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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 투자, 그리고 사건: 개인의 자산은 어떤 궤적으로 불어날까

투자에 있어서 종잣돈이나 투자 수익률은 매우 중요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투자를 시작하기 위해 1억원의 종잣돈을 모았다고 해보자. 1억원을 똭 모으고 나면 이제는 주식 투자만 하면 되는 건가? 종잣돈을 모았으니, 투자 수익률만 잘 내면 부자가 될 수 있을까?


A씨는 0기 시점에 원금은 1억이고 복리 수익률 7%, 투자 기간을 30년이라고 해보자. 약간의 싸이클을 가미한 자산 추이 그래프는 다음과 같다. (단위는 백만원, 만원 아님.)

30기의 자산은 약 9억 2천만원이 된다. 오직 1억원으로만 투자한 성과이며 추가적인 투자금의 투입은 없었다. 이 정도면 나빠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단순히 저축만 하는 경우와 비교하면 어떨까? 투자를 전혀 하지 않고 저축만 매년 하는 B씨를 생각해보자. 이자는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매년 2,000만원씩 자산이 늘어나기만 한다. A씨(투자 7%)와 B씨(저축)의 경우를 그래프로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30년간 대부분의 구간에서 B씨가 앞서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A씨가 B씨를 확실하게 넘어서는 시점은 약 28기이다. 더욱이 이자를 고려하면 실제로는 위의 그래프보다 더 유리해진다. 저축 금액에 대해서 2%의 이자 수익을 가정해보자.

이 경우 30기의 자산은 약 10억원이 되며, A 씨는 단 한 번도 B 씨의 자산을 앞서지 못 한다. 투자에 자신이 없다면 충분한 금액을 단순히 저축하기만 해도 큰 돈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건 단순한 시뮬레이션이기 때문에 변수들을 조정해서 서로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 종잣돈이 수십 억 쯤 되지 않으며, 2. 투자 기간이 충분히 긴 경우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이 투자가 아니라 저축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멍거: 저축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을 도와줄 방법이 없습니다.
버핏: 어린 시절부터 저축 습관을 키워야합니다. 그러면 인생이 엄청나게 달라집니다.
2015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 Q&A 중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저축과 투자를 병행하는 것이다. 매년 2,000만원씩 저축하면서, 7%의 수익률을 내는 C씨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단순 시뮬레이션으로 보면 30기의 자산이 30억원에 달한다. 투자만 하거나(A씨) 저축만 하는 경우(B씨) 보다 약 3배 정도 큰 금액이 모인다. 또한 그래프만 보더라도 단 한 번도 A씨나 B씨에 뒤쳐지는 경우가 없다. 또한 B 씨의 경우는 순 자산이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가 6번 발생하는데, C 씨의 경우는 3번밖에 발생하지 않는다. C씨는 투자 수익률이 낮은 해에도 2,000만원의 저축이 있기 때문에 순자산은 거의 항상 증가하기만 한다. 후반부의 손실도 투자 금액이 커졌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이전 글 ‘자산 형성기에는 투자보다 저축이 중요하다‘와 ‘자산 형성기의 투자 수익률과 순자산 증가‘에서도 주장했던 바이지만, 개인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투자 수익률이 아니다. 순자산 증가율이 투자 수익률보다 압도적으로 중요하다. 저축(혹은 새로운 투자금 투입)은 투자 손실에 대한 순자산 감소를 방어해주고, 투자 수익이 날 때는 순자산 증가를 극대화한다. 그래서 저축은 투자와 함께 갈 때 그 가치가 더욱 빛이난다.


어떤 사람들은 돈을 버는 저축이나 투자보다 사건을 통해서 돈을 버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사건이라고 하는 것은 아주 짧은 기간 동안에 큰 돈을 버는 경우를 말한다. 사업이 단기간에 대박이 날 수도 있고, 로또 분양에 당첨되거나, 도박을 해서 한 방이 터지거나, 복권에 당첨이 되거나, 스톡옵션이나 비상장 주식의 평가 가치가 크게 상승하는 경우가 그렇다.

