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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월급명세서가 알려주지 않는 이야기

그럼 그런 나라 노인들은 뭘 그렇게 잘해서 다들 부자들이고 우리나라 노인들은 뭘 잘못했길래 그렇게 소득이 없냐하면 그건 나라에서 주는 연금이 있냐 없냐 그 차이입니다.
손에 잡히는 경제 2020년 5월 19일(화)


제대로 마무리를 못 지은 것 같아서, 월급명세서가 알려주지 않는 이야기: 자산 관점에서의 근로소득 조금 보충.

다음에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고 싶은 주제인데, 자산은 입체적이다. 부자 순위를 매긴다고 가장 현금을 많이 가진 사람들을 순서대로 늘어놓지는 않는다. 현금은 부의 일부분만을 보여줄뿐이다. 월급 명세서의 이면을 이해하는 게 중요한 이유는 부의 다른 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예로 월급이 같은 4대 보험도 없고, 퇴직금도 없는 프리랜서 A 씨와 직장인 B 씨를 생각해보자. 실수령액이 356만원으로 같다고 할 때, 자산 관점에서 A 씨는 정말 현금 356만원을 받는 것으로 끝이지만, B 씨는 한 달에 실질적으로 439만원을 번다. 23% 차이가 난다. 당장에 손에 쥐어지는 현금은 차이가 없지만, 1. 퇴직시점, 2. 국민연금 수급 시점이 되면 이 차이는 “실질적인 차이”로 되돌아온다.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이러한 차이를 매우려면 직장인보다는 더 많인 돈을 받아야만 하고, 따로 국민연금을 적립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자영업자 C 씨의 손에 쥐어지는 356만원은 계산법이 또 다를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거의 보이지도 않고, 비교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국민연금을 최대한 납입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서 현금 유입을 최대화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그 현금으로 국민연금 이상의 가치를 재생산해낼 수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 차이는 장기적으로는 반드시 드러난다.


현금과 퇴직연금의 차이에 대해서 조금 더 생각해보자. 현금, 국민연금, 퇴직연금은 모두 자산이라고 할 수 있지만 같은 돈은 아니다. 이 돈 주머니들은 각각의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퇴직연금을 받는 IRP 계좌의 경우 글에서 다양한 세금 혜택이 주어진다는 특징이 있다. 그런데 이 계좌를 연금으로 받기 전에 해지한다면, 지금까지 받은 혜택에 대한 패널티를 물어야한다. 더 나아가 이 결정은 비가역적이다. 한 번 IRP를 깨고 나면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건 불가능하다. 이게 바로 퇴직연금이라는 돈 주머니의 특징이다.

즉, IRP는 애시당초에 소비에 유리한 계좌가 아닌 것이다. 소비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돈 주머니를 변경하는 데 따른 마찰비용(Friction cost)을 고려해야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러한 결정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어떤 선택이 더 옳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소비를 위해 마찰비용을 감수하는 게 거의 확실하게 마찰비용만큼 손실을 보는 일이다. 소비를 위해 별도로 현금을 저축한다면, 이 마찰비용만큼 고스란히 내 계좌에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합리적인 선택일 뿐이다.


프리랜서 C 씨는 매월 400만원을 받지만 4대 보험이나 퇴직연금은 없다. 앞서 이야기한 직장인 B 씨는 매월 356만원을 번다. B 씨와 C 씨를 비교할 때 B 씨가 사실은 더 많이 번다는 주장은 일견 황당해보일지도 모른다. 소위 말하는 정신승리처럼 보인다. 그런데 어떤 것이 정신승리인지, 실질적 차이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의외로 정신의 영역이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의 주가가 떨어져서 추가 매수를 할 때 싸졌다는 게 이유라면 물타기고, 논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다면 안전마진이다. 겉으로 보이는 행동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자산에 있어서는 이 정신의 영역이 바로 타임 호라이즌이다. 타임 호라이즌이란 투자의 기간을 얼마나 길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의미한다. 투자 기간이 1년 정도라고 생각해보자. 이 기간 동안에 B 씨가 비유동자산(퇴직연금과 국민연금 등)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따라서 어차피 현금이 더 많이 들어오고 소비에 여유가 있는 C 씨가 실질적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타임 호라이즌을 30년으로 바꾸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C 씨는 30년간 총 144,000만원의 자산을 벌지만, B 씨는 152,280만원을 번다. 더욱이 퇴직연금이나 국민연금으로 되돌아오는 금액은 납입한 금액 이상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나아가 임금상승률이 같다고 가정하면 이 차이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여기서의 차이는 단지 투자를 고려하는 기간이 1년이냐 30년이냐의 차이밖에 없다. 같은 현금이 손에 쥐어지는 프리랜서 A 씨의 경우 128,160만원으로 차이가 더 벌어진다.

타임 호라이즌이 1년인 사람에게 B 씨가 C 씨보다 더 돈을 많이 번다는 명제는 정신승리지만, 타임 호라이즌이 30년이라면 이 명제는 둘의 실질적인 차이를 드러내는 문장이다. 멀리 바라보면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물론 이건 하나의 시나리오일 뿐이지 절대적인 결과는 아니다. C 씨가 더 나은 현금 유동성을 바탕으로 투자를 잘해서 더 큰 돈을 벌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임 호라이즌을 길게 잡으면, 상한을 높이는 것보다, 하한을 높이는 게 더 유리하다는 걸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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