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형성기에는 투자보다 저축이 중요하다
정확히 같은 논지의 이야기를 이미 자산 형성기의 투자 수익률과 순자산 증가에서 했었는데, 최근에 정말 좋은 사례를 봐서 한 번 더 정리해보고 싶어졌다.
맨주먹하츠 님이 가치투자연구소에 올린 순자산5억을 지나는 직장인 투자보고서인데, 돈을 모으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글이다. 귀찮은 분은 표 하나만 봐도 충분할 것 같다.
작년 한 해 동안 3,900만원을 저축하셨다.1 글에도 써있지만, 일시적 수입이 발생해서 실제 저축액은 1억에 달하는 걸로 보인다. 연봉을 7,000만원 정도로 가정한다면, 급여에서 저축한 금액만 보더라도 50% 이상이 된다. 부동산과 주식 총 자산은 7억 5천 정도니까 이미 투자 수익률이 중요한 단계에 접어들어간 걸로 보인다. 그럼에도 “투자성과보다는 여전히 근로소득이 쌓여가는 속도가 훨씬 상대적으로 많이 차지하고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하신 걸 보면 저축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맨주먹하츠 님은 개인 블로그에서도 저축과 절약에 대해서 글을 쓰고 있으니 읽어볼만하다.
이전 글에서 이야기했던 시나리오로 보자면 총자산(투자금액)을 기준으로 수익률이 20%에서 -20% 사이에서 결정된다면 최고 수익은 1억 5천만원, 최악의 손실은 -1억 5천만원이다. 이 정도 자산 규모에서도 저축액이 4,000만원이면 -5% 정도 손실이 나더라도 차기의 총 자산은 줄지 않는다. 최악의 손실이 날 경우에도 저축을 감안하면 손실은 -20%에서 -15%까지 줄어든다. 투자 수익률이 중요한 시기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저축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저축은 자산의 증가에도 기여하지만, 동시에 수익금의 차이에도 영향을 준다.
저축이라는 말이 예금으로 오해받을 수 있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맨주먹하츠 님의 자산 내역을 봐서도 알 수 있지만 자산은 예적금이 아닌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다. 말하자면 저축을 하고, 투자를 하는 게 아니라 두 가지를 동시에 하고 있는 셈이다. 예적금만 하기보다는 적절한 자산 배분을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저축의 진정한 힘은 어지간한 손실이 나더라도 순자산이 증가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멍거: 저축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을 도와줄 방법이 없습니다.
버핏: 어린 시절부터 저축 습관을 키워야합니다. 그러면 인생이 엄청나게 달라집니다.
2015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 Q&A 중
저축을 해야한다는 충고는 많다. 하지만 저축을 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막연히 돈을 모으라는 충고가 별로 와닿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버튼 멜킬은 더 매정하게 저축을 하라고 이야기한다.
은퇴 연령에 접근하는 베이비붐 세대들이 사시사철 찬물밖에 나오지 않는 아파트에서 빈약한 배급품으로 연명하지 않으려면 현실적으로 두가지 선택밖에 없다. 진지한 자세로 저축을 시작하는 길이 그 하나요, 다른 하나는 평균 수명의 확률을 깨고 일찍 죽는 길이다. “오늘 4시에 죽을 거라면 더 필요한 돈도 없다”고 흥얼거렸떤 희극배우 헤니 영맨의 말처럼 말이다.
시장 변화를 이기는 투자 441p, 버튼 멜킬
버튼 멜킬이 인용한 헤니 영맨의 말에 주목해보자. “오늘 4시에 죽을 거라면 더 필요한 돈도 없다”. 맞는 말이다. 통장에 1,000만원 정도 당장 쓸 수 있는 돈이 있다면 다 쓰고 죽을 일이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이렇다. 저축의 필요성을 느끼는 정도는 정확히 인지하는 미래의 길이에 비례한다. 월급 생활자라면 월급을 한 달 동안 어떻게 쓸 것인지 고민한다. 25살에 30대 초에 결혼을 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5-10년 짜리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아마 결혼 자금을 위해서 버는 돈의 일정 부분을 적금에 넣을 것이다. 버튼 멜킬의 예는 더 극단적이다. 버튼 멜킬은 은퇴를 이야기한다. 멜킬이 이야기하는 저축이나 투자는 단기간 내에 소비를 늘리기 위한 방법이 아니다. 단순히 은퇴 이후의 생활을 위한 건 아니고, 장기적으로 생애주기 전체를 설계하는 도구로서 저축과 투자를 제안하고 있다고 이해해야한다. 삶을 조금 더 멀리 내다보고, 생애 전체에 걸쳐서 안정적인 계획을 세워본다면 완전히 다른 그림이 펼쳐질 것이다. 살아가는 데는 돈이 필요하고, 장기적으로 보면 정말 많은 돈이 필요하다.
그런데 남성이 여성보다 time horizon이 짧은 경향이 있음. 현재 미국에서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보다 높은 것, 여성의 은퇴 연금 부입률이 남성보다 높은 것이 이런 성향의 평균적 격차에서 발생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심이 있음. 18살 청년의 관점에서 30대 초반은 세상의 끝일 수 있음. “서른 잔치는 끝” 아니겠음. 군복무 기간 동안의 성별 소득 격차
인용한 글의 직접적인 주제와는 상관없지만, 미래를 계획한는 기간(Time Horizon)을 길게 잡아야한다. 서른 되도 인생이 끝나지 않는다. 그 때 비로소 버튼 멜킬의 충고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연습 1: 필요한 자원을 모아라.
투자 포트폴리오를 살찌우고 안락한 은퇴를 보장받는 열쇠는 자산을 잘 배분해서 특별한 개별 종목이나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불행하게도 이것은 전혀 터무니없는 생각이다. 가혹하지만 진실은 자산을 키우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얼마나 저축하느냐이고 저축을 하려면 자제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규칙적으로 저축하지 않는다면 펀드에 투자해서 5퍼센트를 벌든 10퍼센트를 벌든 15퍼센트를 벌든 전혀 중요하지 않다. 재무적 안정을 이루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소 하나만을 꼽는다면 규칙적인 저축 프로그램을 시작해야한다는 것이다.
시장 변화를 이기는 투자 351p, 버튼 멜킬
- 내 저축액은 저 금액의 반도 안 된다. ↩