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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지니스 윤리를 내던져버린 기업들: 검은돈(넷플릭스 오리지널)

검은 돈은 오랜만에 흥미롭게 봤던 다큐멘터리였다. 하나의 사건을 파헤치는 책들을 보면 내가 어떤 사건을 얼마나 피상적으로밖에 이해하지 못 하고 있는 지를 알려준다. 예를 들어 천재들의 머니게임을 읽으면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에 대해서 아는 게 없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비트코인: 암호 화폐에 베팅하라을 보면서 사이퍼펑크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봤다. 좋은 다큐멘터리는 그런 역할을 한다.

검은 돈은 회차별로 완전히 다른 내용을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1, 3, 4, 6화를 추천한다.1 폭스바겐이 몇 년 전 오염물질 배출량을 속여서 크게 문제가 됐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1화). 밸리언트라는 기업에 대해서도 처음 들었다(3화). HSBC라는 은행은 이름만 들어봤지만, 돈세탁 때문에 문제가 된 건 금시초문이었다(4화). 트럼프가 누군지 모를리 없지만, 미국에서 어떻게 인지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 했다(6화).

특히 재미있었는 건 밸리언트(VRX)라는 기업을 다룬 3화였다. 밸리언트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캐나다의 제약회사인데 인수 합병를 중심으로 몸집을 불려나가며 한 때 월가의 총애를 받았다고 한다. 특히 퍼싱스퀘어 캐피털매니지먼트의 빌 애크먼이 밸리언트에 투자하고 경영에 참여하면서 더 큰 관심을 받는다. 다큐멘터리에서는 밸리언트에 투자한 빌 애크먼과 밸리언트를 의심스러운 행태를 뒤쫓아온 숏 트레이더들을 교차해서 보여준다. 밸리언트가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보면 가관이다. 다른 제약사를 인수 합병한 다음 R&D 비용을 줄이고 기존의 약값을 올려서 성과를 부풀린다. 밸리언트 편은 비합리성에 기반한 투자 시장의 어두운 면과 그리고 그런 부분을 먼저 캐치해서 움직이는 숏 트레이더를 잘 보여준다. 그 결과는? 주가 그래프가 잘 말해준다.

밸리언트의 지난 5년간 주가 그래프

밸리언트의 지난 5년간 주가 그래프

제가 하는 일은 돈이 목적이 아니에요. 이런 회사는 처단해야 마땅하잖아요.

파미 콰디르(Fahmi Quadir, Safkhet Capital), 검은돈 시즌1 3화 환자를 팝니다 중

이 이야기의 진짜 교훈은 부정직한 기업이 결국엔 망한다는 게 아니다. 이렇게 발생한 비용은 결국 사회 전체가 감당해야한다. 그리고 사실 밸리언트는 아직 망하지도 않았다. 바로 며칠 전에 이름을 밸리언트에서 바슈 헬스(Bausch Health, BHC)로 바꾼다는 기사2가 나왔다. 좀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문제가 생기면 이름을 바꿔보는 건 미국도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3

1화에서 다룬 폭스바겐도 디젤 게이트 당시 주가가 250유로에서 100유로까지 폭락한다. 그린 디젤이라는 표어 아래로 노골적인 조작을 해오던 폭스바겐을 보면 소름이 돋는다. 하지만 그런 짓을 하고도 폭스바겐도 망하지 않았다. 망하기는커녕 폭스바겐 그룹은 중국시장에서 약진하면서 재작년과 작년에 세계 자동차 판매 순위 1위를 기록한다 4.

폭스바겐의 지난 5년간 주가그래프

폭스바겐의 지난 5년간 주가그래프

현실은 안 그래도 모순 투성이지만, 폭스바겐은 또 하나 어려운 숙제를 안겼다는 생각이 든다.


넷플릭스에 올라와있는 또 다른 금융 다큐멘터리 차이나 허슬에서도 공매도를 다룬다. 정확히는 엉터리 중국 기업을 상장시켜 이익을 취하는 사람들과 이들의 사기 행각을 쫓는 숏 셀러들이 등장한다. 두 다큐멘터리는 성공적인 공매도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밸리언트의 숏 셀러들이나 차이나 허슬의 숏 셀러들에게서 흥미로웠던 점은 숏 셀러가 행동하는 근거였다. 파미 콰디르가 지적한 것처럼 사람들은 주식이 오를 것이라고만 믿는다. 그래서 숏 셀러는 독자적으로 정보를 찾아야한다고 이야기한다. 숏 셀러들은 이런 맥락에서 타겟 기업이 확실하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움직인다. 단지 그것이 분명하다고 하더라도 버블이 붕괴다는 시점은 알 수 없기 때문에 손실을 각오해야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것은 사실을 기반으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적어도 다큐멘터리에 등장한 숏 셀러들은 그렇다. 막연한 기대로 주식을 사기는 쉽지만, 수익구조가 비대칭적이라 공매도하기는 쉽지 않다.5 어떤 면에서 이러한 행동 양식은, 가치투자가보다 더 가치투자가다운 면모를 드러낸다. 주가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기업의 가치를 비교적 정확히 반영한다.


  1. 2화는 미국의 고금리 대출, 5화는 캐나다의 메이플 시럼 도난 사건을 다룬다. 
  2. Valeant, Distancing Itself From Its Past, Will Change Its Name to Bausch Health, The New York Times, 2018-05-08 
  3. 밸리언트가 인스한 회사 중에는 바슈&롬(Bausch&Lomb)도 있다. 
  4. 폭스바겐은 어떻게 중국 대륙을 장악했을까?, 꿈꾸는 섬 
  5. 대수의 법칙이 필요하겠지만, 시장 전체로 봤을 때도 ‘떨어진다’보다는 ‘오른다’에 거는 쪽이 훨신 더 유리한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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