수령 대비 21.88% 많고, 계약 연봉 대비는 4% 적은 금액이다. 실수령액을 전부 소진해도 일을 하고 있으면 사실 100만원 정도의 자산이 쌓이고 있는 셈이다. (실수령액 기준) 저축성향이 33%라고 한다면 이 사람은 매월 3460106*0.33+365980+116520+296675, 약 191만원을 저축하는 셈이다.


실수령액은 기업 관점에서 보면 현금흐름에 해당한다. 현금흐름은 철저히 현금에 기반한다. 하지만 현대적 회계에 있어서 현금흐름이 보조적 지표라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회계는 비단 부작용이 있더라도 철저히 발생주의에 기반한다. 그리고 그게 더 정확하다. 개인적으로 제무재표로 보면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가 메인이고, 현금흐름표는 보조하는 역할을 하지 그 반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왜 실수령액이 아니라 자산 관점에서 월급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한 걸까?

첫 번째로 잘못된 정보로 인한 잘못된 의사결정을 막을 수 있다. 회계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기업 내부에 있는 사람에게는 의사결정에 근거를 제공하기 위함이고, 기업 외부의 (예비) 투자자에게는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일이다. 이는 개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자산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만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다시 C 씨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C 씨는 첫 직장에서 연봉 5,000만원에 3년간 일하고 퇴직연금으로 1,500만원을 받았다. 이름도 처음 듣는 IRP에 퇴직연금을 받아서 바로 깬 다음에 1개월 간 유럽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5개월 정도를 쉬고, 다시 취업한다.

1,500만원을 여행을 가는 건 큰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이 돈이 갑자기 생긴 돈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적립된 저축이라고 생각한다면, 소비에 앞서 이 돈을 어떻게 운용할지에 대해서 미리 계획을 세워보는 것이 좋다. 법적으로 현재 퇴직연금은 IRP로 받게 되어있는데, IRP를 계속 운용해서 퇴직연금으로 수령할 경우 여러가지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세금 혜택을 받기 위해 IRP에 추가 납입하는 경우도 많은데, 굳이 퇴직소득세를 내가며 IRP를 해지하고 그 돈으로 여행을 가는 것은 좋은 선택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급하게 돈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퇴직연급을 해지하기보다는 따로 돈을 모아서 여행을 가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기회 비용을 생각해보자. 기존 연봉을 기준으로 실수령액으로 휴직 기간 동안의 기회비용을 생각해보면 저축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실수령액 기준) 저축성향을 33%로 계산한다면 685만원을 저축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지는 셈이다. 실제로는 첫 1개월 간 여행비로 1,5000만원, 나머지 5개월간 생활비로 1,000만원을 쓰면, 총 2,500만원이 마이너스가 된다. 여기에 저축할 수 있었던 금액을 더하면 3,185만원이 된다. 여기에 국민연금과 퇴직연금도 쌓이지 않으므로 397만원을 더하면 총 기회비용은 3,582만원이 된다. 단, 6개월만에 3,582만원 차이가 벌어진다. 여행비를 빼더라도 같은 조건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과 저축을 못한 685만원이 아니라, 2천만원 가까운  차이가 벌어진다. 이렇게 계산해보면, 장기간 휴직을 할 수가 없어진다… 😰

두 번째로 근로소득자로서 의외로(?) 많은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위함이다. 바로 이전 글 저축, 투자, 그리고 사건: 개인의 자산은 어떤 궤적으로 불어날까에서 시나리오를 만들 때 저축 금액을 연 2천만원으로 잡았다. 2천만원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그런데 내가 글에서 제시한 2천만원은 모든 순자산 증가를 포함하는 금액이다. 이 글의 A 씨와 C 씨의 경우 국민연금과 퇴직연금만 계산해도 각각 1,359만원, 795만원이 된다. C씨의 경우 월급(실수령액)의 33% 정도를 저축하면 1,409만원(ㄱ), 소득세 환급 139만원(ㄴ), 퇴직연금 356만원(ㄷ)을 더하면 1,904만원이 된다. 국민연금은 유동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제외시켰지만, 이것만으로도 매년 거의 2천만원의 순자산이 증가한다. 이 금액의 차이는 자산 관점에서는 실질적인 차이이다. 순자산 2천만원 증가는 결코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몇 백만원으로 주식 투자하면서 투자 수익률에 목맬 필요가 없다. 투자나 투자수익률은 그 다음 문제이다.5


  1. 국세청이 밝힌 지난해 억대 연봉자 수는, 경향신문, 2019. 12. 27. 
  2. 국민연금 납입액은 소득월액의 9%로 정해지며 최대 소득월액은 486만원이다. 따라서 1억원을 버는 A 씨는 매월 최대 금액을 납입하는 셈이다.
  3. 연봉이 1억원에 가까워지면 소득공제와 세액공제가 정말 중요해지는데, 받을 수 혜택은 오히려 줄어들기 때문에 세금이 급속하게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4. 사람인 연봉 계산기에는 퇴직금 포함 기능이 들어있다. 
  5. 투자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자산이 늘어났을 때 자산의 증가속도(ROE)를 높게 유지하는 역할이다. 수익률이 고정된 저축의 ROE는 장기적으로 반드시 떨어진다. 하지만 투자 자산이 일정 수준이 되기 전에는 저축이 투자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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