D씨는 오직 사건을 통해서만 돈을 벌고자 한다. 이를 위해 매년 1,000만원 정도의 돈을 투입한다. 적당한 상상력을 통해서 사건을 임의로 만들어보자. D씨가 6기에 2억을 벌었다고 가정하면, 직전년도에 넣은 돈 1,000만원을 기준으로 하면 20배의 수익이고, 1기부터 5기까지 넣은 돈을 기준으로 하면 투자금 대비 4배의 수익이다. 14기에는 3억원을 버는 사건이 발생했다(전기 기준 30배, 투자금 대비 4.3배). 그리고 22기에 5억원을 버는 사건이 발생했다(전기 기준 50배, 투자금 대비 6.3배). 이를 그래프로 그려보자.

돈은 꾸준히 줄어들지만 적절한 시기에 사건이 발생하기만 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 이 시나리오에서 D 씨의 최종 자산은 8억원이지만, 사건의 크기와 확률에 따라서 D씨의 자산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사건이 한 번도 발생하지 않는다면 최종 자산은 마이너스가 될 것이다.

사건을 추구할 때도 저축은 여전히 강력한 방어 수단이 되어줄 수 있다. E 씨는 D 씨와 완전히 같은 방식의 투자를 하지만 매년 2,000만원을 투자한다. 따라서 D 씨는 매년 사건을 위한 투자로 1,000만원이 줄어들지만, E 씨는 사건을 위한 투자를 하고도 1,000만원이 늘어난다.

E 씨의 30기 자산은 14억원이 된다. D 씨와는 정확히 저축 금액 6억원 만큼 차이가 난다. 사건을 통해서 얻은 수익이 없다면 E 씨는 -2억, D 씨는 4억의 자산이 남는다. 결국 모든 경우에 하한선은 저축이 결정한다.

이번엔 저축과 투자 그리고 사건을 모두 병행하는 F 씨를 생각해보자. 저축과 투자를 병행하는 C 씨와 비교하는 경우 실질적인 저축액은 더 적지만 사건을 통해서 자산이 빠르게 늘어나고 이를 다시 다시 투자해 자산의 증가속도가 더욱 빨라진다.

따라서 사건이 처음 발생한다고 가정한 6기 이후에는 모든 구간에서 F 씨가 C 씨를 앞선다. 반면에 사건과 저축을 조합한 E 씨의 경우 대부분의 시기에 C 씨에게도 뒤쳐진다. 결과적으로 F 씨의 30기 자산은 50억이 된다.

즉, 사건은 독립적으로 추구해야할 것이 아니라, 저축, 투자와 병행되었을 때 순자산 증가분이 극대화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부자가 되기 위한 전략: 투자, 그리고 사건의 가능성을 열어놓기‘에서 이야기한 바 있다.


가끔 투자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보면 저축을 과소평가하거나 사건을 과대평가 하는 경우를 만나곤 한다. 혹은 투자를 단기간에 자산을 몇 배 불릴 수 있는 사건으로 이해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이러한 차이가 투자 기간과 투자 목적의 차이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투자 기간이 지나치게 짧은 경우 단기간에 큰 수익률을 올리는 게 중요해진다. 따라서 종잣돈과 투자수익률이 투자 결과를 결정하는 모든 것이 되어버린다. 즉, 단기 투자자의 투자 성과의 함수는 f(종잣돈, 투자수익률)이 된다. 짧은 기간의 투자 수익이란 종잣돈 * 투자수익률으로 단순화되기 때문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니까 투자 기간이 짧다면 말이다. 심지어 이런 경우는 대부분 투자 목적이 순자산의 극대화인 경우보다 소비의 극대화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큰 수익을 내더라도 순자산이 늘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반면에 충분히 긴 시간(최소 10년에서 길게보면 평생)에 걸쳐 순자산의 극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에게는 저축, 투자수익률 그리고 사건이 모두 중요하다. 장기투자자가 투자 과정에서 충분한 저축을 하고 있다면 종잣돈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게 되어있다. 따라서 장기투자자의 성과함수는 f(투자기간, 저축성향, 투자수익률, 사건의 발생확률; 종잣돈)이 된다. 여기서 투자수익률은 단기 투자자가 기대하는 숫자보다 훨씬 더 합리적일 수 있다. 이 글에서 기준이 되는 7% 수익률도 낮은 수익률은 아니지만, 단기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수익률보다는 훨씬 더 합리적인 수익률이다.

저축, 투자, 사건 이 3가지가 장기간에 걸쳐 적절히 조합되었을 때 단기에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부를 축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제일 중요한 건 시간이고, 시간을 이해하면 합리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다. 혹은 충분히 합리적인 미래 예측을 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모든 경우를 한 번에 살펴보자(아래는 로그 스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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